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폼 미친 기다림

좀 번져도 괜찮아 ⑭

by정해남




제 계절을 기다리는 딸아들, 청년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건네는 인생 편지 79편 중에서,



독수리, 폼 미친 기다림


사랑하는 딸아, 아들아.

우리 거실 한편에는 독수리 조각상 하나가 있지?

지난 성탄 무렵,

불우이웃을 돕는 바자회에서

큰마음 먹고 사 왔단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반의반 값쯤 주고 샀다고 거짓말을 했지.

사실대로 말했다간

그 매서운 겨울날 집에서 쫓겨날까 봐서. ㅎㅎ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참 잘 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움켜쥘 듯한 날카로운 발톱,

천하를 굽어보는 눈빛,

금방이라도 하늘로 치솟을 것 같은

당당한 날개.

이 *폼 미친 독수리의 기상이 참 좋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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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딸아.

요즘 너희의 어깨가 많이 무거워 보이는구나.

답답한 날에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독수리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렴.


독수리는

아무 바람에나 몸을 맡기지 않는단다.

잠시 구름 뒤에 머물며

자신의 바람을 기다릴 줄 아는 새지.


-

독수리

/ 정해남



바위 끝에 선

침묵 하나


누군가는

길을 잃었다고 말하지만


가장 높은 비행은

오래 머문 발끝


숨을 고른 날개 앞에

때가 되면


푸른 길 하나


바람은 알고 있다.

-


나도 이 시처럼

그런 시간이 지나왔단다.

부동산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 글을 쓰는 시간도

당장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세상은 아무리 애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저 막막한 날들이

참 많으니까.


아마 너희가 초등학교 2~4학년쯤이었을 거다.

우리는 새벽마다 동네 앞산을 함께,

뛰고 걸었지.

그리곤 너희는 학교로,

나는 도서관으로 향하던 그 새벽길.

그렇게 하루하루 묵묵히 걸어왔단다.


그때는 몰랐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그 무수한 새벽이

오늘의 아빠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아직 내가 날아오를 바람이 아니구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날아오를 날을 준비했단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꿈꾸는 것은

공기 빠진 풍선 같은 욕심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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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희가 겪는 시련은

어쩌면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하늘이 넓어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추락은

날개를 가진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낙하의 두려움을 견뎌낸 새만이

자신의

그림자까지 품으며 창공을 가를 수 있단다.


오늘도

너희가 밥은 굶지 않는지,

마음은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앞서는 이 밤에

조용히 기도를 보낸다.


너희의 비행은

언젠가 전설이 될 것이다.


그래 우리,

폼 미치게 날아보자아!


*폼 미치다 : 아주 멋지고 뛰어나다.


----- 생 각 하 기 -----

Q1. 지금 내 삶에서 잠시

멈춰 있다고 느끼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

Q2. 그것이 '포기'가 아니라 '준비'라면,

지금 내가 묵묵히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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