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피어난 꽃, 삼색콩전

다채로운 빛깔로 아름답게 살아가기

by진정


무채색의 날들에 피워내는 작은 꽃밭


몸이 아프고 마음이 지칠 때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채도도 덩달아 낮아지는 듯합니다. 무채색으로 가라앉은 하루를 견뎌내다 보면, 문득 내 삶에 다시 선명하고 환한 생기를 채워 넣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도마 위에 자연이 가진 가장 눈부신 물감들을 꺼내어 놓습니다. 부추의 짙은 초록, 비트의 붉은 열정, 그리고 강황의 따스한 노랑. 이 다채로운 색감들로 지어낸 '삼색콩전'은 일상에 피어나는 작고 아름다운 꽃밭과도 같습니다.



나를 다독이는 따뜻한 신호등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듯, 시각적인 즐거움은 미각을 깨우고 굳어있던 마음의 빗장을 스르륵 열어주는 마법입니다.


곱게 간 콩물에 세 가지 빛깔의 자연을 물들여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 위에 동그랗게 부쳐냅니다. 지글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초록, 빨강, 노랑의 전이 나란히 익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앞으로의 건강한 날들을 응원하며 길을 밝혀주는 따뜻한 신호등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채로운 빛깔을 품은 위로


우리가 섭취하는 채소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색깔 속에 각기 다른 치유의 힘(파이토케미컬)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채로운 색을 먹는다는 것은, 대지가 품은 다양한 에너지를 내 몸 안으로 고스란히 옮겨오는 것입니다.


정성스레 부쳐낸 알록달록한 전을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기분 좋게 바삭하고 속은 콩의 고소함으로 가득합니다.. 눈으로 먼저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입으로 순순하고 고소한 맛을 느끼는 동안, 내 마음도 어느새 꽃처럼 환하게 피어납니다.



다채로운 빛으로 아름답게 살아가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이 세 가지 색의 재료를 하나의 콩물 반죽에 모두 섞어버렸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탁한 색으로 엉킨, 결코 지금과 같이 생명력 넘치는 예쁜 꽃 모양의 전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식탁 위에 고운 빛을 품은 요리가 다채롭게 오르면, 밥을 먹는 내내 마음의 풍경까지 화사하게 그려지는 듯합니다. 똑같은 콩과 채소로 만든 음식일지라도,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다정하게 빚어낸 음식을 마주할 때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깊이를 더합니다.


세 개의 그릇에 콩물을 나누어 담고 일일이 색을 들이는 시간. 어쩌면 우리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 이와 같을지 모릅니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고 온전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다정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행복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내는 셀프서비스이니까요. 내 삶의 채도를 높이고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 하루도 나의 식탁 위에 기꺼이 정성을 들여봅니다.




자연의 색 입히기: 비트나 강황이 없다면, 붉은 파프리카, 당근, 자색 고구마 등 다양한 채소를 활용해 보세요.


바삭함을 살리는 비법: 콩전은 너무 두껍게 부치면 속이 잘 익지 않고 퍽퍽해질 수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작고 얇게, 동그란 모양을 살려 부쳐내면 식감도 바삭하고 신호등처럼 예쁜 플레이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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