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그리운 건지, 그때의 내가 그리운 건지
가을만 되면 이상하게 지나간 사람들이 생각난다. 평소에는 이름조차 떠올리지 않던 친구가 문득 생각나고, 한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던 사람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학창 시절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 한동안 자주 만나던 사람, 별것 아닌 이야기로 몇 시간씩 웃고 떠들던 사람들까지. 분명 잊고 지냈는데 가을이 되면 기억 속에서 하나둘 다시 나타난다.
여름에는 이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더위에 지쳐 하루를 보내고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지나간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런데 날씨가 선선해지고 해가 조금씩 짧아지면 마음에도 빈틈이 생긴다.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가 나오거나 오래된 사진 속 얼굴을 발견하거나, 함께 걷던 길을 지나칠 때처럼 사소한 순간에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러면 문득 궁금해진다. 그 친구는 잘 지낼까. 그때 우리는 참 많이 웃었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졌을까.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데 꼭 큰 사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연락이 조금씩 줄고, 약속을 미루다 보면 어느 날 이미 서로의 일상에서 사라져 있다.
가끔은 연락해볼까 싶다가도 손을 멈춘다. 너무 오래됐고,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때는 그렇게 가까웠는데 지금은 안부 하나 묻는 것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리운 사람인데 연락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는 게 가끔은 서글프다.
그렇게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정말 그 사람들이 그리운 걸까. 그 시절이 그리운 건지, 아무것도 모르고 조금은 철없이 살았던 그때의 내가 그리운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친구 하나만 만나도 하루가 즐거웠고, 별것 아닌 일에도 한참을 웃었다. 지금보다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적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은 가벼웠던 것 같다.
지금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예전보다 조심스럽다. 언젠가는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을이면 지나간 사람들과 함께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다시 만나고 싶은 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그 시절이 이제는 정말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할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늘 ‘다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다음에 만나면 되겠지. 다음에 연락하면 되겠지.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미뤄둔 다음이 끝내 오지 않는 관계도 있다.
가을이 되면 지난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그들이 다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정말 지나가버렸다는 걸 뒤늦게 실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나처럼 가끔 옛날을 떠올릴지도 모르고, 이미 오래전 기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때의 사람들과 그때의 나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가을은 조금 쓸쓸하다.
잊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생각나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정말로 지나가버렸다는 걸 다시 알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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