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가구를 보다 보면 ‘친환경’이라는 말을 정말 자주 만난다.
‘친환경 E0 등급 자재 사용.’
‘SE0 최고급 친환경 보드 사용.’
‘친환경 인증 자재 사용.’
친환경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왠지 안심이 된다. 몸에도 더 좋을 것 같고,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한 단계 높은 가구처럼 느껴진다. 아이 방에 놓을 가구라면 더 눈길이 간다.
물론 친환경 자재는 중요하다. 나도 가능하다면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적은 자재를 고르고 싶다.
그런데 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가구 브랜드를 고를 때라면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는 말을 특별한 장점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제는 그 정도는 기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우리가 자동차를 살 때 “이 차에는 안전벨트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감탄하지는 않는다. 안전벨트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구의 친환경 자재도 나는 비슷하게 생각한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가구 브랜드라면 자재를 선정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품질 기준과 검증 절차를 거친다. 소비자의 눈높이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런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경쟁력이라기보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모든 업체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규모가 작은 제작업체까지 어떤 자재를 사용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업체가 낯설거나 자재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면 어떤 보드를 사용하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가구에서 이야기하는 ‘친환경’은 무엇을 의미할까?
가구를 보다 보면 E1, E0, SE0 같은 표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표현은 주로 PB나 MDF 같은 목질보드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 수준을 구분할 때 사용된다.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방출량이 적은 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 방에 들어가는 가구나 붙박이장처럼 많은 양의 목질보드가 사용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환기가 어려운 공간이라면 조금이라도 방출량이 적은 자재를 고르는 것이 마음도 편하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서 봤으면 한다.
좋은 보드를 사용했다는 것과 좋은 가구를 만들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가구는 보드 한 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드를 자르고 구멍을 뚫고, 표면재를 입히고, 모서리를 마감하고, 여러 부재와 하드웨어를 조립해 하나의 가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표면재와 접착제를 사용했는지, 절단면과 모서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따라 완성된 가구의 방출 특성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집에 들여놓는 것은 보드 한 장이 아니라 완성된 가구다.
자동차도 좋은 엔진이나 모터 하나만 넣는다고 좋은 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동력계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차체와 서스펜션을 비롯한 여러 장치가 제대로 맞물려야 비로소 좋은 차가 된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좋은 보드는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좋은 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 하나가 그 가구의 친환경성이나 품질 전체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E0보다 SE0가 더 좋습니다”라는 설명을 들어도 그것만으로 가구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같은 조건이라면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더 적은 자재를 고르겠지만, 그 차이 하나만으로 가구 전체의 우열을 판단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어떤 표면재를 사용했는지, 모서리와 절단면은 어떻게 마감했는지, 어떤 접착제와 부자재를 사용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친환경 기준을 충분히 갖췄다면 그때부터는 수납은 잘 설계되어 있는지, 하드웨어는 적절한지, 마감은 깔끔한지, 시공은 제대로 하는지처럼 가구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볼 차례다.
나는 친환경 자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에 안전벨트가 있다고 좋은 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차라면 안전벨트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가구를 고르고 있다면, 나는 그 문구 하나만으로 좋은 가구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친환경이라는 기본을 갖췄다면 이제 그다음을 볼 차례다.
친환경은 좋은 가구를 특별하게 만드는 장점이 아니라, 좋은 가구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