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규화목이 있다고?

신생대 마이오세 응회암층

by팔레오

오늘은 참 감개무량합니다. 제가 온라인카지노에 첫 글을 올린 게 작년 7월 22일이었는데 벌써 1년이 다 되었기 때문이죠. 그때, 나름 정성을 들였다고 생각했던 글을 게재했었는데 조회수는 고작 수십에 라이킷도 10개 남짓, 댓글도 대부분 0~2개였습니다. 물론 구독자는 거의 없었구요.


그런 숫자가 뭐 대단한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온라인카지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덤벼들었던 터라 시작과 동시에 현타가 왔던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후에 이 무한루프 고착상태에서 벗어나고자 금속탐지글을 비롯해 잡다한 글도 추가하며 난국을 타개하려 시도했지만 그 또한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팔레오라는 필명에 걸맞게 제가 방점을 찍고 있는 아이덴티티는 어디까지나 화석 관련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제 소개글엔 화석과 관련된 말로 포장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카지노 작가 누군가의 말처럼 1년 동안 꾸준히 뭔가에 몰두해본 적이 있었나 스스로를 되짚어보면 22화까지 화석글을 올린 것이 여간 대견한 게 아닙니다. 비록 온라인카지노 고수님들이 보았을 때 한없이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말이죠.


잡소리가 길었네요, 장마처럼 요새 비가 주룩 주룩 오다 보니 마음이 센치해졌나 보네요. 애초에 온라인카지노 1주년 글을 특집으로 따로 쓸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요란하게 떠들만한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이번 규화목 글로 온라인카지노 1주년 글을 갈음하겠습니다.




오래전 종로구 인사동에 갑자기 생긴 화석 가게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길을 지나다 들른 가게엔 온갖 종류의 화석이 있었고 가격도 의외로 저렴했죠.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져 버렸지만, 그때 처음으로 신기한 화석들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때 구매한 엘라티아 속(Elrathia sp.) 삼엽충입니다. 완전한 형태지만 비교적 흔해서 가격은 착했죠. 하지만 그때는 화석의 진위를 알아볼 안목이 전혀 없었기에 가게 주인에게 진짜 화석이 맞냐고 귀찮을 정도로 여러 번 물었습니다.



페리스핀크테스 속(Perisphinctes sp.) 암모나이트

바카라에서나 보던 암모나이트도 직접 만져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삼엽충의 경우처럼 배움이 부족해서 이게 골뱅이 종류인 줄로 알았습니다. 사실은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가격은 1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다가스카르산 규화목도 샀습니다. 이 또한 가격이 1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단면을 잘라 반질반질하게 연마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러한 규화목은 외국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경보화석박물관입니다. 동해안 7번 국도 중간쯤에 있었지만 경영난으로 이제는 사라져 버렸죠. 중앙에 의자처럼 놓여있는 것이 바로 규화목입니다.



이 박물관은 관장님이 사재를 털어 평생 동안 모은 화석을 전시한 곳이었습니다. 나름 대단한 곳이었지만, 폐업과 동시에 전시물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위 사진에 나온 멋진 대형 규화목도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특히 이 박물관은 규화목에 진심이었습니다. 박물관 전시물의 상당수는 이와 같은 대형 규화목이었죠.



특히 옥상에는 포항에서 산출된 규화목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꽤 충격을 받았죠. '엥? 우리나라에서 규화목이 나온다고?', '그것도 이렇게 큰 게?'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규화목이 산출됩니다. 특히 포항에서 말이죠. 2009년 무려 10미터가 넘는 규화목이 포항 도로 공사 중에 발견되었고, 그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온전한 형태를 지닌 생명체 화석은 아니지만 현생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돌덩이 나무 화석은 매우 경이롭습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paleo/48

이런 포항의 규화목은 지난 제 글 '포항은 나뭇잎 화석의 천국'에서 잠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금광리 외에도 포항에서 규화목을 볼 수 있는 곳이 더 있습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narang7942da/186

여기는 이전에 빛나다온님이 답사하신 후 위와 같이 멋진 탐사기를 쓰셨죠. 바로 포항시 흥해읍의 오도리입니다. 다만 이곳에서는 완전하게 규화된 나무화석보다는 탄화된 나무화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좀 아쉽죠. 또한 생성시기도 약 1,000만 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금광리의 규화목이 더 오래되었습니다. 어쨌든 포항은 규화목의 천국이라고도 할만 합니다.



오도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금광리의 규화목 또한 이암층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쏟아져 나온 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응회암(凝灰巖) 지층에서 발견되죠. 신생대 마이오세(약 2,300만 년 전)에 형성된 금광동층 주변 응회암층에서 규화목을 만나보겠습니다.



밋밋한 응회암층 가운데 차별 침식을 받고 삐죽 튀어나온 것이 규화목입니다.



좀 더 확대한 모습입니다.



여기도 응회암 사이에 삐죽 나온 규화목이 있습니다.



이번엔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만약 이곳에 가셨다면 과연 규화목을 찾아낼 수 있을지 한번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응회암 지층에서 규화목을 찾아내는 게 만만치 않다면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작은 냇가에 굴러다니는 규화목을 찾는 거죠.



주변 돌과 규화목이 구분되시나요?



응회암층이 침식을 받으면 언젠가는 이렇게 규화목이 떨어져 나옵니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하천에서 구르고 구르는 거죠. 그래서 이 규화목은 반질반질하게 마모가 좀 되었죠.



