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혀

'뜨찔이'의 식사 고찰

by엉금

나는 뜨거운 요리에 약하다. 정확히 풀어내면 그런 음식을 현저히 느리게 섭취한다. 거기에 팔팔 끓는 국물이 가세하면. 어느새 거북이는 달팽이로 변모한다. 국밥이 생각난다. 검게 달궈진 뚝배기를 저녁으로 맞이한 주말. 탁자에 놓인 유체만 지긋이 음미한다. 피순대와 파 나부랑이는 이미 들러리고.


국물과 수증기만 하염없이 홀짝거린다는 소리다. 영 진정할 기미가 안 보이면. 수저보다 젓가락을 열심히 움직인다. 반찬은 차가우니까. 재보지는 않았는데, 쌀알을 맛보기 위해 5분은 흘려야 한다. 시각적으로 묘사하면, 자신이 수저를 들 때 앞사람은 3분의 2가 사려져 있다.


사람인지라 눈치 볼 수밖에. 한때는 이런 생각이었다. 어린 내가 따뜻한 음식을 많이 안 접했나. 시쳇말로 ‘금쪽이’가 본인이었나. 다른 사람에 비해 열에 약한 이유는 단련 부족인가. 고로 자주 뜨겁게 먹으면 적응하겠지. 과거의 결론은 이거. 당연하게도 결론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론이 성찰은 아니다. 이걸 두드리는 지금은 약간 살이 붙었다. 내가 단련으로 간주한 그게 혹여나 혹사가 아닐지. 다른 편에 의심이 생겼다. 맷집이 생긴다. 이 문장과 맥을 같이 한다. 사용이 줄어든 표현이지만 내 딴에는 제일 들어맞는다. 뭐 단련이라면 단련이다. 내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그것과 다르지만.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단련은 두 단어가 공존한다. 혹사와 회복. 과정은 이렇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원하는 부위를 자극한다. 국부에 손상이 가해질 정도로. 혹사가 끝나면 휴식과 영양소 공급을 취한다. 일정 주기나 본인이 괜찮다고 느끼는 시점에 회복을 끝낸다. 뒤에서 4번째 문장으로 돌아가 이를 반복한다. 빗대어 볼까. 갓 끓인 국물로 혀를 데운다. 1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여기서부터 막힌다. 무엇을 해야 할까. 식사인지 식고문인지 모를 시간이 끝나면. 휴식은 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인가. 그러면 섭취를 제외한 모든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영양소는 또 뭐지. 확 떠오르는 성분이 없다. 약은 별개일 텐데. 근육처럼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점막이 끈끈해진다. 이런 뉘앙스일까. 써놓고 어이가 없다.


접근부터 틀렸다. ‘발전’을 논할 수 있는 부위일까. 회복은 응당 꺼낼 만하다. 해를 입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회귀는 일종의 본능이다. 한데 그 회복이라는 개념. 신체가 발휘 가능한 최고의 노력이라면. 이런 낭비를 할 필요가 있을지.


차가우면 다르냐고? 다르다. 밥상에서 10분은 나에게 긴 시간이다. 대략 3년 전까지는. 그 이후부터일까. 나는 거의 모든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었다. 의식적 행동은 아니다. 정말 언젠가부터. 그렇게 변했다. 이유가 있겠지. 곰곰이 떠올린다. 그래, 부담으로 다가온다. 빨리 먹으면 소화 기관이 힘들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 위장은 소리 없이 내게 전했다. 이렇게 섭취하면 고통에 맥을 못 춘다고.


뭐 늙어서 그런다고 핀잔해도 할 말 없다. 굳이 식사에 속도를 내야 하나. 먹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빠르기에 대한 집착. 이것이 일과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순간을 체감한다. 굳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물음 빈도가 잦아진다. 우리가 곧바로 인지하기 어려운 여유의 일종. 주름과 함께 시간이 제공하는 선물이다. 본능은 ‘나’를 변화시켰다. 더하여 시키고 있다.


이 글을 두드리는 어제의 일이다. 밥 짓기 귀찮은 오후였다. 미역국을 데우고 그거 하나로 식사를 해결했다. 다 먹은 직후, 오랜만이었다. 더부룩한 속이 나를 맞이하지 않는가. 근래의 나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전날에 결혼식장에서 무리했나. 그저께 점심 이후로 처음 때우는 끼니라서 그런가.


궁리를 거듭하다 이내 알았다. 내가 속도를 내었구나. 미역국을 매개로 필자는 3년 전으로 돌아갔다. 다 먹고 바로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냥이었지. 미역국 한 사발을 이유 없이. 급하게 들이켰다. 회춘을 우발적으로 시도한 나. 덕분에 확실히 세웠다. 느리게 먹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그리고 1분 더 전자레인지에 돌려야겠다고. 사서 조급하면 사서 고생이라고.


회춘은 미련한 짓. 미련함으로 미련에서 한 발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