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아는 만큼 보이고 눈은 그만큼 더 멀게 된다.
파리의 야경을 담으려 눈을 크게 떴다.
어둠이 파리를 감싸 안고 있는 탓에 조명이 비추는 데까지만 눈길이 가 닿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파리의 얼굴인지 뒷모습인지 그도 아닌 그림자인지 보이는 것만으론 알 수 없다.
나는 여기 이 도시에 관광을 하러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밤 산바카라은 지인의 부고로 갑자기 결정한 것이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리는 내게 날 것으로 다가왔다.
에펠탑으로 향했다.
뼈대를 굳이 감추지 않은 이 탑은 귀스타브 에펠이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건축했다고 하는데,
당시엔 갑자기 파리의 바닥에서 솟아난 외래종 같았던지,
기 드 모파상은 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자주 식사하면서, "파리에서 이 탑이 보이지 않는 식당이 여기밖에 없어서."라고 했다던가.
시대마다 세운 혁신과 진보는 날 선 편견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기념비로 선다.
파리의 밤하늘을 머리에 인채 버티고 선 에펠탑이 내겐 마치 공중에 쳐진 거미줄 같아 보였다.
사람들은 이 거미줄에 걸려 오래도록 잡혀있거나 비켜나가거나 했다.
내 마음은 바람처럼 거미줄에 걸리지 않기를.
보이는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생겨나 얼마간 머물다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있던 모습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예전에 봐서 들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면 내가 보고 읽었던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게 다가오는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마찬가지로 관광을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은 파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자기가 본 것을 파리의 진면목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나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파리의 이 모습이 진짜인지, 일부인지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이곳 파리는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인 눈먼 자들의 도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