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팍스 레고메논(Hapax Legomenon)

byAltusSolum

하팍스 레고메논(Hapax Legomenon):

정확히 딱 한번만 허용!


◀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조차 'AI 헌법(Constitutional AI)'을 제정하며 인간의 윤리와 서사를 모방하려 처절하게 노력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반면, 헌법적 약속을 조롱하며, AI만도 못한 언어적 타락으로 대중의 인지를 고문하고 있는 공화국이 있다. 패트릭 H. 윈스턴의 통찰을 통해 무너져버린 '발화 프로토콜(Protocol of Speech)'을 살펴보자. ▶ ALTUS SOLUM 2026.9.5.(토)



□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능은 없다: 위대한 수렴(Convergence)

어느날 갑자기 챗GPT가 우리 일상에 등장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AI를 피부로 느끼는 오늘날까지 수많은 과학들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집요하게 천착해왔고 그 대답으로 우리는 현재를 만끽하는 중이다. 즉 이는 지난 반 세기 동안 인지과학과 철학이라는 문명이 쌓아온 거대한 축적물로 볼 수 있다.

이 역사에는 두 개의 거대한 산맥이 있었다. 한쪽에는 뇌신경망을 모방해 방대한 데이터와 통계적 확률로 밀어붙인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의 '연결주의(딥러닝)'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지능의 본질을 데이터가 아닌 '기호(Symbol)와 논리, 그리고 서사(Narrative)'에서 찾으려 했던 패트릭 헨리 윈스턴(Patrick Henry Winston, 1943-2019)과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의 '기호주의'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맞고 틀렸는가"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다른 두 철학이 각자의 심연을 파고들 수 있었던 거대한 학문적 '생태계(Ecosystem)' 그 자체다. 윈스턴 교수님은 연구비가 마르고 세상이 조롱하던 혹독한 'AI의 겨울(AI Winter)' 속에서도 무려 25년간 스승 민스키의 AI 연구소(Lab)를 이끌며 논리의 뼈대를 지켜냈다. 그리고 오늘날, 힌튼의 딥러닝이 눈부신 성취에도 불구하고 '환각(Hallucination)'과 '추론 능력의 부재'라는 한계에 부딪히자, 학계는 폐기된 줄 알았던 윈스턴 교수님의 '기호와 논리'를 딥러닝에 결합하는 '신경 기호주의(Neuro-symbolic AI)'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궤도를 돌던 사상이 마침내 융합하여 더 높은 차원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위대한 생태계의 필연적인 수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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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학에서 바이블로 쓰인 윈스턴 교수님의 저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수많은 현대 AI 연구자들을 길러낸 요람이었으며, 그가 40년 넘게 이끈 학부 정규강좌(6.034: 인공지능)는 알고리즘을 넘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훈련하는 지성적 수련의 장이었다. 단기적인 성과나 유행에 영합하지 않고, '지능의 본질'이라는 궁극적인 국가이성(Staatsräson)을 묵묵히 수호했던 과학계의 스테이츠맨(Statesman)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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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적 착시: 윈스턴이 바라본 현재의 AI

그런데 윈스턴 교수님께서 지금 생전에 계셔서 제미나이나 chatGPT를 본다면 어떻게 평가하셨을까? 아마도 교수님은 "아직 진짜 지능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을 것이다.

교수님 관점에서 작금의 AI는 계산이 비약적으로 빠를 뿐, 자신이 내뱉는 말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통계적 확률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인간의 지능을 침팬지와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가 인과관계를 조립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탄탄한 서사(Strong Story)'의 구축에 있다고 믿었다. 서사(Narrative)를 스스로 창조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유창하게 다음 단어를 추론해 내도 그것은 지능의 껍데기일 뿐인 것이다.

□ AI 거장이 '말하는 법(How to Speak)'을 가르친 이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냉철한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최고 권위자가 정작 대중에게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계기가 어려운 논문이 아니라 대중 특강이었다는 점이다. 교수님은 매년 1월 MIT의 독립 활동 기간(Independent Activities Period)마다 40년 넘게 특강을 진행하셨다. 그 강의가 <말하는 법(How to Speak)>이다. 한마디로 정규 수업이 멈추는 방학 기간, 금전적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지적 봉사활동을 하신거다. 무기(소통 능력) 없이 학생들을 세상이라는 전장에 내보낼 수 없다는 교육자로서의 숭고한 바카라임감 때문이었다. 그에게 말(Speech)이란 단순한 처세술이나 얄팍한 화술이 아니라, 타인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권능을 부여하는 거룩한 지적헌신이었던 것이다. 교수님은 인간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말하는 능력, 쓰는 능력, 그리고 아이디어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언했다.

