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하학
우리는 모두 각자라는 좌표 위에 집을 짓고 산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직선이 누군가에게는 가파른 곡선이고, 나에게 평평한 들판이 어떤 이에게는 아찔한 절벽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온기를 나누지만,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슴 밑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서늘한 깨달음이 있다. 우리는 결코 서로의 지도를 전부 읽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시간을 겹쳐 쌓아도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왜 어떤 이들은 타인의 상처를 베어물며 미소를 지을까. 왜 어떤 이들은 자신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거대한 허상의 성채를 쌓아 올릴까. 그들의 눈동자에 담긴 세계관과 내 안의 이성이 도무지 접점을 찾지 못할 때, 마음은 깊은 아득함에 빠진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무수한 시도들이 공중에서 헛바질을 하고, 마침내 내팽겨쳐진 이해의 노력이 절망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묻게 된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러나 문학이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아픈 고백은, 타인을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인간이 가진 가장 거룩한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해(理解)라는 단어는 오만하다. 그것은 타인의 울퉁불퉁한 삶을 내 삶의 규격에 맞춰 자르고 재단하여 내 머릿속에 수용하겠다는 은밀한 폭력일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완전하게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 나는 그 사람의 무한한 깊이를 내 작은 찻잔 속에 가두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이자 존중은 ‘이해’를 포기하는 것에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가 서 있는 수평선과 내가 서 있는 지평선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 불통의 거리를 가늠하며 서성이는 그 아득한 여백 자체가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룩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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