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 히터

Part III

by제윤

예배가 끝난 뒤에도 유나는 집에 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하나둘 현관을 빠져나가는데도 유나는 코트를 입은 채 복도 끝 창가에 서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두웠다. 오후에 잠깐 내린 눈이 주차장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었고, 차들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타이어 자국이 검었다.


한 목사는 정리를 끝낸 뒤 유나에게 갔다.

“이럴 때는 운전을 배워둘걸 싶지? 엄마 기다리시겠다.”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둘은 결국 같이 밖으로 나왔다.


문이 열리자 추위가 바로 얼굴에 닿았다. 바람은 없었지만 숨을 내쉴 때마다 눈앞에 흰 김이 생겼다가 금방 없어졌다. 주차장에는 차가 몇 대 남아 있었다. 밤새 세워둘 차들은 앞쪽에서 전선을 꺼내 건물 벽의 콘센트에 연결해놓고 있었다.

유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차장 끝까지 걸어갔다.

한 목사는 조금 떨어져 따라갔다.


“엄마가 자꾸 고등학교만 졸업하래요.”

한 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까지만. 그러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래요.”

유나는 발끝으로 굳은 눈을 찼다. 눈은 가루처럼 흩어지지 않고 얇은 덩어리째 밀렸다.


“근데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가라고 할 거고, 대학 가면 졸업은 하지 그러냐고 할 거잖아요.”

잠깐 후 다시 말했다.

“그러다 취직하면 그것도 조금만 다니라고 할 거고.”


한 목사는 유나의 옆얼굴을 보았다.

“그럴 것 같아?”

“맨날 그래요. 조금만. 이것만. 계획한 것까지만.”

유나는 말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멀리 도로를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렸다. 눈이 쌓이면 평소보다 소리가 작게 들렸다. 교회 뒤편은 집도 많지 않아 밤이 되면 도로가 끝나는 곳부터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유나가 말했다.

“저는 여기서 뭘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한 목사는 그 말을 듣고 있었다.


“한국 가면 안 해도 될 것 같아?”

유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겠어요.”


조금 뒤에 말했다.

“그냥 거기 가면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뭐를?”

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학교를 옮기는 일만은 아니었다. 여기서 오래 해온 것들, 별것 아닌 것처럼 쌓인 기록과 익숙함까지 함께 두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다시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지금까지 잘해온 일이 없어지는 것 같은 게 더 싫었다.


한 목사는 기다렸다.

유나는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을 주머니 안에서 움직이다,

자기 말을 다시 듣는 사람처럼 가만히 중얼거렸다.


“하고 싶은 게 딱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요.”


© 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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