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기다리던 버스가 드디어 왔다. 느릿느릿 노인 두 분이 버스에서 내리고 하교하던 학생 두 명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천천히 달리고 내 시선은 창밖의 풍경에 빼앗겨 버렸다.
내가 내릴 정류장 하차 방송에 정신을 차리고 하차 버튼을 누른 후 일어나서 문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갑자기 “아주머니 일어나지 마세요! 그냥 앉아 계세요!”라고 당황한듯한 기사님이 소리치셨다. 나는 깜짝 놀라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 도로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정류장에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기사님은 문을 열어 주시며 “ 이제 나오셔서 내리세요. 차가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일어 나서야 해요. 차가 움직일 때 일어나시면 다치실 수 가있어요” 아까 소리친 것이 미안하신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하셨다. 그제야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아~ 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고 내렸다.
도시에서는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내릴 준비를 하지 않고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기사님 눈치를 보며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하고 연신 사과하며 내렸는데, 시골에서는 미리 일어난다고 혼이 났으니 나는 조금 억울했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버스에서 무안을 당한 것이 내심 속상했으나 그래도 나를 할머니가 아닌 아주머니로 불러준 것에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지며 피식 웃었다.
바쁜 도시에서는 미리 하차 준비를 하여 빠르게 내리는 것이 기사님이나 다른 승객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골에서는 그런 행동이 기사님을 당황시키는 일이 되는 것이다. 물론 도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그리 하는 거겠지만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고 승객이 천천히 나와 안전하게 내릴 때까지 인내심으로 기다려 주는 시골 버스가 참으로 고맙다.
그 후로도 도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무심코 서두르다가 두어 번 지적을 당 한 후 이제는 절대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게 되었다. 되레 가끔 타는 도시 버스에서 느긋하게 앉았다가 여러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이제 산골 생활 4년 차로 처음엔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었다. 이웃과 소통 없이 살아온 도시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하나하나 다 참견하고 챙겨주는 시골의 인심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으나 이제는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저 멀리, 길 모퉁이를 천천히 돌아 터덜거리며 오는 시골 버스가 보인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일과는 상관없다는 듯 한가롭게 달리는 시골 버스가 참으로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