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길 (6)

밤은 안개를 안고 간다.

by조은


에펠탑을 어둠 속에 세워둔 채 센 강으로 향했다.


센 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 중 퐁뇌프를 골랐다.


센 강의 밤은 안갯속에 고요했다.


간간이 지나가는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보이는 행인이 눈에 띌 뿐, 짙은 밤안개가 소음까지 덮고 있는지 에펠탑 주변보다 조용했다.


앙리 4세 때 완공된 이 석조 다리는 짙은 밤안개 속에서도 아늑하게 빛난다.


퐁뇌프를 걷다가 문득 오늘 부고를 전해온 그의 사랑 얘기가 생각났다.


"오늘 떠난 그보다, 그녀는 일찍 떠났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는 행복은 죽은 자만 누리는 것인지, 마음이 저려왔다.


그들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 주변을 좀 더 적셨더라면. 낮게 깔린 안개 사이를 천천히 흐르는 센 강의 모습이 그들의 사랑처럼 아련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작지만 단단한 체격 때문이었는지 작약 같아 보였다고 했다.


작약을 잘 몰랐던 탓에, 나는 그녀가 작은 조약돌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줍은 그녀가 작약처럼 그에게만 활짝 핀다고 했다.


좀처럼 속 얘기를 하지 않던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그녀 얘기를 꺼낼 땐 하얗게 웃곤 했는데.


그럴 때 그의 미소는 밤하늘 먹구름 사이를 엿보다 사라지는 흐린 달무리 같았다.

이후 그는 그녀가 몹시 아프다는 얘기를 했다. 3개월 시한부.


입술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어도 가벼운 바람개비조차 돌리지 못할 미약한 숨이라고 했다.


그의 눈이 붉게 달아오르고, 한숨은 깊고 넓어졌다.


그들은 떠났지만 이제 그들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오래도록 흐를 것이다.


밤엔 잘 볼 수 없다. 안개는 그것을 더 보기 어렵게 하지만, 오늘 밤은 마음의 눈으로 본 덕분에 더 잘 볼 수 있었다.


센 강의 밤안개 그리고 파리의 퐁뇌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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