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주. 내가 생각하는 용기

로드투 UFC 결승전 전날의 일기

by김상욱

용기란 무엇일까? 요새 들어서 용기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며칠 전에 돔마르판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 친구 인터뷰를 보니 자신이 모든 면에서 더 낫다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파이터라면 어떻게 보면 응당 그래야 하지만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하나도 없는 것을 넘어서 나를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자신의 생각일 뿐이니까 그리고 UFC에 가서 찰스 올리베이라와의 스파링 하고 싶다는 얘기도 하고 그랬다. 자신이 존경하는 선수라고. 모든 면이 나보다 낫다고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긴장이 되고 떨리기도 한다. 동시에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과연 용기 있는 사람인가? 용기란 무엇일까.
두렵고 무서운 것이 없고, 강한 적을 상대로 긴장감조차 없어야만 용기 있는 사람일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가다 보면 무서운 것이나 두려운 것이 없다는 듯,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누군가는 그것이 용기라고 말한다.

정말 그 사람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용기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용기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일을 도전하는 것, 그것이 용기이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가 있다.
물론 나의 말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도전해보지 않은 사람이고, 그것은 곧 용기를 내보지 않은 사람이다.
물론 각자에게 용기를 낸다는 것은 그 기준이 너무나도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과거 초등학생 때의 나에게는 버스에서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이 싫어서, 정류장 하차 버튼을 누르지 못했던 적이 있다(요새 사람들이 배달을 할 때 대화가 두려워 배달할 때 전화주문을 못한다고 한다) 그 당시 나에게는 버스정류장 하차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도 용기였다

또 누군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어 집 밖에 못 나오다가 용기를 내서 집 밖에 나와 껌한 통 사는 것 또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도 도전이 아니라면, 두렵고 무서운 무언가를 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 사람은 내 기준에선 도전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내가 본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은 한 분을 얘기해 보겠다. 예전에 UDT에 있을 때 어찌 보면 바보 같아 보이는 선배가 1명 계셨다.
물론 선배이니 따랐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한 행동. 빠릿빠릿하지 못한 몸놀림까지. 그 선배를 제외하고도 존경할만한 분들이 UDT에는 너무나도 많았었다. 그러던 중 다른 선배로부터 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이 아덴만 여명 작전에 멤버였다는 사실과 그중에서도 격실 진압 시에 제일 먼저 들어가는 포인트맨(PT)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자기가 제일 먼저 들어가겠다고 손들었다고 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작전은 한국군이 해외에서 수행한 최초의 인질 구출(구조) 작전이다)

적이 있을지, 누가 있을지 모르는 방에 첫 번째로 진입한다는 것은 아무리 UDT라 하더라도 제일 먼저 전사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습과는 다르다.
게다가 상대(해적)는 총까지 들고 있으니. 죽음이 코앞에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용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합에 뛰는 나도 무섭고 두렵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는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심지어 초반 교전 과정에서 몇 명은 이미 총상을 입었다) 남을 위해 한 몸을 희생하는 것. 죽음이 코앞에 있는데, 과연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다. 무조건 느끼는데도 불구하고, 손들지 않고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그 선배의 행동을 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는 영웅이 되었다.
두려움이 있어야 용기가 있는 것이다.
이번 시합은 솔직한 마음으로는 크게는 아니지만 두려운 마음도 있다. 자신감도 있지만, 무서움 또한 있다.
때문에 수많은 상상을 한다.
이기는 상상 만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상대의 러키펀치에 맞아 캔버스바닥에 드러누우면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지면, 어떻게 하지?

나도 상대가 방심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자신감이 역대 제일이지만, 역대 가장 강한 상대라는 점에선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내가 느끼는 이 두려움이 나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해 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용기 있는 도전하는 사람이기에. 나는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2026. 1.31 호주에서

로드투 UFC 결승전 전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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