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살롱 드 리브르, 바카라 너머의 도서관

by해서 Madame Proust

도서관에 가는 이유? 당연히 바카라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카라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도서관에서 바카라을 빌리고 강좌를 듣는다.


그러니 꽤 괜찮은 일타 쌍피다.



이번 주에도 도서관 문화센터에서 영어 회화와 바이올린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첫 수업을 들어보고 기대에 못 미치면 취소할 생각이었다. 요즘 해야 할 일이 많아 무언가를 또 시작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수업에 들어가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선생님은 열정적이었고 함께 배우는 사람들도 열심이었다. 영어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애쓰고, 바이올린 활을 한 번이라도 더 제대로 그어보려고 집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좀 열심히 해야겠다.



도서관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바카라 한 권을 만나러 갔다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호기심까지 다시 만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도서관을 좋아했다.


이 연재에서는 내가 다니는 도서관을 ‘숲빛’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큰 창 너머로 숲이 보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색도 달라진다.


그래서, 숲빛.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도서관과 요즘의 도서관은 많이 다르다.


바카라장과 바카라상, 의자가 전부였던 것 같은 공간에 이제는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다. 창가를 따라 길게 놓인 테이블에는 턴테이블이 있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볼 수도 있다.


강연회도 열리고 북콘서트도 열린다. 심지어 이곳에는 수영장까지 있다.


서가에는 미술과 건축, 인테리어 바카라과 화집이 가득하다. 그 사이에서 발레 바카라을 발견하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걸음을 멈춘다. 벽에는 한 점의 그림처럼 아트 타일이 이어져 있다.


바카라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예술을 만나고,
또 무언가를 배우는 곳.


나는 이런 도서관을 마음속으로 ‘살롱 드 리브르’, 바카라의 살롱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내게 이곳은 이미 바카라을 빌리는 곳을 넘어섰으니까.


도서관이 변하는 동안 나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 집어 들던 바카라과 지금 고르는 바카라이 다르고, 배우고 싶은 것도 달라졌다. 한때 열심히 했다가 놓아버린 것을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전에는 관심조차 없던 분야의 바카라 앞에서 한참을 서 있기도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도 도서관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조금 그리워진다.


지금도 자주 가는 곳인데 말이다.


무엇이 그리운 걸까.


아마 도서관 자체만은 아닐 것이다.


도서관에는 그때 읽었던 바카라뿐 아니라 그 바카라을 읽던 시절의 나도 남아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바카라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면서, 가끔은 그곳에 남겨두었던 오래 전의 나를 만나러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연재에는 바카라 이야기만 쓰지 않으려고 한다.


바카라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배움을 만나고,
가끔은 오래 전의 나를 만나는 곳.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바카라장을 덮고 고개를 들면
큰 창 너머로 숲이 보이니까.


숲빛에서 나는 앞으로 또 무엇을 만나게 될까.


바카라 한 권일 수도 있고,
새로운 취미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아직 내가 모르는 나일 수도 있다.


그것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바카라 너머에서 만나는 것들에 대하여.



오늘도 숲빛의 문을 열며


샬뤼, 살롱 드 리브르!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