그곳에서 만난 하늘 바람 파도
오늘은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일몰 출사를 가는 날이다.
어젯밤부터 출사 준비를 했다.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고 드론 배터리와 조종장치도 충전기에 꽂아두었다. 아침에는 하나씩 확인해 가며 가방에 장비를 챙겼다. 출사를 다니다 보면 배터리 하나, 메모리카드 하나를 빠뜨리는 것도 큰일이다. 마실 보이차와 커피까지 준비하니 가방이 제법 묵직해졌다.
진해구청 주차장에서 동료들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다대포로 향했다.
사진을 배우고 출사를 다닌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섰다. 봄에는 꽃을 찾아가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은 숲과 바다를 찾아갔다.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산과 들을 찾아가고, 겨울에는 눈 소식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오늘은 일몰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다대포해수욕장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높이 떠 있었다. 일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우리 저녁부터 먹어요.”
주차장 한쪽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펼쳤다. 총무 언니가 준비해 온 김밥과 치킨을 꺼내놓자 금세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각자 준비해 온 커피와 보이차, 과일과 과자도 하나둘 돗자리 위에 놓였다.
종이컵에 콜라를 따르고 둘러앉아 김밥과 치킨을 먹었다.
그때 나무 위에서 까치들이 날아들었다. 우리에게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전해주려는 듯 연신 재잘거렸다.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커다란 벌 한 마리도 주변을 맴돌았다. 손으로 벌을 쫓다가 서로 웃기도 했다.
잠시 뒤 아카데미반 언니들도 도착했다. 피크닉 가방에서는 시원한 음료와 귤, 달콤한 밤 간식이 계속 나왔다.
“이거 완전히 소풍인데?”
누군가의 말에 모두 웃었다.
정말 소풍을 나온 것 같았다. 카메라와 드론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돗자리에 둘러앉아 김밥과 치킨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나무 그늘 아래로 바람이 지나갔다. 급할 것도 없었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장비를 챙겨 천천히 해변으로 걸어갔다.
하늘은 아직 파랬다. 파도는 잔잔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모래를 밟으며 걷는 동안 하나둘 산바카라 나온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 연인의 손을 잡고 걷는 사람, 강아지와 산바카라하는 사람도 보였다.
우리는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를 꺼내고 드론도 펼쳐놓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조금 전까지 파랗던 하늘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가 낮아지면서 하늘 한쪽에 노란빛이 번졌다. 노란빛은 조금씩 짙어지더니 어느 순간 붉은빛을 품기 시작했다.
바다도 그 빛을 받아 반짝였다.
“예쁘다.”
누군가의 짧은 탄성이 들렸다.
그 순간 하나둘 드론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윙―.
작은 기체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다대포의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나도 드론을 꺼내 전원을 켰다. 조종장치를 잡고 천천히 드론을 띄웠다.
드론은 내 머리 위를 지나 점점 높이 올라갔다.
조종장치 화면 속으로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해변이 작아졌다. 사람들도 점처럼 보였다. 대신 넓은 바다와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이 한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잠시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만나기 위해 어젯밤 배터리를 충전했고, 장비를 챙겼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여기까지 왔다.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고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비를 사고, 차를 타고 이동하고, 시간을 내야 한다. 어떤 날은 새벽잠을 포기하고 일출을 만나러 가고, 어떤 날은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원하는 장면 하나 얻지 못한 채 돌아온다.
그런데도 계절이 바뀌면 나는 다시 카메라를 챙긴다.
봄이면 꽃이 궁금하고, 여름이면 초록과 바다가 보고 싶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산을 만나고 싶고, 겨울이면 눈 덮인 세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진다.
오늘처럼 하늘이 노랗게, 다시 붉게 변하는 순간 앞에 서면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찰칵.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그 풍경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 편의 글이 된다.
식탁에 앉아 오늘 만난 풍경을 문장으로 옮겨본다. 사진 속에 담기지 않은 바람과 냄새, 함께했던 사람들의 웃음까지 글 속에 넣어본다. 출사여행에서 만난 풍경을 기록하고 평범한 하루를 적으면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오늘도 다대포의 하늘은 천천히 붉어지고 있다.
내 드론은 그 하늘 위를 날고 있고, 나는 조종장치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화면 속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해가 조금 더 낮아졌다.
바다가 붉은빛을 품었다.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