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직운산층
태백에는 여러 고생대 화석산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2군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죠. 먼저 고생대자연사박물관부터 구문소에 이르는 지역이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전경입니다. 건물을 참 잘 지어놓았죠. 'Taebaek Paleozoic Museum'이 병기되어 있습니다. 'paleozoic'이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박물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생대'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필명도 여기서 따온 거죠. 땅 팔레오, 엽전 팔레오, 물고기 팔레오 아닙니다. ㅠ (근데 아무렇게나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mesozoic은 중생대, cenozoic은 신생대입니다. 이 박물관을 만들 때 서울대 지질학과 최덕근 교수의 조언을 받아 고생대란 이름을 박물관에 넣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박물관이 참 좋은 게, 밖에 자연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화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앞서 말했듯 천연기념물이니 화석을 채취하면 안 되고 관찰만 해야 합니다. 차근차근 돌을 살펴보면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패턴이 특이하죠? 이런 걸 발견하면 화석임을 쉽게 눈치채야 합니다. 4억 6천만 년 전에 살았던 두족류 화석입니다.
두족류는 고깔을 뒤집어쓴 오징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후 후손들은 대부분 그 고깔 껍데기를 버리게 되었지요. 천적인 어류의 등장으로 이처럼 느리고 둔한 두족류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껍데기를 버리고 기동성이 좋아진 두족류가 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 후손이 오늘날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오징어죠. 하지만 지금의 오징어도 그 껍데기의 흔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통 안에 뼈(?)와 같은 단단한 갑(甲)을 가지고 있는 갑오징어를 비롯해 모든 오징어 몸속엔 가느다란 뼈의 흔적이 남아 있죠. 하지만 문어와 낙지처럼 완전히 뼈를 버린 두족류도 있습니다.
반면에 여전히 껍데기를 버리지 못한 두족류도 있습니다. 이 녀석은 현생 '앵무조개'로 살아있는 화석이죠. 이름에 '조개'가 있지만 조개 즉 이매패와는 무관합니다. 중생대에 번성했던 암모나이트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체관과 격벽의 형태로 보면 고생대 두족류와 훨씬 가깝습니다.
고생대 표준화석은 뭐니 뭐니 해도 삼엽충이죠. 바실리엘라 속(Basiliella sp.) '직운산층' 삼엽충입니다.
박물관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회색의 지층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막골층'입니다. 앞서 두족류와 삼엽충이 있던 직운산층보다 더 오래된 지층이죠. DSLR로 저속 셔터를 써서 흐르는 물을 감각적으로 묘사해 보았습니다. 요샌 이런 거 AI에게 부탁하면 뚝딱 만들어주니 참 신기하면서도 사진 취미를 가진 애호가로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표면이 쩍쩍 갈라져 있죠? 이것은 '건열'이라고 하는데, 가뭄에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것과 같은 지질학적 특이 사항이죠. 이 시기에 해저가 융기해 이처럼 갈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입니다.
이제 다음 천연기념물 산지로 가보겠습니다.
이곳은 장성동 화석산지로 천연기념물 제41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돌 주변으로 철바카라이 둘러쳐져 있죠. 과거 이곳에선 완전한 삼엽충 화석이 많이 발견되었고 액자에 넣어져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근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이곳은 그야말로 금단의 구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 장소였습니다. 제가 지병이 좀 있습니다. 호기심병이죠.
두둥~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철바카라이 이중으로 쳐져있네요. 마치 삼엄한 경비를 서는 군대 탄약고 같은 느낌입니다. 아~ 정말 궁금한데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상남자답게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면 되지요. ㅎㅎㅎ
실은 전국과학전람회 준비로 학교 측의 협조 요청을 받아 태백시에서 이곳을 특별히 오픈해 주었습니다. 앞서 사진에서 문을 딴 건 제가 아니라 태백시청 담당 공무원입니다.
담당 공무원과 아들이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화석 산지 안내판을 지나...
10여분 정도 산을 오르면 이와 같이 철바카라에 둘러싸인 화석 산지가 나옵니다.
철바카라 주위로 경사가 좀 가파릅니다. 위험해 보이네요.
철바카라 너머 노출된 전석에 완족류 화석이 보입니다. 라피네스퀴나 조센엔시스(Rafinesquina chosenensis)죠. 크기가 500원 동전만 합니다.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근데 잡목이 우거져 80년대 사진 같은 풍경은 아니네요.
잡목과 낙엽이 가득해 화석은 물론 돌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둘러봅니다. 이곳을 굳이 찾아온 목적은 삼엽충 화석의 산출 양상과 직운산층 삼엽충 4종의 사진을 확보하고, 특히 삼엽충의 눈 화석을 촬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태백의 다른 화석 산지보다 화석을 보기 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런 곳이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지요. 천연기념물 지정이 조금 늦은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열심히 찾아보니 그래도 삼엽충 화석은 있었습니다. 바실리엘라 티피칼리스(Basiliella typicalis)의 꼬리네요.
완전하지는 않지만 머리와 몸통 꼬리가 붙어 있는 화석도 발견했습니다. 이건 제가 쪼갠 게 아니라 원래 쪼개져 있었습니다. 오늘은 망치 안 가져왔습니다! ㅎㅎㅎ
이것도 두부 흉부 미부가 있네요. 역시 가장 흔한 바실리엘라 티피칼리스
꼬리의 무늬가 선명한 돌레로바실리쿠스 요쿠센시스(Dolerobasilicus yokusensis)입니다. 바실리엘라 티피칼리스 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죠.
역시 돌레로바실리쿠스 요쿠센시스입니다. 미부와 흉부가 일부 남아있습니다.
마찬가지 돌레로바실리쿠스 요쿠센시스입니다. 이름이 길어 외우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줄여서 '돌요'라고만 기억하셔도 좋습니다. 아까 나온 바실리엘라 티피칼리스는 바티!
돌요의 머리 부분에서 뾰족한 유리볼이 떨어져 나간 크라니디움입니다. 이런 일부분을 보고도 어떤 삼엽충인지 알아내는 쉬운 방법을 찾아내는 게 이번 탐구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런 꼬리 화석은 매우 흔했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이 정도면 누구나 삼엽충 파편인지 알 수 있겠죠?
이건 필석의 화석입니다. 지난번 10회 특집 고생대 올스타전에서 필석이 어떤 건지 설명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게 삼엽충의 눈입니다. 반달 혹은 초승달 모양으로 생겼죠. 시야각이 잠자리만큼 좋아 거의 360도를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눈을 확대하면 이렇습니다.
여기서 또 깜짝 퀴즈 나갑니다. 이 삼엽충은 바실리엘라 티피칼리스인데요. 잠자리처럼 겹눈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눈알의 개수는 모두 몇 개일까요? 눈썰미 테스트입니다. 저는 여러 번 직접 세어보았습니다. ㅠ (정답은 글 마지막에)
1. 236개
2. 1024개
3. 2556개
4. 5644개
5. 9961개
직운산층 삼엽충을 탐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했습니다. 나름 관심이 뜨거워 지역 교육장과 장학사 등이 대회가 열리는 대전까지 일부러 찾아오셔서 응원을 했습니다. 지난번 포항의 담수어 화석 연구에 이어 이번 삼엽충 연구도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화석 산지에서 내려오는 길, 오래된 태백의 탄광사택이 보입니다. 역시 태백은 기분이 묘해지는 참으로 멋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금단의 천연기념물 화석 산지를 가 보았다는 것은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 매우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문제의 정답>
4번) 564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