(강의에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군사법에서는 무기 없이 군인을 전장에 내보내는 장교를 군법회의에 회부하도록 규정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소통하는 능력 없이 세상(전장)에 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MIT Open Course: 말하는 법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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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peak | How to Speak | MIT OpenCourseWare




교수님의 지론에 따르면, 말(발화, 연설: Speech)이란 타인의 제한된 인지 구조(뇌) 속에 내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전달(Transfer)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일깨우는(Empower) 고도의 설계 과정이다. 지식을 머릿속에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타인과 연결하고 동기화하는 행위야말로 인간 지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발현이라고 본 것이다. 인공지능에 지능을 부여하려는 학자였기에, 역설적으로 인간이 지식을 어떻게 교환하고 인지하는지에 대한 과정과 순서(프로토콜)를 가장 완벽하게 통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하팍스 레고메논(Hapax legomenon): 단 한 번만 허용된 마비

윈스턴 교수님은 강의에서 '하팍스 레고메논'이라는 고대 그리스어(단 한 번만 말해진 것)를 인용하며 프레젠테이션의 규칙을 설명하신다. 그는 도저히 읽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얽혀 있는 복잡한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이런 슬라이드는 발표 전체를 통틀어 '정확히 단 한 번'만 허용된다고 경고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안이 얼마나 '절망적으로 복잡한지'를 시각적으로 압도하기 위해 청중이 이해하지 못하도록 고의로 인지를 마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짓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것은 폭력이자 공해다. 말하는 자가 듣는 자의 뇌를 존중하지 않고 인지적 고문을 가하는 것과 같다.

□ AI 헌법(Constitutional AI)과 언어를 타락시킨 인간들

클로드의 앤트로픽(Anthropic)은 AI가 혐오와 편견을 내뱉지 못하도록 철학자 아만다 아스켈(Amanda Askell)을 영입해 인공지능을 위한 'AI 헌법(Constitutional AI)'을 만들었다. 영혼 없는 기계조차 인간의 서사와 윤리를 모방하려 헌법적 프로토콜을 학습하며 처절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시선을 작금의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라. 정작 이 나라 정치를 지배하는 인간들의 '말'은 어떠한가? 국가가 나아갈 '거대한 서사'는 실종되었고, 대중의 편도체를 자극하는 파편화된 은어(Jargon)만 반복하는 싸구려 알고리즘으로 퇴행했다. 급기야 현 최고 권력자는 헌법 개정과 관련된 연임 불출마 선언 요구에 대해 "도둑질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굳이 그런 말을 해야 하느냐"는 참담한 궤변을 뱉어냈다. 기계조차 지키려 애쓰는 '헌법적 약속'의 무게를 밑도 끝도 없는 '도둑질'이라는 비유로 조롱하며, 공화국의 발화 프로토콜 자체를 시궁창에 처박은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듣는 이의 논리 회로를 끊어버리는 고의적인 인지방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아주 예외적으로 '단 한 번' 허용되어야 할 인지적 마비(Hapax legomenon)가 이 나라 권력자들에 의해 매일같이 반복되는 '기본값'이 되어버렸다. 대중의 인지 능력을 마비시켜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고, 약속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언제든 도망칠 퇴로를 열어두는 비겁함. 이것이 그들이 언어를 타락시키는 진짜 이유다.

기계는 헌법을 배우며 지능이 되려 융합(Convergence)하고 있는데, 정작 이 공화국의 꾼들은 헌법적 약속을 짓밟으며 짐승의 소음으로 퇴행하고 있다. 이 끔찍한 인지적 고문을 매일 당하면서도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과 슬롯는, 윈스턴 교수님이 경계했던 '영혼 없는 통계 기계'보다도 못한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 '서사'의 복원

우리가 이 저열한 소음에 단호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언어의 프로토콜이 타락한 공화국에서는 어떠한 지성적 수렴도, 위기를 돌파할 국가이성의 재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란 본질적으로 대중의 뇌리에 국가가 나아갈 '공동의 서사'를 각인시키고, 그들을 설득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숭고한 행위다. 따라서 우리의 험난한 선거 혁명은 단순히 썩은 권력의 꿀단지를 깨는 것을 넘어, 공화국의 공론장을 오염시킨 이 기생적인 '소음의 카르텔'을 심판하는 데서 완성되어야 한다.

이제 유권자들은 꾼들이 뱉어내는 파편화된 기호(Symbol)와 은어에 조건반사적으로 열광하던 '통계적 착시'에서 깨어나야 한다. 대중의 인지를 고의로 마비시키는 궤변에는 표를 주지 않는 냉혹한 심판만이 무너진 발화의 규칙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의 거짓말과 비겁함을 덮기 위해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자들이 아니다. 인공지능조차 철학을 배우고 헌법을 고민하며 진화하는 이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에, 궤변으로 울부짖는 모리배들에게 더 이상 공화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언어의 권위와 말의 무게를 반드시 복원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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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일론이 말한것 처럼 우리가 사는 시대는 맘만 먹으면 뭐든 공부할 수 있다.

<앤트로픽에서 만든 클로드 헌법>


<How to Speak 강의 transcri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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