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 장관회의는 단순한 기술 포럼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가올 22세기 디지털 제국의 헌법을 기초하는 제헌회의였다. 패권국이 어떻게 혁신을 국가 주권으로 치환하고 있는지, 그 철학적 전환을 살펴보자. ALTUS SOLUM 2026.9.3.(목)
2026년 9월 1일부터 2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G20 혁신 장관회의(Innovation Ministerial)'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은 단순한 기업인들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 젠슨 황, 샘 올트먼, 알렉스 카프, 톰 브라운. 이들은 인류의 지적 한계를 돌파할 신경망(AI)과 물리적 한계를 대체할 근육인 휴머노이드를 창조하고 이를 통제할 데이터 권력을 쥔 21세기의 리바이어던이자, 기술패권을 향한 디지털 제국의 군주(Tech Oligarch)들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들을 G20라는 외교적 무대 한가운데로 불러들여 도출해 낸 '캐롤라이나 원칙(Carolina Principles)'은 단순한 기술 협약이 아니다. 그것은 다가올 22세기 제국의 '헌법'을 기초하는 철학적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회의에서 오간 수사들을 걷어내고, 그 기저에 깔린 패권국의 통치 철학을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가이성(Staatsräson)의 재건'이다.
https://fishingproductfr.com/@24b21b72d8be455/168
□ '원칙적 허용(Default Legal)' : 규제 국가의 종말
머스크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서 국가의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원칙적 금지(Default Illegal)'에서 '원칙적 허용(Default Legal)'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포지티브 규제(예외적 허용)의 사슬을 끊고 네거티브 규제(예외적 금지)로 넘어가자는 제안으로 국가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접근이다. 과거의 국가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두려워하며, 법이 허락한 좁은 영토 내에서만 혁신을 허락해 왔다. 그러나 12~18개월마다 지적 능력을 추월하며 팽창하는 AI 앞에서는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명적 자살 행위라는 것이다.
미 상무부가 명문화한 <캐롤라이나 원칙>은 이 철학을 제국의 공식 매뉴얼로 승격시켰다. 새로운 규제를 신설할 때는 기존 법이 감당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틈새(gaps)'에만 국한하라고 못 박았다. 더욱 서늘한 대목은, 규제를 평가할 때 기술의 부작용만 보지 말고 '기술 도입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of delayed adoption)'을 반드시 계산하라고 명시한 점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부작용을 핑계로 혁신을 주저하는 시간 자체가 국가 주권을 갉아먹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라는 선언이다. 국가는 혁신을 감시하는 '통제자'에서 물러나, 기술 패권의 지배자들이 마음껏 내달릴 무대를 깔아주는 '인프라 설계자'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이 '원칙적 허용'의 철학은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국가의 규제 철폐는 굳건한 국가이성과 법치주의가 전제되었을 때만 혁신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공적 시스템을 진영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염치없는 지대 추구에 혈안이 된 정치 지형에서 무턱대고 규제의 빗장을 풀면, 더 적극적으로 국고가 탕진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혁신의 장이 아니라, 권력 주변의 모리배들이 국고와 제도를 마음껏 뜯어먹는 '합법적 약탈장'이 된다. 야생성을 감당할 국가이성 자체가 붕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 디지털 주권과 '두 국가론'이라는 은어(Jargon)의 파산
G20 합의문 서문은 첨단 기술이 더 이상 경제 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주권(Sovereignty) 그 자체'로 격상되었음을 공인했다. 머스크의 경고대로, 10억 대의 휴머노이드가 활동할 미래의 진짜 병목은 컴퓨팅 파워가 아니라 '전력 인프라'다. 원자력과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거대한 국가 전력망(Grid)을 개조하지 못하는 나라는 독립된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코드를 짜는 것은 민간의 몫이지만, 그 코드가 돌아갈 막대한 물리적 에너지를 공급하고 22세기의 디지털 영토를 사수하는 것은 온전히 국가 안보와 국방의 몫으로 남는다. 이것이 캐롤라이나 원칙이 천명한 "유연한 정바카라 프레임워크"의 본질인 것이다.
