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길 (8)

강물은 바다로 흘러 파도와 바람이 된다.

by조은


파리의 밤이 이끄는 대로 루브르를 떠나 콩코르드 광장에 도착했다.


깊어가는 파리의 밤을 다 안을 수 있을 만큼 넓고 포근한 광장은 그곳을 흐르는 쓸쓸함마저 품고 있다.


룩소르 신전을 지키던 오벨리스크 모습은 밤을 쪼갤 듯 당당하다.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선 이 오벨리스크와 맨 위 피라미디온은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우주에 알리기 위해 세운 송신탑처럼 보인다.


오래전 그날 광장에 설치한 단두대 칼날이 잘라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칼로 욕망의 첨단을 내리쳐 한 시대를 잘라냈다.


그러나, 지금 광장을 배회하는 유령들의 그림자가 아직도 가득한 것을 보면, 욕망을 잘라내고 부산물도 남기지 않으려던 그들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콩코르드 광장에 있는 바다와 강의 분수는 마치 고래등에서 솟은 물줄기 같다.


과거와 현재를 담아 솟아오른 분수는 파리의 밤을 바다로 밀어내려는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데.


광장을 흐르는 기억의 강가 저편, 이따금 관광객이 터뜨리는 플래시 세례에 파리의 저녁 미사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콩코르드 광장은 더없이 쓸쓸하고 포근하다.


나는 관광객들에게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오늘 부고를 전해 온 그와 그가 사랑했던 그녀를 다시 떠올렸다.


영혼의 세계로 떠난 그들이 이 넓고 포근한 광장 한 구석에서 그들만의 플래시를 터뜨리며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흐르는 강물은 바다에서 만나 파도와 바람이 된다.

이전 07화산티아고로 가는 길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