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데는 진심인 부녀

방콕 1일 차

by일화


방콕에서의 첫날.


KakaoTalk_20261003_234816547_04.jpg호텔에서 운영하는 툭툭 서비스 시간, 기다리기엔 배가 너무 고팠다.


호텔을 나온 우리는 아침 식사를 위해 시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방콕의 아침은 분주했다.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관광 지역이 아닌 곳이라서, 우리는 방콕의 일상으로 여행의 시작을 열었다. 도로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넘치는 풍경이 아빠에겐 방콕의 첫인상이 되었다. 오토바이를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오토바이 택시도 있다는 설명을 해드리면서 아빠는 태국을 알아가셨다. 우리가 가려는 시장까진 15분가량 걸어가야 했는데, 하필이면 인도가 공사 중이라서 가는 길이 편하지 않았다. 사실 호텔에서 시장까지 가는 툭툭이를 이용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툭툭을 이용하기에 시간대가 조금 애매하기도 했고, 아빠가 아침 산바카라 겸 걷는 것을 동의하셔서 나선 길이었다. 계단이나 길이 불편해 보이면 항상 아빠의 팔짱을 끼는 편인데, 인도 공사로 인해 길이 좁아져서 그럴 수가 없었다. 대신 나는 걷기 험해진 길 때문에 혹여 아빠가 다치실까 계속 아빠를 돌아보면서 걸어야 했다.


image.png하필 공사 중이었던 거리



“가.”


내가 자꾸 멈춰서 아빠를 돌아보자, 아빠는 괜찮다는 듯이 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원래 내 걸음이 아빠보다 빠른 편이라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빠와 거리가 벌어질 수도 있었고, 지금은 나도 아빠도 초행길인 데다 인도가 너무 정신없었으니 말이다. 대신 나는 방법을 바꿨다. 들고 있던 액션캠을 높이 들어 뒤에 오는 아빠를 확인하면서 걸음을 계속했다. 거리를 걸어오며, 아빠는 주변 풍경을 살피셨다. 거리의 작은 상점, 공사 중인 건물, 지나가는 차. 모든 것에 아빠의 눈길이 닿았다. 마침 거리엔 아침 식사를 파는 가판이 있었다.


“이렇게 아침 식사를 파는 거야. 더운 나라라 그런가?"

“아마 집에서 요리하는 게 더 비용이 들 거야.”

“저기 저 사람들 봐봐 아침 사 간다.”

“하나에 천 원씩은 되려나?”

“천 원도 안 될걸?”


부녀는 그렇게 우리와 달리 아침을 사서 먹는 태국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걸었다. 거리에 빨래방이 보이면 잠시 또 그 빨래방 이야기를 하고, 세탁기가 한국 브랜드라고 최고 좋은 걸 쓴다는 농담도 했다. 그렇게 이십 분을 걸어서 ‘왕랑시장’에 도착했다. 아침 시장 풍경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목표로 한 식당 앞에 도착했다.


“여긴 으레 포크가 나오는구나.”

“아빤 좋겠네.”


십 년 전쯤부터 아빠는 쇠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셨다. 젊어서 일하며 다쳤던 손이라 원래도 조금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나이가 드시면서 젓가락을 무거워하시더니 정교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되셨다. 그래서 식당에 갈 때마다 포크를 요청해야만 했는데, 간혹 어린이용 포크도 없는 곳이 있어 난처했던 적도 있었다. 혹시 몰라서 여행용 접이식 포크를 챙겨 들고 나오기는 했지만, 식당에서 처음부터 포크를 제공해 주니 아빠는 그것부터 눈에 들어오시는 듯했다.


“이것도 맛있겠다.”

“너한테 안 맛있는 게 어딨냐.”

“그건 맞는데.”

“몇 가지 시켜 그럼.”


