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구 브랜드를 가든 도장 도어는 대부분 고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비싸다. 그것도 꽤 비싸다.
그러면 나는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도장 도어는 뭐가 그렇게 좋은가요?” 의외로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누군가는 컬러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도장 도어는 도료를 여러 번 올리고 표면을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특유의 깊이감이 생긴다. 시트나 필름으로 마감한 도어와 비교하면 색이 조금 더 깊고 오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뭐랄까. 컬러가 한 겹이 아니라 여러 겹 쌓여 있는 느낌이랄까.
분명 매력은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 번 더 묻게 된다. 일반 소비자가 그 차이를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샘플을 나란히 놓고 가까이에서 천천히 들여다보면 분명 차이가 보인다.
하지만 주방에 설치하고 한두 걸음 뒤에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솔직히 나는 그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고 느낀다.
도장 도어의 또 다른 장점은 모서리 마감이다. 일반적인 가구 도어는 앞면과 측면에 마감재를 붙이고, 얇은 측면에는 별도의 엣지 마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앞면과 측면이 만나는 곳에 아주 미세한 경계가 생길 수 있다.
도장 도어는 다르다. 앞면에서 측면까지 이어서 도장할 수 있기 때문에 모서리를 따라 마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요즘 인테리어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심리스’한 느낌을 만들기에 좋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도장 도어가 훨씬 좋아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도 나는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 차이가 얼마나 크게 보일까?”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분명 다르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생각보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은 엣지 마감 기술도 좋아져 앞면과 측면의 경계가 예전보다 훨씬 덜 보이는 제품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엣지를 붙인 접착층이나 경계가 눈에 띄는 제품이 꽤 있었다. 지금은 상당히 깔끔해졌다. 도장 도어가 가진 디자인적인 장점은 여전히 분명하지만, 다른 마감 방식과의 차이가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가격 차이는 여전히 크다.
왜 그럴까?
도장 도어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일반적인 도어는 자동화된 설비를 활용해 비교적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도장 도어는 제품과 생산 방식에 따라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공정이 많다.
표면을 다듬고, 도장하고, 건조하고, 다시 다듬고, 다시 도장한다. 원하는 품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공정을 거치고, 고광택 제품이라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추가 작업도 필요하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도장 도어가 비싼 것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이 정도로 손이 많이 들어간다면 비싼 것이 이상하지 않다.
내가 궁금한 건 따로 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차이를 내가 그 가격만큼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여기에 조금 회의적이다.
도장 도어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재단하고, 가공하고, 표면을 만들고, 도장하고, 건조하고, 포장하고, 운반한 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시공한다. 맞춤 제작이나 비규격 제품이 들어가면 과정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찍힘이나 스크래치가 생길 수도 있고, 표면 상태나 색상에 미세한 편차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장은 작은 차이에도 민감한 마감이다.
몇 년 뒤 AS를 해야 할 때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어 하나가 손상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보자. 필름이나 시트 계열은 같은 마감재가 남아 있다면 비교적 비슷한 느낌으로 다시 제작할 수 있다.
도장은 조금 다르다. 같은 색상 코드로 다시 만들어도 기존 도어는 이미 몇 년 동안 빛과 생활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새로 만든 도어와 미묘한 색 차이가 생길 수 있어 기존 색상을 확인하거나 다시 맞추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시간도 필요하다. 가공하고, 도장하고, 건조하고, 표면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주문한다고 바로 새 도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참 손이 많이 가는 도어다.
그렇다고 도장 도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컬러에 아주 민감하거나, 모서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특정한 색과 광택을 구현하고 싶다면 도장 도어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그 미묘한 차이가 중요하다면 나 역시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건 평범한 집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주방만 고르면 끝나는 게 아니라 바닥도 해야 하고, 창호도 해야 하고, 욕실과 조명도 바꿔야 하는 집이다.
그런 집이라면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
“한 발짝 뒤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차이를 위해 이만큼의 돈을 더 쓸 것인가?”
내 대답은 아마 아닐 것이다.
도장 도어가 나쁜 제품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마감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제품이다. 그래서 비싼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비싸게 만드는 이유와 내가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인테리어에는 돈을 쓸 곳이 너무 많다.
나라면 그 돈을 다른 곳에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