외곽이 각진 것을 보면 떨어져 나온 지 오래되지 않은 신선한 규화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규화목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규화(硅化)가 된 나무'입니다. 여기서 규화는 규소, 즉 이산화규소(SiO₂)가 나무의 본래 성분인 리그닌 혹은 셀룰로오스를 대체해 굳어졌다는 뜻이죠. 이산화규소는 모스 경도계 7인 석영과 같은 광물로 매우 단단하고 안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염산(HCl)과 같은 산(酸)에 반응하지 않죠.



규화목 못지 않게 굴화석도 단단해 보이지만 주성분이 탄산칼슘(CaCO₃)입니다. 그래서 묽은 염산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이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르죠.(침 뱉은 거 아닙니다. ㅎㅎㅎ) 이는 탄산칼슘이 염산과 반응해 이산화탄소(CO₂)가 기체가 되어 빠져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화학식으로 간단히 나타내면 [CaCO₃ + 2HCl → CaCl₂+ H₂O + CO₂↑]입니다. 이는 탄산칼슘과 염산이 만나면 염화칼슘(CaCl₂)과 물(H₂O)이 남고 이산화탄소(CO₂)가 기체로 나온다는 의미죠.



자 그럼 그 차이를 느껴보세요. 이것은 포항의 이암입니다. 가리비 화석이 있는 부분은 염산이 끓어오르고, 다른 부분엔 염산이 반응하지 않죠. 굴화석과 마찬가지로 가리비 화석이 탄산칼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미국산 공룡뼈 화석입니다. 역시 염산에 반응합니다. 이 점은 화석을 찾을 때 중요한 단서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염산에 반응하지 않는 퇴적 지층 사이에서 화석으로 의심되는 뭔가가 발견되었다면, 염산을 한 두 방울 떨어뜨려 봅니다. 만약 이에 반응한다면 화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죠. 뼈화석은 보통 인산칼슘 계열의 광물 성분을 주로 가지는데, 화석화 과정에서 염산에 반응하는 탄산염 광물로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현생 고래의 뼈 단면입니다. 포항의 한 유명 고래 고깃집에서 공짜로 얻어냈죠. 화석과 고래를 연구한다고 말하니 쾌히 큼직한 고래 팔뼈를 내주셨죠. 포항시 북구 이동에 있는 ㅇㅇ고래고기 식당 사장님 복 받으실 거예요.



포항에서 발견한 고래 뼈화석의 단면입니다. 스펀지와 같은 내부 구조에서 현생 고래뼈와 유사성이 보이죠? 뼈화석답게 당연히 염산에 반응합니다.



염산에 반응하는 성질을 이용해 고생대 미화석을 검출하는 방법을 알아낸 건 고생물학계의 위대한 발견이었습니다. 위는 다량의 복족류 화석을 포함한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막골층 석회암입니다. 석회암은 생물의 잔해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으로 탄산칼슘이 주성분이죠.



이를 분쇄해 염산에 넣으면 보글보글 끓으면서 완전히 녹아버립니다.



모두 용해된 후 거름종이에 거르면 용액은 빠져나가고 이처럼 녹지 않는 이산화규소 찌꺼기만 남죠.



이를 현미경으로 잘 살펴보면 이산화규소 성분으로 된 미세한 알갱이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원리로서 고생대 어류의 이빨로 추정되는 코노돈트(이산화규소 재질)를 온전한 형태로 얻게 되는 거죠.



화학의 힘이 참 대단합니다. 물리적으로는 분리 불가능한 미화석을 이처럼 완전하게 분리해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근데 저~엉말 잡소리가 길었네요. 삼천포도 이런 삼천포가 없습니다. 심지어 화학 시간 같은 느낌이기도 했지만 결국 요지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은 각기 독립된 게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분야이고 각 분야가 잘 융합될 때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과학분야에 있어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규화목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단단히 굳어진 응회암 가운데 나뭇결이 생생한 규화목입니다. 꽤 커서 20kg은 족히 될 듯하네요.



검게 변한 규화목입니다. 사실 규화목이라고 하기엔 탄소(C)가 주성분인 탄화목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하지만 동그란 나무의 원형과 결이 잘 살아있어 동시에 멋진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탄화되었기에 규화가 된 화석보다는 확실히 경도가 낮아 만지면 부스러기가 살짝 묻어나옵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규화목을 만납니다.



규화와 탄화가 어중간하게 섞여 있는 묵직한 나무 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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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규화와 탄화가 적절히 섞여있는 나무화석인데 크기가 상당합니다. 나뭇결도 잘 살아있구요. 들어보니 체감상 20kg 쌀포대와 무게가 비슷했습니다.



산으로 가도 규화목은 나옵니다. 산 전체가 응회암으로 이루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심심치 않게 규화목이 계속 모습을 보여줍니다.



덩그러니 놓인 규화목, 이쯤 되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채지 않을까요?



HN5H2411.JPG

요즘 나무토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질감과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돌이므로 들어보면 묵직합니다.



HN5H2409.JPG

길쭉한 형태의 규화목입니다. 온전한 나무형태는 아니고 쪼개져나온 파편이죠.



돌아오는 길, 실개천에서 자세히 보니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 규화목이 보입니다. 아주 살짝 드러나 있기에 관심이 없었다면 절대 못 알아보았을 것 같습니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르네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300만 년 만에 우뚝 선 규화목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너무 예뻐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겠습니다. 비록 그 어마어마한 나이에 비하면 저의 삶이 하루살이 같이 짧은 찰나의 삶이겠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충분히 사랑해 줄 만합니다.






숨은 그림 찾기 정답입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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