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알아보다 보면 가끔 이런 설명을 듣는다.
“저희는 PB가 아니라 MDF를 사용합니다.”
왠지 이 말을 들으면 MDF가 PB보다 한 단계 높은 소재처럼 느껴진다. 가격도 대체로 MDF 쪽이 높은 편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PB 대신 MDF를 쓴다고 하면 뭔가 더 좋은 가구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MDF는 PB보다 무조건 좋은 자재일까?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둘은 위아래의 관계라기보다 잘하는 일이 다른 소재에 가깝다.
먼저 MDF와 PB가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알아보자. 둘 다 목재를 잘게 만든 뒤 접착제와 함께 압착해 만든 목질 보드다.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차이는 원료의 형태다.
MDF는 목재를 미세한 섬유 형태로 만들어 압착한다. 그래서 잘라보면 속까지 비교적 곱고 균질하다. 반면 PB는 Particle Board라는 이름처럼 목재를 작은 입자나 칩 형태로 만들어 압착한다.
단면을 보면 차이가 더 쉽게 느껴진다. MDF는 고운 재료를 단단하게 뭉쳐놓은 것처럼 보이고, PB는 작은 나뭇조각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차이가 두 소재가 잘하는 일을 나눈다.
MDF가 특히 잘하는 것은 매끈하게 만들고, 깎아서 모양을 내는 일이다. 표면과 내부가 비교적 균질하기 때문에 도장 도어의 바탕재로 많이 사용된다. 도료를 올렸을 때 매끄러운 면을 만들기 좋고, 특히 광택이 있는 마감처럼 작은 요철까지 눈에 잘 띄는 경우에는 바탕면의 품질이 중요하다.
가공에도 유리하다. 클래식한 주방 도어를 생각해보자. 평평한 문이 아니라 가운데가 들어가 있거나 테두리에 굴곡이 들어간 도어가 있다. 이런 모양을 만들려면 CNC 같은 장비로 보드의 표면을 깎아내야 한다.
MDF는 안쪽까지 비교적 균질하기 때문에 깎아도 매끄러운 면을 만들기 좋다. 반면 PB를 깊게 가공하면 내부의 입자 구조가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작업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니 도장하고, 깎고, 복잡한 모양을 만드는 데에는 MDF를 쓰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MDF가 고급이고 PB는 그보다 저렴한 대체재일까?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주방가구나 붙박이장의 몸통을 한번 생각해보자. 몸통에는 복잡한 굴곡을 만들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평평한 판으로 구성되고, 보드 자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도 아니다. 표면에는 용도에 맞는 장식재를 입혀 사용한다.
그렇다면 굳이 가공성이 좋은 MDF를 사용할 이유는 줄어든다.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가구용으로 적절하게 만들어진 PB가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적절한 표면재를 입히고 엣지까지 제대로 마감한다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주방가구나 붙박이장의 몸통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MDF = 고급, PB = 저급
이라는 공식으로 단순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물론 PB에도 약점은 있다. MDF에 비해 내부 입자가 크기 때문에 표면을 깎거나 아주 매끄러운 마감을 만들기에는 불리하다. 특히 바탕면의 작은 차이까지 드러나는 마감이라면 MDF가 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를 만드는 기술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보드 자체의 품질도 다양해졌고, 그 위에 여러 종류의 표면재를 적용해 바탕재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도 사용한다. 특히 무광이나 패턴이 들어간 표면이라면 완성된 가구를 보고 그 안에 MDF가 들어갔는지 PB가 들어갔는지 일반 소비자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완성된 가구를 볼 때는 속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만 봐서는 부족하다. 어떤 품질의 보드를 사용했는지, 그 위에 어떤 표면재를 입혔는지, 모서리는 어떻게 마감했는지, 그리고 그 재료를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결국 가구는 여러 재료와 가공 방식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무게도 마찬가지다. MDF는 일반적으로 PB보다 밀도가 높고 무거운 편이다. 그런데 무겁다고 해서 무조건 더 좋은 가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큰 도어처럼 매일 움직여야 하는 부재라면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장점은 아니다. 도어가 무거워지면 그 무게를 받아주는 경첩이나 다른 하드웨어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 가구 몸통이라면 두 소재의 무게 차이가 실제 생활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MDF가 더 무거우니까 더 튼튼하고 고급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구에서는 재료의 이름보다 그 재료를 어디에 썼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조금 바꾸고 싶다.
“MDF와 PB 중 무엇이 더 좋은가?”
가 아니라,
“여기에 MDF를 쓸 이유가 있는가?”
도장 도어를 만들고 싶다. 표면을 깎아 모양을 내고 싶다. 아주 매끄러운 표면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MDF를 사용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반대로 주방이나 붙박이장의 몸통처럼 평평한 판재에 표면재를 입혀 사용하는 곳이라면 어떨까? 좋은 품질의 PB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가구 상담을 받다가 “저희는 PB가 아니라 MDF를 씁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더 좋은 가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히려 한 번 더 물어보겠다.
“그런데 여기에 왜 MDF를 쓰는 건가요?”
그 질문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때 돈을 더 써도 된다.
비싼 재료를 많이 쓰는 게 좋은 가구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맞는 재료를 쓰는 게 좋은 가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