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리 밥상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산과 들이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면 자연스럽게 캠핑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선선한 바람과 밤하늘의 별과 풀벌레 소리와 함께하는 야외 바비큐는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는 주야장천 돼지고기만 구워 먹었던 것 같다. 경험이 쌓이고 바비큐에 요령이 생기면서 소고기와 닭고기 등 다른 메뉴에 도전했고, 나중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식재료를 불에 올리려고 했다. 그러던 중 고등어가 눈에 들어왔다. 고등어를 숯불에 올려놓으면 리드미컬하게 기름이 지글대며 익어 간다. 불맛이 더해진 노릇하게 익은 고등어는 그 맛이 일품이다. 육 고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맛이다. 우리나라 고기의 대표 주자가 돼지고기라면 생선에서는 고등어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하다. 그래서 내 바비큐 메뉴에 최애로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고등어는 우리 정서에 맞는 노래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로 시작해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로 끝나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는 고등어를 소재로 경쾌하면서도 잔잔하게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로 시작되는 루시드 폴의 ‘고등어’는 서정적인 감성이 짙게 흐른다. 이 밖에도 고등어는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의 인기 출연자이기도 하다. 시, 소설, 수필에 고등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의외로 많다. 부모님에게 보내는 사모곡 같은 현경희 작가의 시집『고등어』, 1990년대 시점에서 격변의 1980년대 운동권의 이야기를 돌아본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고등어』, 열아홉의 순수성을 만날 수 있는 이복희 시인의『고등어』도 있다. 바닷가 횟집 수족관에 잡혀 온 고등어의 필사적 탈출기를 다룬 이대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도 있다. 이 영화는 드넓은 바다에서 잡혀 온 고등어가 수족관 안의 부조리한 권력 구조에 굴하지 않고 자유를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술 데생에서도 고등어는 빠지지 않는 소재다. 이처럼 고등어는 셀 수 없는 많은 바카라과 작품들, 문학적, 예술적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고등어는 우리에게 친숙한 생선이다.
고등어는 문학적으로 친숙할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생선이다. 최근 들어 고등어, 갈치의 소비는 줄어들고 연어, 장어 판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고등어는 국민 대표 생선이다. 고등어는 농어목 생선으로 몸길이 30~40㎝이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온대,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며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대표적인 계절 회유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이다. 고등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 DH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뇌와 혈관 건강에 좋다. 인지능력 및 기억력 향상,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고령화 슬롯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더욱 권장해야 할 생선이다. 비린내 난다고 멀리할 것이 아니다.
고등어는 각종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이다. 야맹증, 안구건조증 등 눈병 예방(비타민A)에 좋고 피부 질환 예방과 증상 개선(비타민B2, B3)에도 도움이 된다. 피로 해소와 신진대사 촉진에 도움(비타민B)을 주며 뼈 건강, 골다공증 등 골 질환 예방과 성장기 어린이의 발달(비타민D)에도 좋다. 약방의 감초처럼 마트에서 항상 접할 수 있는 고등어는 맛뿐만 아니라 우리 건강에도 훌륭한 생선이다.
고등어는 잡히면 바로 죽고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가 중요하다. 고등어 횟집이 드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냉장 시설이 없는 옛 우리 선조는 부패를 막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고등어를 소금에 절였다. 동해안 영덕에서 내륙에 있는 안동까지 가져가기 위해 고등어를 소금에 절인 것이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다. 신선한 고등어는 회로도 먹지만 주로 구워 먹거나 조림해서 먹는다. 특히 묵은 김치를 넣고 만든 고등어조림은 최고의 밥도둑이다. 숯불에 직화로 구우면 술안주로도 별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캠핑족에게 고등어 숯불구이는 꼭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반면에 고등어 내장 젓갈은 예전에는 왕에게 진상품으로 올릴 정도로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또 구이와 조림 이외에도 전과 찌개, 국, 죽, 숙회로도 먹었다.
고등어에 얽힌 일본 명칭에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사바사바’라고 있다. 고등어가 일본어로 ‘사바(さば)’다. 고등어가 귀했던 시절 관청에 일을 부탁하기 위해 나무통에 고등어 2마리를 담아 갔는데 어떤 이가 그게 뭐냐고 묻자 그냥 ‘사바’라고 얘기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를 ‘사바(娑婆)’라고 하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들의 삶은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이렇듯 고등어는 특별해 보일 것 없지만 어떤 생선보다 실속 있다. 화려하지도 번지르르하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의 삶과 닮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고등어와 결이 같기에 대중가요나 많은 문학 작품의 단골손님인지도 모르겠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고등어는 우리에게 참 친숙하다. 문득 ‘우리도 식탁의 고등어처럼 주변 사람들을 친숙하게 대한다면 타인들과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최근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범죄들이 하루가 멀게 일어나고 있다. 사건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상대에게 무시당했다거나 불친절한 태도 때문에 다툼이 시작된다. 인간은 낯섦에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는 폭력을 불러온다. 결국 많은 분쟁의 원인은 낯섦에 따른 두려움 때문이다. 밥상의 고등어 보듯이 타인을 낯익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불필요한 분쟁과 다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친근함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또한 고등어가 국민 대표 생선으로 남아 언제나 우리 밥상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