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의 유리파편 루브르
센 강의 밤안개를 헤치고 루브르로 갔다.
광장에 위치한 유리 피라미드에서 나온 조명 빛이 파편처럼 루브르 외벽에 날아가 박히고 있다.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투명 유리창을 철제 구조물이 두르고 있다.
빛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유리창이 유성우처럼 밤하늘을 향해 쏟아질까 염려한 설계자가, 철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어깨를 맞대고 지키도록 한 것처럼 보인다.
밤에 보는 유리 피라미드는 파라오가 시종들과 함께 금세라도 그 안에서 걸어 나올 듯 찬란하다.
나는 죽은 자가 세운 불멸의 기념비를 보면서, 순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 밤 떠난 그의 영혼이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거니는 이 파리의 야경을 나와 같이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깊은 루브르는 회랑에 비친 핑크색 조명을 따라 더욱 빛나고.
파리의 야경을 구경하는 관광객의 발길은 유리 피라미드 안에 봉안할 부장품을 나르는 사람들처럼 분주한데.
피라미드 안으로 걸어 들어간 관광객이 루브르의 유물을 발견하려고 자기 길을 찾아 그 안에서 흩어지는 것이 이채롭다.
나는 밖에서 보고 내 안에서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