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소년과 소녀의 라이딩

100개의 여의주 2

by슈팅스타

밤 1시를 넘어 해커톤 강의실의 텁텁한 공기를 뚫고 나온 두 대의 바이크가 야간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한결이의 앳된 'CBR125 R'이 앵앵거리는 엔진음을 내며 앞서가면, 유주의 '닌자'가 그 뒤를 여유롭게 호위하듯 따랐다. 헬멧 쉴드 너머로 들어오는 새벽바람이 서늘하고 짜릿했다.


한적한 외곽 국도에 접어들어 라이딩을 즐긴 지 20여 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쿵쾅거리는 거대한 배기음과 함께, 한눈에 봐도 억 소리 나는 할리 데이비슨과 BMW 초고가 바이크 3,4대가 어둠 속에서 스르륵 나타났다. 가죽 재킷을 맞춰 입고 조직적으로 대형을 유지하며 달리는, 이른바 '떼빙(그룹 라이딩)'을 즐기는 삼촌들이었다.


거구의 삼촌들이 유주의 닌자 바이크를 보더니, 속도를 맞추며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신호등 앞에서 나란히 멈춰 섰을 때, 한결이가 황급히 헬멧 쉴드를 올리며 놀란 눈으로 물었다.


"누나, 저 삼촌들 알아요? 왜 누나한테 아는 척을 해요?"

유주 역시 쉴드를 올리며 길게 뻗은 도로 끝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묶었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어, 잘 알쥐. 나도 처음엔……."

유주는 한결이를 보며 설핏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버지가 또 풀었나 봐."

"풀다니요? 동네 강아지도 아니고 뭘 풀어요?"

"그러게. 동네 똥개도 아닌데."

유주가 풋, 하고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권태로움이 서려 있었다.

"나도 처음엔 몰랐어.내가 바이크를 처음으로 혼자 타기 시작했을 때, 저 삼촌들 무리가 내가 가는 코스마다 나타나는 거야. 정말 신기할 정도로 내가 어디를 가든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고. 기분이 후레지아 꽃 같았어.

나중에서야 알았지. 마치 내가 어떤 길, 어떤 코스로 가는지 미리 알아보고 달라붙으라는 지령을 받은 사람들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걸."


한결이는 숨을 죽였다. 가온 테크 외동딸의 일탈마저도 아버지의 거대한 손바닥 안에서 완벽하게 제어되고 보호받는 시나리오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래도 나 귀찮게는 안 해. 그냥 저렇게 멀찍이서 에스코트만 하다가 내가 집에 들어가면 사라지거든. 내 세상은 항상 이래, 한결아."


초록 불이 켜지자 유주는 대답 대신 헬멧 실드를 툭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괴물 같은 굉음과 함께 닌자의 스로틀을 감아쥐며 앞으로 총탄처럼 튀어 나갔다.

삼촌들의 바이크 무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유주의 뒤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따라붙었다. 그 완벽하고 숨 막히는 안전지대 속에서, 한결이는 유주라는 아이가 가진 미지의 세계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달리다가 마주칠 때도 있고, 또 이렇게 같이 달릴 때도 있는 거야. 어렵게 생각하지 마."


유주는 백미러로 따라붙는 거대한 바이크 무리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결이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스로틀을 당기는데, 앞서가던 유주가 손을 들어 저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를 가리켰다.


"저기 가다 보면…… 앗! 가온 테크로 가보자."

유주가 핸들을 꺾어 들어간 곳은 어둠에 잠긴 회색빛 공단, 그녀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가온 테크 본사 건물 앞이었다. 모두가 퇴근한 고요한 건물이었지만, 오직 2층 사무실 창문 하나에서만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유주는 바이크 시동을 끄고 불 켜진 창문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음, 이번엔 권 대리님인가 보다. 자동차가 그랜저로 업그레이드되셨네."

유주의 시선이 주차장에 세워진 번쩍이는 신형 그랜저에 머물렀다. 한결이는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바이크에서 내렸다.

"누나, 무슨 말이에요?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우린 조금 더 놀다 가도 될 듯해."

유주가 헬멧을 벗어 바이크 시트 위에 올려두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밤바람에 유주의 미소가 부드럽게 번졌다.

"권 대리님이 저렇게 열심히 야근해 주시니까, 우린 본선 진출이 아니라 바로 입상이겠다. 그렇지?"


한결이의 눈이 커졌다.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찾아왔다. 교육청과 N이버가 주최하는 권위 있는 대회, 수백 명의 고등학생이 며칠 밤을 새우며 코딩하는 그 해커톤의 진짜 완벽한 소스 코드는, 지금 저 2층 사무실에서 진짜 '프로'의 손에 의해 완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뭐든 쉽지."

유주가 한결이 에게로 걸어와 어깨를 툭 쳤다.

"너랑 나랑 비밀이다. 뭐든 쉽게 생각하자, 한결아. 힘들지 않게 대학 가보자. 그러면 바이크 탈 시간이 더 생긴 거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잖아?"

"누나……."


허탈함과 기묘한 모욕감이 동시에 한결이의 얼굴에 교차했다. 정직하게 밤을 새우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유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주는 한결이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한결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대신, 하나만 기억해.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 돼."

"본질이요……?"

"본질이 뭔진 알쥐?"

유주가 생긋 웃으며 속삭였다.


"우리가 갈 대학은, 엄청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란 거."

그것이 유주가 세상을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무식한 노력 대신, 완벽한 자본과 인맥으로 판을 짜고, 그 결과물로 '아무나 갈 수 없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


불 켜진 2층 사무실을 배경으로 서 있는 유주는, 마치 세상의 모든 규칙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굴리는 영악하고 아름다운 지배자 같았다. 그리고 한결이는 그 달콤하고 치명적인 규칙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