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린 상판, 정말 흠잡을 데 없을까?

by수박공장장

주방 상판을 고르다 보면 대체로 세 가지 소재를 만나게 된다. 인조대리석, 엔지니어드 스톤, 포세린. 물론 이보다 저렴한 소재도 있지만, 일반적인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디자인과 품질을 어느 정도 생각한다면 대부분 이 셋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그중 요즘 가장 고급 소재처럼 이야기되는 것이 포세린이다. 가격도 대체로 높은 편이다. 최근 모델하우스를 다니다 보면 포세린 상판을 정말 자주 만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고급 주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재가 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비싼 만큼 뭐가 좋을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내구성이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포세린은 정말 단단하다.

표면 경도가 높아 일상적인 사용에서 긁힘에 강하고, 열에도 강한 편이다. 주방에서 칼이나 금속 조리도구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잔 흠집이나 뜨거운 조리도구 때문에 상판이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주방 상판을 한번 보자. 인조대리석이라면 오래 사용하면서 생긴 잔 흠집이나 얼룩이 보이는 집도 있을 것이다. 밝은 색이라면 사용 환경에 따라 변색이나 오염이 신경 쓰이기도 한다. 포세린은 이런 부분에서 확실히 편하다. 상판을 꽤 험하게 쓰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소재다.


다만 단단하다고 무적인 것은 아니다. 표면의 긁힘에는 강하지만 모서리나 가공된 부분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깨지거나 이가 나갈 수 있다. 싱크볼이나 쿡탑처럼 구멍을 낸 부분 역시 가공과 시공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긁히지 않는 것과 깨지지 않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두 번째 장점은 디자인이다. 포세린에는 천연 대리석을 닮은 크고 과감한 무늬가 많다. 인조대리석이나 엔지니어드 스톤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패턴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 그래서 큰 판으로 시공해 놓으면 제법 근사하다.


그런데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포세린은 돌처럼 보이지만 천연석은 아니다. 석재처럼 보이는 무늬 역시 사람이 디자인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상당히 자연스럽지만, 제품에 따라 가까이에서 보면 패턴이 조금 인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포세린을 고를 때 작은 샘플만 보고 결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가능하면 큰 판으로 보고, 멀리서 한 번, 가까이에서 한 번 보는 게 좋다. 특히 무늬가 강한 제품일수록 실제 주방에 넓게 적용됐을 때의 느낌은 작은 샘플과 꽤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석재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포세린의 분명한 장점이다. 천연석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원하는 색과 무늬를 비교적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고, 큰 면에 시원하게 이어지는 석재 패턴을 만들기에도 좋다.


세 번째는 두께다. 포세린이 주방에 처음 많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얇은 상판은 꽤 신선했다. 두껍고 묵직했던 기존 상판과 달리 얇은 선 하나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주방을 훨씬 가볍고 세련돼 보이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다른 상판 소재도 가공과 설계 방식에 따라 상당히 얇고 날렵하게 연출할 수 있다. 얇은 상판이 더 이상 포세린만의 전유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얇은 상판이 좋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포세린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예전보다 줄었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보면 포세린은 꽤 괜찮다. 잘 긁히지 않고, 열에도 강하다. 무늬도 다양하고 얇고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기에도 좋다.


그렇다면 단점은 뭘까? 가장 먼저 가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포세린의 가장 큰 장점이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포세린은 높은 온도에서 구워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다란 판을 주방 크기에 맞춰 자르고, 싱크볼과 수전, 쿡탑이 들어갈 자리를 정밀하게 가공해야 한다. 단단하니 가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장에서 잘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커다란 판을 깨뜨리지 않고 현장까지 옮겨야 하고, 주방에 맞춰 정확하게 설치해야 한다. 가공부터 운반, 시공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단단해서 좋은데, 단단해서 비싸다.


포세린이 비싼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나는 포세린 상판을 볼 때 개인적으로 한 군데를 더 본다. 윗면이 아니라 상판 아래다.


일부 포세린 슬랩의 뒷면에는 제품의 취급과 가공 등을 위해 매쉬 형태의 보강재가 적용돼 있다. 싱크대 하부장을 열고 상판 아래쪽을 보면 이 구조가 그대로 보이는 제품도 있고, 별도의 패널이나 지지 구조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처음 보면 조금 낯설다.


특히 매쉬 형태의 유리섬유 보강재가 그대로 노출돼 있으면 왠지 고급스러운 상판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비싼 돈을 주고 고른 상판인데 하부장을 열었더니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괜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리섬유는 석면과 같은 물질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시공된 상판의 보강재가 음식으로 떨어져 문제가 된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다만 노출된 유리섬유는 피부를 자극할 수 있으니 굳이 손으로 만져볼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처음 이 구조를 봤을 때 조금 신경이 쓰였다. 위에서는 매일 음식을 만들고, 바로 아래 하부장에는 그릇과 조리도구를 넣어두기 때문이다. 위험해서가 아니다. 그냥 한번 알고 나니 자꾸 눈에 들어왔다.


집이라는 게 그렇다. 실제로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만, 매일 사용하면서 내가 계속 신경 쓰이느냐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포세린 상판을 고른다면 윗면만 보지 말고 한 번쯤 아래도 살펴봤으면 한다. 하부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강재가 노출되는지, 별도의 마감이 들어가는지 업체에 물어봐도 좋다.


포세린은 분명 좋은 소재다. 긁힘과 열에 강하고, 큰 석재 패턴을 표현하기 좋으며, 얇고 세련된 주방을 만드는 데도 유리하다. 그리고 비싼 데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소재’와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소재’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자재를 고를 때 장점만 알아서는 부족하다. 어디가 약한지, 무엇이 불편한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비싼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에 제대로 물어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장점이 우리 집에도 그 가격만큼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포세린을 고르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가장 비싼 상판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

좋은 자재를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 필요한 자재를 고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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