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가짜 미소가 나를 갉아먹기 시작할 때
억지로 눌러둔 감정은 이상하게도 잠들었을 때 더 선명해졌다.
내 남편은 자다가도 기분이 좋은지 가끔 “히히히” 하고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잠꼬대를 한다.
하지만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나는 정반대다. 가끔 자면서도 화를 내거나 누군가와 싸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은 종종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다가 또 왜 화를 냈어?”라고 묻는다.
이건 내가 20대일 때부터 종종 있던 일이다. 처음에는 그냥 잠버릇이 좀 심한가 보다 했다. 자다가 갑자기 “아이씨!” 하고 화를 내거나 누군가와 싸우듯 중얼거리는 일이 가끔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화가 그냥 잠버릇만은 아닌 것 같았다.
꿈속에서 싸우는 상대방의 얼굴이 낯익을 때도 있었고 특별한 꿈을 꾸지 않았는데도 잠결에 갑자기 짜증을 내는 날도 있었다. 현실에서는 끝내 화내지 못하고 웃어넘겼던 사람들의 얼굴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경험까지 일반화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 경우에는 낮에 꾹 눌러두었던 화가 밤이 되면 엉뚱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돌이켜보면 이유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나를 은근히 괴롭히던 아이들 앞에서도, 대학 시절 나와 동기들에게 막말을 하던 선배 앞에서도, 슬롯에 나와 무례한 온라인 게임 상사를 마주했을 때도 나는 늘 비슷했다. 속으로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 앞에서는 그저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번 웃어넘기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끝난 게 아니었다. 그 성질은 밤이 되어서야 꿈속에서, 나를 만만하게 보던 사람들을 상대로 뒤늦게 터졌다.
낮에는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웃고 밤에는 꿈속에서 다시 싸웠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내보지 못했던 말을 그제야 하고, 따지고 싶었던 것들을 따졌다.
하루 종일 밖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삼켜버린 감정이 더 이상 웃을 필요 없는 밤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