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햇살이 따스한 봄날에 5일장이 섰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모종과 예쁜 꽃들을 사러 나왔고, 거리에는 알록달록 화려한 꽃들과 수 많은 모종들로 가득하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물건과 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터는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쳐난다.
벌써 뻥튀기 가게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옛날에나 있었을 법한 짚으로 만든 달걀 꾸러미가 시선을 끈다. 허리굽은 할머니는 몇가지 봄나물을 뜯어오셔서 이제나 저제나 팔리기를 기다리신다. 나는 지천에 널린게 봄나물이지만 할머니가 실망하시지 않게 두어가지 팔아드렸다.
장날이면 작은 맷돌로 즉석에서 후추를 갈아 파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닳고 닳은 작고 귀여운 맷돌에 마음을 빼앗겨 후두둑 갈려 나오는 후춧가루를 넋놓고 보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맷돌을 빤히 보더니 “아주머니 혹시 그 맷돌 파실 생각 없으세요?” 하고 묻는다. 아주머니는 장손집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맷돌이라며 절대 안된다고 고개까지 흔들며 손사래를 치신다. 실은 나도 저 맷돌이 탐 났지만 귀한 물건인것 같아 차마 묻지는 못했었다.
유독 봄날의 장은 더 붐비고 활기차다. 모종을 파는 아주머니 목소리에 흥이 잔뜩 배어있다. “여기에 갖가지 모종이 다 있어요~ 호박, 오이, 눈개승마도 있어요~오” 하며 가락에 맞춰 노래하듯 모종 이름을 줄줄이 대신다. 나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눈개승마라는 이름에 귀가 번쩍해서 “눈개승마가 어디 있어요~오?” 하고 나도 장단을 맞춰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이게 눈개승마예요” 하신다. 나는 눈개승마라는 작물 이름과 아주머니의 경쾌한 음성이 마음에 들어 다섯포기를 샀다. “잘 키워 볼게요” 하고 덩달아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하고 다시 장 구경을 하였다.
시장 한 길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그쪽으로 발길을 돌려 사람들 틈새로 고개를 내밀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사과 박스안에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강아지를 5천원 이라는 가격표까지 붙여놓고 팔고 계셨다. 할아버지 집에 어미 강아지가 있는데 새끼를 많이 낳았다며 다 키울 수 가 없어 데리고 나오셨단다.
박스 안을 들여다보니 옹기종기 모여 서로 몸을 기댄 신생 강아지들이 꼬물 거리고 있었다. 그중 용감한 녀석은 박스를 탈출하려고 낑낑거리고 아예 탈출에 성공한 녀석도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어미와 떨어진 아기 강아지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아기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작고 앙증맞은지 냉큼 한마리 갖고 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아기 강아지들은 장난감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체가 아니던가. 다들 나와 같은 생각에 그저 구경만하지 선뜻 한마리를 바카라임 지겠다는 사람들은 없었다.
7마리나 되는 저 강아지들을 어쩔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가 오시더니 한 마리 데려가 잘 키우고 싶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반색을 하시며 강아지 한 마리를 아주머니 품에 안겨 주셨다. 7마리중 운 좋게 입양된 아기 강아지가 잘 크고 나머지 아기들도 좋은 사람들에게 입양되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복잡한 길을 조금 벗어나니 웬 줄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무엇을 파는지 궁금해서 따라가보니 호떡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원래 시장에 가도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다. 장날이면 떡볶이, 어묵, 호떡, 팥죽등 먹거리가 많이 있지만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거의 길거리 음식을 사먹어 본적이 없다. 순간 긴 줄을 보니 진정한 장날의 풍성함을 나만 즐겨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줄 맨 끝에가서 순서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 종이컵에 담아준 씨앗 호떡 하나를 받아들고 한 입 베어무니 뜨거운 호떡에서 달콤한 꿀물이 흘러내렸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장날만 같아라”
풍성하고 정다운 장날 구경이 호떡 꿀물처럼 달콤하고 촉촉한 추억을 선물처럼 내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