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나에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보는 대상이었다. 멋진 작품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해 뜨기 전 바다로 산으로 뛰어다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대면했던 새벽 풍경은 신비로웠고 이슬을 머금고 있던 야생화는 아름다웠다. 그중 유독 이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 바로 망태버섯이다. 망태버섯은 우산 모양을 하고 밤을 지새우다가 새벽이 되면 갓 아래에서 천천히 그물 모양의 망토가 펼쳐진다. 활짝 펴진 모양이 마치 신부의 드레스 같기도 하고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같기도 하다.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이라고 했던가! 노란 치마의 여인은 해가 뜨면 점점 사그라진다. 그래서 망태버섯의 촬영은 인간 생로병사 모든 과정을 찰나에 직관하는 것과 같았다.
촬영할 땐 몰랐었는데 망태버섯은 식용이 가능한 버섯이다. 중국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며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어릴 적 산과 들에서 뛰어놀다 보면 다양한 모양과 색의 버섯을 흔하게 봤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게 음식이 아니라 놀이 도구였다. 귀한 식자재이며 약으로 쓰이는 망태버섯을 사진 촬영의 피사체로만 봤던 것처럼 말이다. 은은한 버섯 향과 쫄깃한 식감의 담백함을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버섯은 백악기 시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버섯은 긴 세월 지구 전 지역에 펼쳐져 생존해 왔고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식탁에 올라와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식용 버섯은 양송이버섯이며 구이나 볶음, 전으로 먹는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 찌개나 전골, 샤브샤브로 먹는 능이, 팽이, 노루궁뎅이버섯 등이 있다.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송로버섯(Truffle)은 주로 향신료로 쓰인다. 이 밖에 식용 버섯으로는 볶음이나 탕으로 먹는 밤버섯, 튀김으로 먹는 달걀·큰갓 버섯, 스파게티나 찌개에 넣어 먹는 꾀꼬리버섯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개금·노름바래기·싸리·까치·검비늘·글쿠·덕다리·목이 버섯 등이 있다.
“일 송, 이 능이, 삼 표고, 사 석이”라는 말처럼 많은 식용 버섯 중 우리나라에서는 송이버섯을 최고로 친다. 동의보감에는 송이에 대해 “맛이 매우 향미하고, 송기가 있다.”라고 하며 버섯 가운데 으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송이버섯은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지만 날로 먹거나 소고기를 넣고 맑게 끓여 먹으면 송이 특유의 향과 맛을 음미하기 좋다.
인간의 관점에서 버섯을 나누면 식용, 약용, 독버섯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버섯을 약용으로 사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건강 식품, 제약 회사 등에서 버섯 성분을 이용해 건강 보조 식품이나 신약 개발에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약용 버섯으로는 항암 효과가 좋은 능이, 성인병 예방에 좋은 송이·영지버섯, 암 예방과 암 증식 억제, 면역력 강화에 좋은 표고버섯, 아토피·콜레스테롤 억제, 심혈관 질환에 좋은 차가버섯, 항암, 항산화 등에 좋은 상황버섯이 있다. 상황버섯은 종양 억제율이 97%에 가깝다고 하니 귀한 약재로 사용될 만하다. 설사, 더위에 도움이 되는 석이버섯, 악성 빈혈 예방에 특효인 동충하초, 해열과 이뇨 작용에 말굽버섯, 소화기 장애 치료, 만성 기관지염에 좋은 복령, 해독과 간염, 동맥경화에 좋은 구름버섯 등이 있다. 내 사진 작품 대상이었던 노랑망태버섯은 신경세포 생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감각 신경 마비 손상에 효과적이며 혈관 질환 및 비만 예방에 좋다고 한다.
독버섯은 화려하고 세로로 찢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식용 버섯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함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느타리버섯과 비슷한 화경버섯이나 싸리버섯과 모양이 같은 붉은싸리버섯, 노란달걀버섯과 닮은 개나리광대버섯은 모두 독버섯으로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우니 조심해야 한다. 독버섯에는 복통, 출혈성 설사, 경련, 간부전증, 혼수상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비탈광대·에밀종·흰알광대 버섯이 있으며 복통, 설사 등의 위장관 증세를 일으키는 마귀곰보·안장 버섯이 있다. 마귀곰보버섯은 생김새도 흉하고 독성도 강해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는 위험한 버섯이다. 동공 수축, 맥박 저하, 심정지 등을 일으키는 광대·그물·맑은애주름 버섯 등이 있으며 어지럼, 저혈압, 실조증, 흥분,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피리·말똥 버섯 등이 있다.
버섯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 즉 곰팡이다. 지구상에 버섯은 대략 1만 5천 종이 있으며 그중 2천여 종이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균류가 발견되니 정확하게 버섯 종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재 인류가 식용 버섯으로 사용하는 건 100여 종에 불과하다. 우리는 제한된 시각과 지식으로 버섯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무수한 별들이 우주를 뒤덮고 있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버섯의 새로운 쓰임과 식용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고성능 망원경으로 우주의 별들을 새롭게 찾아내듯.
NASA는 2021년 크리스마스에 노후화된 허브 망원경을 대체하기 위해 제임스 웹 망원경(JWST)을 우주로 보냈다. 제임스 웹의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허브 망원경이 보여 주지 못했던 또 다른 우주를 우리에게 보여 줬다. 지구상에 새로 생겨나고 발견되는 버섯처럼 말이다. 제임스 웹의 사진과 정보는 우리에게 새로운 우주의 존재를 알려 줬고 지식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
불현듯 우리에게도 제임스 웹 망원경 같은 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버섯 중에 고성능 렌즈 같은 눈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버섯을 찾아내고 연구하면 우리의 식탁은 더욱 풍성해지고 인류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봤다. 버섯은 광활한 우주처럼 아직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다.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일 수 있는 것들도 무궁무진하며 버섯을 통해 암, 고지혈증, 비만 등의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인간 눈에 100억 배 좋은 성능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타인을 바라보는 마음의 폭을 넓히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런저런 버섯과 우주의 별들을 생각하며 버섯 전골에 소주 한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