내가 태국 여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식도락이긴 했다. 메뉴판을 보며 방콕의 첫 끼를 어떻게 시작할까 아주 진지한 고민을 했다. 메뉴판을 꼼꼼히 연구한 끝에 내가 주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아빠는 가만히 지켜보셨다.


“몇 개나 시켰어?”

“세 개.”

“세 개 가지고 되냐?”

“먹고 모자라면 더 시키면 되지.”


그렇다 우리 부녀는 먹성이 좋았다. 그리고 애초에 태국 여행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식도락이었으니까.


“이거 먹고, 시장 구경하다가 또 주전부리하고 그래야지. 이거로 끝내서야 되남.”

“아빠가 많이 못 먹어. 양이 줄었어.”


전처럼 많이 못 드신다고 말하는 아빠였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이가 드시면서 젊어서처럼 많은 양을 드시지는 못하시지만, 그래도 원래 먹던 양이 있어서 줄어들어도 남들 보통 식사량은 충분히 먹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아빠가 제일 부러워하는 인물들은 모두 먹방 유투버들인데, 젊었다면 한 먹성 했던 아빠도 그런 먹방을 찍었을 거라고 하셨다. 물론 우리 부녀는 잘 먹는 만큼 잘 찌기 때문에 그랬다면 초고도비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식이 나왔다. 땡모반(수박주스)이 가장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게살볶음밥, 팟타이, 생새우회가 나왔다. 해산물을 워낙에 좋아하는 부녀이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메뉴들이었다.


KakaoTalk_20261003_234816547_01.jpg


“새우의 시식평은?”

“와~ 살살 녹아. 쫄깃쫄깃하면서 녹아.”


이 생새우를 먹으러 온 거긴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더 맛있었다. 아빠는 안경을 쓰고 본격적인 식사를 하셨다. 아빠가 뭔가 집중해서 보실 때 돋보기안경을 쓰시는데, 식사를 시작하니 안경을 꺼내 쓰셨다.


“맛있네, 다.”


워낙에 잘 드시는 분이긴 했지만, 나의 첫 메뉴 선택이 성공적이었구나 싶었다. 생새우는 아빠 표현대로 달면서도 쫄깃했고, 팟타이는 고소했고, 게살 볶음밥은 고슬고슬하니 잘 볶아져 나왔다. 아빠는 식사를 하시면서 소스 하나, 야채 하나 허투루 넘기시지 않았다. 곁들여 먹으라고 나온 고추 소스도 맛보시고, 팟타이에 함께 놓여 있던 야채도 집어 드셨다. 그리고 새우만 쏙 골라 먹는 나와 달리 접시에 있는 것을 아빠는 다 드셨다.


“이건 여주인가? 맛은 여주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먹는 것은 좋아해도 요리하는 것은 질색이다. 반면에 부모님들은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신다. 특히 아빠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를 도와 김장도 하시고, 요리 솜씨 없으셨던 할머니를 대신해서 음식을 직접 해 드셨던 분이다. 신혼 초에 엄마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 게 아빠라고 했었다. 못난 딸은 이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줄 모르고, 아빠가 해주는 요리를 얻어먹는다. 때문에 식재료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나와 달리 아빠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드셨다. 그렇게 배가 든든해진 부녀는 이제 본격적으로 방콕 관광을 시작했다.





딸랑구투어 가이드의 메모


왕랑 시장은 짜오프라야강을 기준으로 왕궁 반대편에 있습니다. 이 주변에 뭐가 많은 것은 아니라서 일부러 오실 일은 잘 없겠지만, 시장 안에 실속있는 맛집들이 있으니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동선에 맞을 때 고려해 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https://maps.app.goo.gl/NLDtVPP3xDjiVP7u5


https://maps.app.goo.gl/KGEkKz2NjkTqtxnSA

왕랑시장에 위치한 해산물 식당입니다. 식당 깔끔하고 음식도 맛이 좋았어요. 저희는 문제 없이 생새우 요리를 잘 먹었습니다만, 날 음식은 그래도 신중하게 드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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