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가장 큰 가능성

좀 번져도 괜찮아 ⑬

by정해남



빈손, 가장 큰 가능성


사랑하는 딸아, 아들아,

지금 너희의 두 손을 가만히 펼쳐보렴.



혹시 남들에 비해

쥔 것이 없다고 조급하진 않니?


어른들이 "라떼는 말이야~" 하면

귀를 닫는다지.


그래도 이 아빠의 어머니,

그러니까 너희 할머니 이야기를 하나만 들려주마.


그 옛날 쌀뒤주까지 바닥 나서 긁히던 시절에도

할머니는 이웃집에 가실 때면

반드시 무언가를 손에 쥐고 가셨단다.


KakaoTalk_20260628_174502517.png

비록 옆집에도 있을 법한

고구마 몇 개, 옥수수 몇 개였지만

빈손으로 남의 집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할머니의 예절이셨어.


내가 동료들을 만나러 갈 때나

이웃을

빈손으로 가지 않는 것은

다 너희 할머니한테 배운 거란다.


하지만 세상에는

예의로 채워야 할 손도 있지만,

오히려 비어 있어

더 큰 가능성을 품은 손도 있단다.


엄마 아빠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


서너 평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하여

발 뻗기조차 몹시 버거웠고

버스비가 아까워 수 킬로미터씩

운동화 밑창이 닿도록

터벅터벅 많이도 걸어 다녔지.


동료들이 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이런 가난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거절하고

버스비가 아까워

운동 삼아 걷겠다고 하고서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면서 번진 발자국을 찍었지.


허긴 요즘은

도회지에서 낳고 자란 너희들에게

밤하늘의 별 이야기가 얼마나 통하겠느냐?

그래서 아빠의 이 '라떼' 이야기도

재미없으려나? 싶다. ㅎㅎ


여기서 끝맺고 아무튼

그때 길 위에 눌러썼던 눈물은

얼룩으로 번진 각오였고,

기어이 일어서겠다는 희망의 기도였어.


그러니 너희도 지금,

두 손이 비어 있다고 절대 기죽지 마렴.

비어 있는 손이야말로

무한한 설렘 속에


무엇을 닮을지

언제 닮을지

어떻게 닮을지


앞으로의 꿈을 가득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니까.


불끈 쥔 주먹으로

씩씩하게 가는 것도 좋지만,

먼저 미소로 내밀 줄 아는

따스한 사람이 되는 것도 잊지 마렴.


풍파 속에 묵묵히 나아가는 너희 모습이

참 대견하고 고맙구나.


역사 속 큰 인물들은

빈손으로 시작한 사람일수록

더 큰 세상을 품은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

너희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단다.


아빠는 언제나

너희를 마음 다해 응원한다.

파이팅!



Empty hands, Endless possibilities.

비어 있는 손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 생 각 하 기 -----

Q1. 지금 내 빈손에 가장 먼저

채워 넣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

Q2. 오늘 내가 먼저 내밀 수 있는 손은

누구를 향한 손인가요?

( )

이전 12화붕어빵, 인생은 겉바속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