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은 아침
낮과 밤들.
분해된 원들.
초록빛이거나,
푸르거나, 붉은 곳.
사각형들이 쪼개져 만들어 낸 원(圓)이 가득한 곳에 살아가면서, 정확한 측량기계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영혼도 없이 솟아오르는 또 하루의 태양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솟아오르는 둥그런 태양과 자신의 모양을 바꾸어 뜨는 달. 땅거미 질 무렵 돌처럼 굳어진 도망가는 손 곁에 가장 최근의 배 속에 파묻혀 버린 소중했던 보물을 찾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새들의 합창이 지져기고 그 노래가 찬미의 노래인지, 누군가를 깨우는 노래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 쯤 둥글게 말린 빛들이 베란다에 쏟아져 들어왔다. 아직 서 있는 두 다리를 움직여 동그랗게 빛나는 것들을 바라본다.
여전히 빛나고,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밤에 흘러간 지하수의 흔적들이 대지의 빛을 더해 빛이 나고, 날 어두운 대화들은 이미 태양에 태워져 재가 되기 시작한다. 호송되는 이야기들. 확고한 흔적과 함께 언어로 남는 모든 것이 제각각 기록된 사전이 된다면, 그 언어를 어디에 새기든 말은 될 것이다.
흙속에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고,
공기에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낮이 시작되고, 밤이 오기까지 들리지 않는 신들을 찬미하진 않았다.
그들이 듣는 모든 것이
그들이 보는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 뿐이다. 어쩌면 더이상 아무것도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언어도 생각해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아침은 고요하게 찾아왔다.
작은 벌레마저도 노래를 시작한다.
깊이로 들어가는 오솔길은 늘 열려 있다. 여전히 그러하다. 공간은 끝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굳이 날아갈 필요가 없이 느리게 걷는 것을 선택한다. 깊이를 깊게 한다는 것. 위로 지나가는 소리를 내가 듣고 몸을 숙이고, 기록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그림으로 채워진 그들의 언어가 아니길 바란다.
밝음을 뚫고 들어온 유대적인 것이 주제 였던 지난 날이 주제가 되진 않는다.
보이지 않는 신(神)이 주제가 되지 않는다.
입과 함께
침묵과 함께
거부하는 말들과 함께
너름과 함께
좁음과 함께
가까운 침몰하는 마음들과 함께
반은 묶인 채로
반은 자유로운 채로
열 손가락을 움직여 보는 아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