미국이 100년 뒤의 물리적,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가? 텅 빈 조종석에 앉은 권력자들은 실재하는 위협을 외면한 채, '평화 공존'이라는 감상적인 은어(Jargon)로 대중의 눈을 가리고 국가의 헌법적 당위마저 내던지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하여 우리 외교 당국자 면전에서 남북관계를 이례적으로 '두 국가'로 명시하는 참담한 외교적 모욕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3조와 4조는 분명히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바카라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북한이 '통일'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명문화하며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우리 안방에서 분단의 영구화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치욕적인 외교적 빌미를 제공한 것이 다름 아닌 우리 내부라는 사실이다. 현 통일장관은 '2026 통일백서'를 통해 헌법을 무시한 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라는 기괴한 논리를 공식화했다. 북한의 겁박을 견디지 못하고 분단을 인정해 버리는 비겁한 항복 선언을 '평화'라는 고결한 단어로 포장한 전형적인 위선이다.
알렉산더 카프(Alexander Karp)가 괴테 대학교에서 받은 철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비판했던, 잔혹한 현실(Reality)을 회피하기 위해 도덕적 우월감으로 자신을 기만하는 '진정성의 은어(Jargon of Authenticity)'가 국가 정바카라으로 둔갑한 형국이다. 은어는 불안한 대중에게 심리적 위안을 줄지는 몰라도, 실재하는 폭력을 막아내지 못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나서서 "두 국가론은 북한의 입장"이라며 선을 긋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망가진 국가이성의 바닥을 여실히 드러낸 후였다.
(※ Karp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tbc..)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진정한 평화는 분단의 영구화를 인정하는 타협이나 언어 유희에서 오지 않는다. 압도적인 체제의 우위와 헌법적 신념만이 잔혹한 야생에서 평화를 강제할 수 있다. 세계의 패권국들은 100년 뒤의 문명적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유럽을 향한 카프의 경고("It's game time")에 우리도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첫째,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짜인 '사고방식'을 폐기해야 한다. 정치 권력은 직업 관료와 전문가의 영역을 존중하고, 제발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며 배워야 한다. 어쭙잖은 식견과 낮은 시선으로 미래의 부작용을 미리 재단하여 혁신의 싹을 자르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둘째, AI와 데이터센터, 로봇 산업을 지탱할 압도적인 전력 확보를 최우선 국가 안보 과제로 격상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바카라으로 봐서는 안 된다. 22세기 디지털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절박한 '국가 안보 및 국방 정바카라'이다.
마지막으로, 도덕주의적이고 감상적인 은어(Jargon)로 대중의 눈을 가리고 현실의 구조적 위기를 방치하는 정치를 끝내야 한다. 지금 '평화 공존' 같은 한가한 구호를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세계는 종말을 두려워하며 뒤로 웅크리는 자들과, 그 두려움을 안고 통제되지 않는 미래로 기꺼이 몸을 던지는 자들로 양분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을 쥐고 흔드는 어리석은 모리배가 아니라, 기득권의 저항을 부수고 텅 빈 야생의 디지털 영토를 열어젖힐 십자가를 짊어질 스테이츠맨(Statesman)이다. 이 문명의 비동기화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우리에게 남은 미래는 제국의 변방에서 그들이 짠 소프트웨어의 지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신세계 '디지털 식민지'의 비참한 운명뿐이다.
https://fishingproductfr.com/@24b21b72d8be455/179
<대한민국 헌법>
<백악관 G20 관련 성명>
<미 상무부의 카롤리나 원칙 안내>
The Carolina Principles for Emerging Technologies | U.S. Department of Commerce
<해외 언론>
https://www.axios.com/local/raleigh/2026/08/28/g20-chapel-hill-tech-ai-altman-huang
https://www.cnbc.com/2026/09/02/g20-innovation-ministerial-live-updates.html
Karp: ‘I don’t believe in the doom message’ of AI
https://www.france24.com/en/technology/20260902-palantir-france-digital-sovereignty
<국내 언론>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