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기준으로 모두를 맞추면 생기는 일
남자는 사무실의 오래된 벽시계를 좋아했다.
회사를 처음 차렸을 때부터 걸려 있던 물건이었다.
초침 소리가 크고 숫자가 선명했다.
누군가 새 시계로 바꾸자고 하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 시계가 우리 시작부터 함께한 거야.”
문제는 시계가 하루에 몇 분씩 늦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직원들은 각자 휴대전화를 보았다.
남자도 업무 시간에는 컴퓨터 오른쪽 아래의 숫자를 보았다.
하지만 회의실에 들어서면 그는 벽시계를 기준으로 시간을 말했다.
“아직 오 분 남았잖아.”
직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정각입니다.”
남자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요즘 전자기기 시간이 제각각이야.”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어느 날 외부 업체와 온라인 회의가 잡혔다.
남자는 회의실에 들어가면서 벽시계를 보았다.
아직 시작 전이었다.
커피를 한 잔 따르고 노트북을 연결하니
화면에 참석자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그는 사과하며 자리에 앉았다.
회의가 끝난 뒤 직원이 말했다.
“벽시계가 계속 늦어요.
배터리를 바꿔 보거나 수리를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자네들이 그걸 감안하면 되지.”
직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고객이 회의실에서 남자를 기다렸다.
고객은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지만 남자는 다른 일을 마치지 못했다.
고객이 시계를 가리켰다.
“저 시계는 시간이 좀 다른가 봅니다.”
“오래된 거라 조금 늦어요.”
“그러면 고치셔야겠네요.”
남자는 웃었다.
“우리 직원들은 다 알고 있어요.”
고객도 웃었지만 그 뒤에는 다른 말을 했다.
“처음 오는 사람은 모르잖습니까.”
고객이 돌아간 뒤 남자는 한동안 그 말을 생각했다.
자신에게 익숙한 불편은
남에게도 익숙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직원들은 늘 벽시계보다 휴대전화를 먼저 확인했다.
회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늦는 시간을 계산했다.
누구도 시계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불필요한 주의가 매일 조금씩 필요했다.
우리가 틀린 기준을 고수하면
주변 사람들은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본래의 일을 하는 것과,
우리 기준의 오차를 보정하는 일이다.
그 보정이 오래 계속되면
우리는 주변이 잘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이 조금씩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남자는 의자를 가져와 벽시계를 내렸다.
뒤쪽의 배터리 함을 열었다.
새 배터리를 넣었지만 다음 날에도 시계는 늦었다.
그는 수리점에 시계를 맡겼다.
직원에게는 그날 저녁 메시지를 보냈다.
‘회의실 시계 수리 맡겼습니다.
그동안 휴대전화 시간 기준으로 진행합시다.’
며칠 뒤 시계가 돌아왔다.
초침은 여전히 조금 크게 울렸다.
다만 숫자는 휴대전화와 일치했다.
남자는 시계를 다시 벽에 걸고 한 걸음 물러섰다.
오래된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그는 그날 회의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들어갔다.
오늘의 우리에게
모두가 내 시간에 맞추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정확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의 오차를 대신 계산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