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흩날리던 그날의 기억과 서늘한 마음의 기록
요즘은 사계절의 경계가 참 희미하다. 그래도 짧게 스쳐 지나가는 가을을 놓치기 아쉬워 글을 써보기로 했다.
뜨거운 바람이 사라진 자리, 찬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히면 나는 비로소 옷깃을 여민다. 수확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나에게도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며 여름 옷을 옷장 깊숙이 넣어두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나는 유독 가을을 좋아한다. 봄에 피는 화려한 꽃들도 좋지만, 가을날 노랗고 빨갛게 물든 세상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입맛도 돌아온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밥을 먹는 건지, 그저 살기 위해 억지로 삼키는 건지 모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비로소 내 미각도 제정신을 차리는 듯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운동장 가득 핀 코스모스 사이를 뛰어다니며 느꼈던 그 선명한 가을볕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학년이 되어 문득 올려다본 가을 하늘에서는 처음으로 ‘쓸쓸함’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그 시절의 잔상들을 하나둘씩 수집하고 있다.
때로는 그 기억들 사이에서 내가 겪어온 아픔이 문득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픔이 보인다’는 표현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고민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가을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의 서늘함을 마주하게 하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나까지, 계절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엮어보려 한다.
코스모스의 흔들림, 바스락거리는 낙엽, 잘 익은 단감의 맛, 오래된 집 안에 남아 있는 냄새와 한때의 사랑까지.
가을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글은 가을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가을을 핑계 삼아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하나둘 떠오르는 기억들을 천천히 꺼내어 기록해보려 한다.
꽈배기 탐험가는 매일 오전 6시, 말속의 진짜 마음을 기록합니다.
월· 화·수 목·금 ·토· 일요일 : 가을의 풍경에서 기억과 마음을 채집하는 이야기.
오늘 저의 탐험이 작은 울림이 되었다면, '팔로우'로
내일 아침 찾아올 또 다른 진심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