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 길을 잃은 것보다 돌아왔다는 말을 두려워하는 사람

by이슬이글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 길을 잃은 것보다 돌아왔다는 말을 두려워하는 사람


남자는 등산 동호회에서 길을 잘 아는 사람으로 통했다.


지도 앱이 생기기 전부터 산을 다녔고,

등산로가 바뀌어도 지형을 읽으면 된다고 말했다.


모임의 새 회원들은 그를 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는 그 호칭을 싫어하지 않았다.


어느 가을 토요일, 일곱 명이 능선길을 걷기로 했다.

출발 전 남자는 휴대전화 지도를 잠깐 본 뒤 종이지도를 펼쳤다.

“이 길로 가면 전망대까지 두 시간이면 돼.”


한 회원이 안내판을 가리켰다.

“여기는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고 써 있네요.”


“지난달 공사 이야기일 거야. 내가 아는 샛길이 있어.”


일행은 남자를 따라갔다.

초반에는 길이 좋았다.


낙엽이 쌓인 흙길이 완만하게 올라갔고, 나무 사이로 능선이 보였다.

한 시간쯤 지나자 길이 좁아졌다.


갈림길마다 작은 표지가 있었지만

남자가 가져온 지도에는 없는 표지도 있었다.


후미에서 걷던 여자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우리 지금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것 같은데요?”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GPS는 산에서 튈 때가 있어.”

“그럴 수 있죠. 그래도 잠깐 확인해 보면 좋겠어요.”


“조금만 더 가면 내가 아는 능선이 나와.”

남자의 말은 단호했다. 일행은 다시 걸었다.


두 시간 뒤 작은 임도가 나타났다.

남자는 임도를 따라가면 큰 길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 회원이 물을 다 마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오후 약속에 늦을 것 같다고 했다.


여자가 다시 지도를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출발했던 주차장이 생각보다 가까이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크게 돌아서 원점으로 온 것 같아요.”

남자는 한동안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이 길도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이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일행은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출발한 지 다섯 시간이 지난 뒤였다.


전망대는 끝내 보지 못했다.


주차장에서 누군가 편의점에 들러 물을 샀다.

남자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다음 산행을 묻는 사람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면서 남자는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길이 좀 달라졌더군.”


아내는 젖은 양말을 세탁 바구니에 넣었다.

“길을 잘못 찾으셨어요?”


“통제를 해놓아서 돌아왔지.”

그는 대답하면서도 낮에 보았던 휴대전화 화면을 떠올렸다.


그날 밤 동호회 대화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다들 안전하게 돌아가셨죠?

다음에는 출발 전에 통제 구간부터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남자는 답장을 쓰다가 지웠다.

자신이 오래 산을 다녔다는 말부터 쓰려 했다.

이전에 수십 번 길을 잘 찾았다는 사실도 적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다섯 시간 동안 걸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썼다.

‘오늘은 제가 길을 잘못 판단했습니다.

안내판과 현장 지도를 먼저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답장이 바로 오지는 않았다.

잠시 후 한 회원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다음에는 같이 확인해요.’


남자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낯선 길에서는 누구나 표지를 놓치고 방향을 착각한다.

그러나 여러 사람을 이끌고 있을 때의 실수는

쉽게 방향의 문제가 아닌 체면의 문제가 된다.


틀렸다고 말하면 뒤따른 사람들이

나를 더는 믿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만 더 가보자고 한다.


어쩌면 앞에서 옳은 길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걷는 동안

다른 사람의 물은 줄어들고 약속 시간은 지나간다.


며칠 뒤 남자는 다음 산행 공지에 경로 링크를 함께 올렸다.

그리고 한 줄을 덧붙였다.

‘갈림길에서는 누구든 확인해 주세요.’


오늘의 우리에게


잘못 든 길에서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돌아가는 거리만이 아니다.
돌아가자고 말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침묵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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