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면보다 짧은 꿈
저 단어를 마주하면 어느 생각이 떠오르는가. 짧디짧은 시간. 냉기 물씬한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시간. 용기 속 면발을 풀어 해치기 아직 단단한 시점. 모셔야 하는 고객 한 명. 활용도가 5분에 밀리는 시간. 5분만 더. '출근수'가 마지막 취침을 애원할 때 보통 저렇게 말하지. 1분만 더. 딱 저만큼 요구하는 자를 본 기억이 없다.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경험이다. 나로서 매우 드문 경우지.
각설하고 저 문장들은 무엇이냐. 스스로에 비춰 ‘두뇌 폭풍’을 한 결과물이다. 이 60초라는 단위. 훑어보면 내게 큰 의미를 선사한 적이 없었다. 그래. 이제 적이 있다.
꿈의 유통기한. 그것이 내 머릿속에서 기다리는 시간. 흔히 말하는 발단, 전개, 결말까지.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온전한 내용으로. 61초부터 군데군데 하나씩 톱니바퀴가 빠지기 시작한다. 이러면 그릇에 담을 수 없다. 가다가 어떤 마디에서 내용이 비어 있으면 이상하잖아. 회고록인데.
창작 내지 주작은 기록이라는 갈래에서 벗어난다. 아니,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 그게 충만했으면 내 명이 서점에 있겠지. 추리는 어떨지 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참 수월할 텐데. 만약 왼쪽 눈에 안대를 썼다면. 그리고 기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참 아깝다. 각 장면이 아날로그로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 꿈의 성질은 이 문장으로 그려진다. 1과 0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니지 않는가. 딱딱 끊어져 분리 가능한. 자비롭지 않다. 요리 그 이상의 까탈스러움이다. 박력분, 버터, 달걀을 섞다 뒤늦게 인지해도 설탕을 뿌릴 기회가 남는데. 어쩌면 여기에. 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음식은 고체 아니면 액체다. 꿈을 담아낸 장면들은 어렵지 않게 공중으로 떠버린다. 고체인데 기체다.
내 기억력을 범인으로 잡기 싫은 인간의 발악일까. 근 몇 차례는 풍선처럼 둥둥 뜨지 않았는데. 오늘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토록 아쉬워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글감의 소실이니까. 내 세대에서 본인만큼 그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 손에 꼽는다. 감히 자부한다. 무릇 생각나는데, 보상 심리도 한몫하는 듯하다.
필자가 꿈꾼다. 그때 청하는 잠은 글러 먹는다. 개운하지 못한 그 기분은 찝찝한 감정을 제공하지. 몇 지인들도 비슷한 소감을 말했는데. 다른 3자는 어떠할지. 하여튼 시간을 내서 몸을 맡겼는데. 목적을 충실히 못 즐겼으면. 재화를 사용했으나 그 효용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경우다. 엄연한 손실이다. 경제적 관점으로도 손해라니까.
숙면을 청하지 못해 누군가 내게 꿈으로 흘기는지. 거꾸로 생각하여 이런 망상을 만들기도 했다. 아버지를 가방에 구겨 넣는 패륜을 저질렀지. 인과가 궁금했던 나머지. 꿈이 나타나면 그때의 취침은 필히 망한다. 피로 해소를 얻는 대신 글감을 취득한다. 지금 두드리는 글은 그 보상인 셈이고.
정말 치사하다. 피로 해소는 적어도 1시간은 간다. 대체 품목인 글감은 고작 1분. 이마저도 보장 안 된다. 일어나자마자 두드려도 사이사이를 잊어먹는 경우가 적잖으니. 더 분개하는 이유다. 저것도 5분이라고 했다가 이리 고쳤다. 300초는 절대 아니지. 기한에 임박한 꿈과의 사투. 이게, 승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 폐기 직전 삼각김밥은 억지로 욱여넣을 수라도 있지.
평범한 꿈도 있기 마련인데. 쭉 상기해 보면 내 꿈은 대체로 독특하다. 그러기에 일어나는 순간, 그걸 회상하면서 멍에 빠지기 시작하지. 무의식적으로, 흐르는 대상은 어떻게 막을 수 없다. 기상한다. 이후로 쉴 틈 없이 꿈은 저절로 재생된다.
이 순간을 이겨내야 한다. 회상이 시작되면 일단 충격을 받는데. 한 차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욱이 그것에 집중하여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어디에 적어 둔다는 결심도 포함해서. 글로 보존하겠다. 이런 굳은 의지와 무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서사를 기억해 내며 적어낼 수 있으니.
꿈을 날마다 꾸는 한 주였다. 기왕 꾸는 김에 내용이라도 적어봐야지. 그렇게 전화기를 들기 시작했다. 적다가 망각하기. 이게 누적될수록 건빵은 내 모가지 안쪽을 차곡차곡 메웠다. 별사탕도 없어 기분 환기 따위. 괜히 억울하다. 내 기억력을 탓하기도 했다.
그나마 타당성을 만들면 그나마 저 감정을 덜 수 있으니. 이 눈물을 토로하고 싶어졌다. 그래, 내 머리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보자. 시간을 가늠하자. 그 결과가 이 단문의 제목이다.
당신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기다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