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성과가 내 것처럼 기쁜 날

내가 잘하는 것보다, 팀원이 잘하게 되는 것이 기뻤다

byKarel Jo


기왕에 팀원의 퇴사를 축하해주어야 했던 날을 떠올렸던 참에, 이번엔 팀장이 되고 나서 느꼈던 또 다른 색다른 감정 중 하나인, 팀원의 성과가 나의 성과처럼 기쁘게 느껴지는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팀장으로서 기대되는 역할 중 하나는, 팀원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팀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도 팀원이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팀원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정답은 정해지지 않았겠지만, 누군가는 팀장의 정확한 가이드와 지시로 팀원의 세세한 능력을 끌어내어야 한다고 답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팀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 위한 판을 깔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은 그러나 전자에 가까웠다. 나에게 있어 팀장이란, 팀의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적재적소에 리소스를 배치하고, 그 리소스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확한 관리포인트를 잡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업무의 청사진과 방향은 세세하게 그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사업계획을 세워야 했던 어느 시기에 고객사들의 예상 매출액과 수익을 산출하기 위해 기초자료를 모으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그 기초자료를 토대로 전체 판매지역의 손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결과물과 사업의 방향에 대해 초안을 작성해 보라는 지시를 그에게 내렸다. 그 팀원으로서는 처음 해보는 일이긴 했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본인의 의지도 충만했으며, 나 또한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업무를 내렸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솔직하게 내 안에서의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그저, 숫자만 잘 뽑혀 나와도 일단은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 그가 며칠 뒤에 나를 회의실로 불러 보여준 결과물은, 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물이었다.


물론, 며칠의 시간 동안 그는 중간중간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과 피드백을 가져갔다. 기대했던 부분에서 헤매는 부분도 있었고, 방향성을 잡지 못해 이건 이렇게 해 보라는 가이드를 두세 번 다시 준 적도 있었다. 큰 그림에서도 세세한 방향이 결국 나를 통해서 나왔기 때문에, 나는 은연중에 자료가 완성이라도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기대치를 훨씬 넘는, 충분한 자신의 인사이트가 담긴 방향성을 가진 손익추정과 분석 결과물을 그는 나에게 보고했다.


그 예상치 못한 결과물에 대해 나는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방향을 그래도 중간중간 잡아 줬고, 이런저런 수정을 거쳐서 이만큼 나온 거겠지.'


그 팀원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폄하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팀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팀원의 성과를 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그 안에서 내 역할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나는 나의 그 역할이, 정확한 지시와 가이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온 것은 역시 내가 방향을 잘 잡았기 때문이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조금 오만한 생각이었다. 아마도 나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을 처음에는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조금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곧, 그의 이야기를 자세를 고쳐 앉아 경청하며 듣기 시작하면서, 그가 보고를 마치자 나지막이 말했다.


"이거, 정말 좋네요.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어요."


평상시에 좋다는 표현을 잘하지 않는 내가 그런 말을 하니, 팀원의 얼굴에 놀람과 화색이 동시에 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팀원은, 기쁜 마음으로 자료는 좀 더 정리해서 보고용으로 만들어서 보내 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었고, 나는 노트북의 작은 모니터로 팀원이 보내준 파일을 보며 한참 동안 수식을 뒤져 가면서 생각했다.


'정말, 잘했는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어느새.'


자료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나는 나의 지시와 방향은 잊고 그가 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좀 더 생각해 보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그가 나의 기대를 넘어 잘 해냈다는 사실에 대해 어쩐지 작은 벅참과, 기쁨의 마음이 느껴졌다. 조금은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해낸 것이 아닌데 왜 남이 해 낸 결과물에 대해 내가 기쁨을 느껴야 할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느꼈던 기쁨은, 팀장으로서 명확한 가이드와 지시, 진두지휘를 통해 팀의 업무능력이 나의 능력과 비슷하게 맞춰지도록 지휘하는 역할로서의 기쁨이 아니라, 팀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벽을 깰 수 있게 만드는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주는, 내가 대신 답을 내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기쁨이었다. 아마도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팀원들과 파트너의 입장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그런 종류의 기쁨이어서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그 팀원의 질문이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그는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무엇 하나 쉽사리 손대지 못하고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하고 물어보기 일쑤였다. 물론 그럴 때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시면 돼요."하고 안심시켰지만, 내심 그에게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나에게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방향이 괜찮으세요?"라고 질문의 결이 살짝 바뀌기 시작했다. 나의 지시와 가이드를 기반으로, 그의 생각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성과 자체보다 더 기뻤던 것은 어쩌면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나 없이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나에게 묻기 전에 먼저 자신의 답을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답이 때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는 것. 내가, 팀원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는 것.


팀장이 되기 전에는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팀장이 된 초반에도 비슷했다. 팀원보다 내가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원이 막히면 내가 해결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이 실수하면 내가 먼저 고쳐주고 싶었다.


그런데 팀원을 키운다는 것이 결국 내가 계속 답을 알려주는 일이라면, 그 사람은 언제까지나 나에게 답을 물어봐야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일을 시작으로 그렇게 하나씩 맡겨본 일들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팀원들이 달라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나는 팀원의 성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했을까.'

'지난번보다 달라졌을까.'

'자기 생각을 얼마나 넣었을까.'


결과를 보기 전부터 궁금했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웃었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사람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자신이 없던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큰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더 이상 팀장으로서 지휘자의 역할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고, 그 사실은 내가 직접 성취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기쁨이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팀장의 성과라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어낸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팀원들이 자신보다 더 잘하게 되는 것.

자신에게 묻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는 것.

자신이 없어도 일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것.


처음에는 그것이 오히려 팀장의 자리를 작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하는 팀보다, 각자가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는 팀이 훨씬 건강한 팀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팀장이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조금 덜 필요해지는 순간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잘해서 내가 기뻤던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잘할 수 있게 되어가는 모습을 보아서 기뻤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팀장을 하면서 나는 꽤 많은 것을 놓아야 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모든 성과에 나의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


왜냐 하면, 나에게 팀장이란 그 자리가 나를 증명하는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팀장의 자리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물론 여전히, 통제형인 나로서는 그래도 팀원의 업무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바카라임감으로 일하지만, 이제 나는 요즘 팀원의 성과를 볼 때 예전과 조금 다른 마음으로 기뻐한다. '내가 잘했구나'가 아니라, '이 사람이 정말 많이 컸구나.' 그리고 그 말이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팀원이 잘해서 내가 기쁜 날. 어쩌면 그날은, 내가 팀장으로서 조금은 잘한 날일 것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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