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선택이라는 말보다 먼저 아픈 발
여자는 새 구두를 사러 백화점에 갔다.
다음 주에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성과를 발표하고 이는 곧 승진 심사와 연결된 자리였다.
옷차림도 단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값이 나가는 구두를 골랐다.
매장 직원은 검은색 가죽 구두를 권했다.
굽이 높지 않고 발등의 선이 곱다고 했다.
“이 사이즈가 맞으세요?”
여자는 거울 앞에서 몇 걸음을 걸었다.
발가락이 조금 눌렸다.
“조금 타이트하네요.”
“가죽이라 신다 보면 부드러워질 거예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구두를 신은 자신의 모습도 괜찮았다.
직원이 한 치수 큰 것을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여자는 손을 저었다.
“이걸로 할게요.”
첫날은 참을 만했다.
둘째 날 오후부터 발가락이 저렸다.
셋째 날에는 뒤꿈치에 밴드를 붙였다.
동료가 물었다.
“새 구두예요? 예쁜데 불편해 보여요.”
“아니에요. 아직 길이 안 들어서 그래요.”
여자는 바카라상 아래에서 구두를 살짝 벗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신었다.
발은 조금씩 부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구두를 벗었다.
양말을 벗자 뒤꿈치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남편이 물었다.
“사이즈가 작은 거 아니야?”
“내 발이 요즘 좀 부어서 그래.”
“그럼 다른 신발을 신으면 되잖아.”
“비싼 거 샀는데 벌써 안 신으면 아깝잖아.”
그녀는 발을 문지르며 말했다.
발은 왜 자신이 돈을 들여 산 물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마음에 드는 구두를 신으려고
발이 조금 양보하면 될 텐데.
발표 당일, 여자는 회의실 앞에서 자료를 다시 읽었다.
서서 기다리는 동안 통증이 심해졌다.
발표 중에는 무의식적으로 한쪽 발에 체중을 실었다.
끝나고 나왔을 때 발끝이 저렸다.
동료가 물었다.
“발 다쳤어요?”
“구두가 좀.”
“큰 걸로 바꾸지 그랬어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았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구두 뒤축을 벗었다.
그 순간 발에 피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좋은 물건은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하려고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 그 물건에 자신을 맞추기 시작한다.
값이 비싸서,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내가 신중하게 선택했으니까.
그런 이유가 생길수록 몸의 불편은 사소한 문제가 된다.
우리는 구두에 잘못이 있다는 말 대신
발이 예민하다고 말한다.
선택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자기 몸부터 의심하는 것이다.
그날 밤 여자는 구두 상자를 꺼냈다.
영수증을 찾아보니 교환 기간이 남아 있었다.
실외에서 신은 흔적이 있어 교환은 어려울 수 있었다.
다음 날 매장에 전화했다.
직원은 착용한 제품이라 교환할 수 없다고 했다.
여자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상자를 바라보았다.
비싼 물건을 샀고, 잘못된 사이즈를 골랐고, 이미 신었다.
세 가지 사실은 그대로였다.
주말에 그녀는 수선집을 찾아갔다.
수선 기사는 발볼을 조금 넓힐 수는 있지만
길이를 늘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 억지로 신으면 안 되겠네요.”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구두를 중고 거래에 올렸다.
산 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적었다.
판매 글을 쓰는 동안 ‘한 번만 착용’이라고 적으려다가 지웠다.
여러 번 신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신 ‘사이즈가 맞지 않아 판매합니다’라고 썼다.
그날 저녁 그녀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걸었다.
발가락이 신발 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한참 걷고도 뒤꿈치에 밴드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오늘의 우리에게
내가 고른 것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선택을 버리는 것이지,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