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간의 제주도 출사여행
제주도로 4박 5일간 출사 여행을 했다. 교수님을 포함해 16명이 함께했다. 이틀을 성산에 있는 오션스타 콘도미니엄에서 묵었다. 외관은 다소 낡았으나 실내는 넓고 깨끗했다.
첫째 날 북촌리로 가 창꼼바위를 보고 옥빛 제주 바다를 봤다. 옥 색깔의 바다를 보니 제주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다음으로 용눈이 오름과 광치기 해변에 들러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 방에 네 명이 묵었다. 언니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 다랑쉬 오름에 올랐다. 안개 자욱한 다랑쉬 오름길이 힘들었지만, 희열이 느껴졌다.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와 커피 박물관에 가고, 아부오름에 또 오르고, 어촌 체험 마을에 가 사진을 찍었다. 돌고래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어느 날 제주에 왔다가 제주에 반해 한평생을 살다 간 김영갑 갤러리에 들리고, 섭지코지까지 오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땀에 젖은 옷들을 세탁기에 돌렸다. 세탁기를 돌린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빨래를 돌려놓고 우리는 잠이 들어 버렸다.
아침 5시에 체크아웃하고 1층 로비에서 모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캐리어에 짐을 챙기는데 ‘아차!’ 하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 급하게 문을 열어보니 옷들이 모두 축축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어 그 옷들을 조금이나마 말리고 가자고 내가 말했다. 언니들은 '그렇게 하자'며 건조 단추를 눌렀다. 조금이나마 옷을 말릴 생각에 넣었는데 그것이 큰 실수가 됐다. 나갈 시간이 다가와 건조기 문을 당겼는데 열리지 않았다. 아차! 이를 어쩐담! 나와 언니들은 크게 당황했다. 그때 교수님 얼굴과 다른 동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 저것을 눌러봐도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옷을 꺼내지 못하고 남겨둔 채 캐리어를 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교수님과 동료들이 모두 내려와 짐들을 차에 싣고 있었다. 우리도 말없이 짐을 싣고 교수님 눈치만 살폈다. 용기를 내 왕언니가 교수님께 진실을 말했다. 교수님은 기다리다가 꺼내 가자고 했다. 의외의 대답에 우리는 감사한 마음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마침, 비가 내렸다. 서두르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다시 올라가 건조기 문을 열어봤지만, 여전히 뜨끈하기만 하고 열리지 않는다.
다시 내려와 보고했다. 우리는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말없이 기다려 주는 다른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불평불만을 내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0분을 더 기다려 올라갔다. 빨간 램프가 깜빡인다. 열릴 것 같다. 뜨끈했던 건조기 문도 상당히 식어 있었다. 기대를 품고 문을 열었는데 열리지 않았다.
한 동료 오빠가 숨을 고르고 다시 문을 잡는 순간 빨간 램프가 멈추고,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도 잠시 급하게 옷을 꺼내 들고 내려와 출발하는 바람에 키 반납하는 걸 까먹었다. 왕언니의 실수였다.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교수님의 전화가 왔다. 키 반납하고 왔냐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또 한 번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달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고, 다른 동료 오빠가 키를 반납하러 갔다. 두 번의 실수에도 뭐라 질바카라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더욱 죄송해 고개를 숙였지만 모두 이해해 주었다. 말없이 기다려 주고 이해해 준 교수님과 동료 언니 오빠들에게 감사한 하루였다.
오늘의 실수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건조기는 중간에 화상의 염려가 있어 식을 때까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건조기를 써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또 하나 알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