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에도 택배는 온다

by산너머 작은집

데크 위에 길게 누워 낮잠을 즐기던 우리 강아지 호박이가 갑자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며 누군가를 반기고 있다. 밖을 내다보니 우리 집에 택배를 가져다주는 젊은 새댁이 호박이를 쓰다듬고 안아주며 애틋한 상봉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신랑 없이 혼자 왔네요. 어~ 근데 나 택배 시키지 않았는데?”하자

”네~ 오늘은 저 혼자 왔어요. 옆집에 드릴 택배가 있어 가져왔는데, 온 김에 호박이 보려고 들렸어요” 하며 호박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럼 잠깐만 호박이랑 놀고 있어요. 내가 상추 좀 뜯어서 줄 테니 저녁에 신랑이랑 같이 먹어요”하고 서둘러 채마밭으로 갔다. 새댁이 오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 몇 가지 채소를 챙겨놨을 텐데 바쁜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둘 수가 없어서 상추만 조금 뜯어 주었다.


우리 집은 강원도 깊은 산골에 있다. 하루에 한두 번쯤은 다닐법한 시골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외진 곳까지 택배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젊은이가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커다란 눈까지 오누이처럼 꼭 닮은 20대 후반의 신혼부부는 늘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웃으며 택배를 전해주고 호박이를 보자마자 “호박아 안녕”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곤 갈길을 재촉한다.


가벼운 택배는 아내가 들고, 남편은 무거운 물건을 나르며 알콩달콩 서로를 챙기며 일하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할머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요즘 세상에 그 힘들다는 택배일을 어린 부부가 하는 것도 대견한데 밝은 미소까지 잃지 않으니 온 세상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나는 택배를 받을 때마다 너무 미안해서 이렇게 깊은 산골까지 물건을 갖다 주면 기름값은 나오냐며 내가 주문하는 것이 젊은이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하면, 젊은 부부는 윗동네 아랫동네 택배도 많아서 자주 오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많이 주문하라고 나를 안심시켜 준다.


그래도 나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올 때마다 음료수와 제철 채소 몇 가지를 조금씩 챙겨 주었다. 산길을 다니느라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 미나리나 부추등 나물을 줄 때는 친정엄마가 된 것처럼 다듬어서 주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신랑혼자 택배를 배달해 주기에, 새댁은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신랑은 자랑하듯 “이제는 힘들게 저 따라다니며 택배일 하지 않아도 돼요. 며칠 전부터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어요”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잘됐네요. 그렇게 착하고 성실하게 일하더니 회사에서 알아봤구나”하며 내 일처럼 기뻐했다. 일부러 새 신랑을 놀리려고 “색시가 없어서 좀 외롭겠네” 했더니 “아니요 제 마음이 너무 편해요” 한다. 그동안 어린 아내가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선물세트 한 상자와 커다란 강아지 간식 두 봉지가 데크 의자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하며 살펴보니 단정한 글씨로 “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쓴 메모지가 꽂혀 있었다. 젊은이들의 성실함이 예쁘고 대견해서 몇 가지 챙겨준 것뿐인데 되레 이렇게 큰 선물을 받다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내 없이 혼자 일하게 된 신랑은 더 활기차고 씩씩하게 택배일을 한다. 어느 날 믿음직한 신랑이 데크로 성큼 들어서며 특유의 미소와 함께 상냥하게 인사하며 택배를 내려놓는다. 마침 쑥떡을 했길래 한 봉지 담아주며 “집에 가서 예쁜 색시랑 맛있게 먹어요”하며 건네 주려는데 어딘가 좀 이상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젊은이는 “아~! 저는 쌍둥이 동생이에요. 오늘 형 대신 왔어요” 하며 마구 웃는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요” 나도 웃으며 “참 훌륭한 청년들이네요” 하며 넓은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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