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점심 같은 존재

by엉금

속도가 빠르고 성조가 높다. 3년 전 내 목소리 이야기다. 자신의 그것 특성이 어떠한지 돌아보는 사람. 하다못해 의식은 하는 사람. 그 수가 얼마나 될까. 노래가 취미 혹은 먹거리에 해당하면 논외다. 직업이면 당연하고. 흥미에서 그칠지언정, 본인 소리를 파악하면 길이 잡힌다. 적성에 맞는 노래를 못 찾고 있을 때. 2옥타브 시와 같은 벽을 뚫으려 할 때.


알 사람은 알고 있을 텐데, 음역은 태생적이다. 필요한 노력의 크기를 아예 따질 수 없는. 아니 따져도 의미 없는 종류가 있으니. 혹여나 몰랐더라면 위로를 바친다. 여기 감사한 사실이 존재한다. 내 욕구가 노력이 유효한 범주에 들어있다는. 본인은 내가 가진 목소리에 불만을 품던 사람이다. 벼처럼 익어가고 싶을 만큼.


맨 처음 문장을 괴팍하게 재서술하면 어떨까. 참 쉽다. 경박하다. 촐싹하다. 산만하다. 부정적인 표현은 어찌 이렇게나 떠올리기 쉬운지.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와중, 처음으로 손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내 음성을 기피했던 깊이를. 현재라도 깨닫고 있는 시점이니. 안도는 한다만.


말소리에 대한 집착은 3년 전 여름으로 올라간다. 녀석이었나 그 형이었나. 화자가 흐릿하나 아무튼 내 분위기에 한마디 얹었다. ‘찐따’ 감성. 이 평을 듣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필자를 샅샅이 뒤져본다. 해당 서술어가 왜 과거형이 아니냐. 지금도 건재하므로. 쌍시옷을 넣었으나 이내 지운다. 외적과 내적. 이 두 가지 시점으로 전부 뒤져보았다.


먼저 떠오른 영역은 아무래도 바깥. 술자리와 노래방을 가진 후 돈 떼어 먹힌 일. 마침 그 당시 기준으로 최근이겠다. 초점은 쉽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초면부터 내가 만만해 보이는구나. 용모와 옷차림은 교육 영상의 수가 지천이다. 짧고 수익 뽑기 수월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을 보고 따라서 입으면 될 뿐이다.


몸으로 감각을 익힌 다음 그것을 두뇌에 각인시켜야 하는 과정. 이런 자기주도학습 생략이 가능하다. 하나 사람이 같이 있는데. 말 그대로 같이만 있고 시간을 보내는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면 대화는 불가피하다. 고로 목소리도 필수 불가결. 이상 필자가 여기 집착하게 된 논증 과정이다.


한두 달 전 동전 노래방에서 담은 가창 영상을 틀었다. 이렇게 높다고. 본인 목소리 안 간지러운 사람이 적겠냐만. 녀석은 기겁하나 담담했던 나. 불과 며칠 전의 그는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 같은 영상을 보는데. 의식하니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앞서 뱉어낸 부정적 표현의 재료. 그 영상이다.


일단 무게를 부여하기. 시급한 과제였다. 어느 상황이든 낮게. 말은 느리고 침착하게. 아마 처음 적용한 순간일 테다. ‘추구미’라는 개념을. 음색 저하는 간단하다. 몸 안 공기를 목으로 내쉬면 끝. 다만 지금껏 내던 소리가 아니어서 그런지. 목이 긴장했다. 그래도 고음보다야.


땅에 붙어 있기. 하늘에 떠 있기. 어느 경우가 문장만 봐도 안정감을 제공하는가. 붙어 있는, 즉 낮은 곳에 자리한 존재다. 성조가 이 궤에 놓여있지. 후두는 소리의 높낮이를 따라간다. 고음일수록 높은 곳. 저음일수록 낮은 곳. ‘성대 접지’와 같은 심화 요소를 차지하더라도 이건 자연이다. 10에서 1은 가능해도 0은 안 된다는 뜻. 정도가 덜할지언정 그것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낮은 소리에서 비롯되는 안정감은 다 이유가 존재하지.


두께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속 빈 강정만 되면 쓸모가 줄어 버린다. 낮되 공기 빠진 소리도 쓰임새는 있는데. 범용성은 그것과 다른 문제니까. 노래방에서 발라드 고를 때. 영화관에서 애인에게 귓속말할 때. 이들을 제외하면 새는 목소리를 언제 내겠는가. 기획 발표나 맞선에서 저런다고 상상해 봐라. 자신감 없다거나 오글거린다거나 그러지.


결국 속 찬 강정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건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앞서 적었던 용모와 옷차림. 그들과의 차이가 여기 있다. 곧바로 익히기 어렵다는 사실. 즉 자기주도학습으로 길러야 한다. 무산소 운동과 똑같다. 근육을 만들어야 하므로.


속도는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말할 때마다 저음을 유지해야 하니, 최대한 신중하게 기관을 움직여야 한다. 성대의 경직이 풀리지 않도록. 발음이 바뀌느라 혀 위치 역시 마찬가지라. 방심하면 풀려버린다. 이렇듯 진중한 이미지를 자아내려 용썼다.


목소리는 점심이다. 공짜가 없거든. 그것에 관심 없는 사람은 무료라고 느낄 테지. 하나 공기를 요구하고. 혀와 턱이 움직여야 하고. 내구도가 떨어지고. 무상은 진작 먼 이야기다. 한 번 찾아보자. 그리고 익혀보자. 이미 필한 요소가 여러 개인데. 성대 근육 하나 추가해서 얼마나 비싸지는가. 어차피 공짜 아닌데.


저녁은 점심과 다르다. 녀석이 쏜다고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