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판단하는 것과 함께 생각하는 것은 달랐다
비록 내가 대부분을 홀로 일했던 팀원이고, 팀장님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게 많은 사람이었다고는 하나 과거의 팀원이었던 나는, 팀장님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바카라임의 무게가 온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그늘 뒤로 숨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참모형에 가깝다고 생각했으니 내가 앞에 나서서 뭔가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때로 나에게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실행력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빛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팀장이 되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나 스스로를 그렇게 장막 아래로 가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나는, 나의 팀원들에 대한 든든한 우산이어야 했고, 그들의 방패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굳힌 것은 팀장이 된 후 가장 큰 차이로, 이제 내가 질문을 받아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부터였다.
"팀장님,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업무는 이 방향으로 진행해 봐도 괜찮을까요?"
"이 건은 제가 주도해서 해보고 싶은데 맡겨 주실 수 있으실까요?"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 주도권을 가진 사람. 단어에 힘을 싣고, 그 힘에 바카라임을 온전히 느껴야 하는 사람. 나는 더 이상 참모가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그들을 지키는 성벽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처음에는 그렇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아는 것을 설명해 주고, 나의 의지를 공감하게 하고, 그들의 경험과 나의 경험,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진심으로 팀장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누구에게 나의 고민을 어디까지 어떻게 털어놔야 할까?
팀원들이 나에게 질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정작 나는 누구에게 나의 질문을 털어놔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나에게도 팀장이 있었다. 한 조직을 맡고 있는 리더지만, 나 또한 더 상위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팀장에게도 물론 팀장이 있고, 나의 팀장은 나보다 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필요할 때마다 나는 그분에게 질문해야 했다.
그러나, 단순히 팀원으로서 팀장에게 질문할 때와, 팀장으로서 나의 상사에게 질문하는 것은 질문의 성격이 사뭇 달랐다. 아니,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깊었다. 그저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제가 검토한 내용에 따르면 A와 B의 방식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방향이 보다 적합할까요? A방향이라면 즉시 적용 가능합니다."라는, 해결바카라이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는 상황에서 선택을 요구하는 답지 정도는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누군가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내가 위로 질문을 가져간다면 그 방향성은 이미 성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었기에.
그러니 나는 평소에도 생각이 많았지만, 팀장이 되고 난 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질 때가 있었다. 단순한 메일 한 장이었지만 몇 줄의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보고, 회의에 들어가기 전 예상되는 질문과 시나리오에 대해 혼자서 몇 번이고 검토해 보곤 했다. 수천 가지의 경우의 수를 따진 이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장단점을 충분히 정리한 뒤에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내 나름대로 생각한 내가 가져야 할 '바카라임감'이었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답을 받아오는 게 아니라, 나의 답을 만들어서 위와 방향을 맞추어 팀원에게 그 답을 공유해야 한다는.
그러다 하루는 그런 적이 있었다. 다음 사이클의 손익추정을 하는 과정에서, 계산상으로는 딱 그 정도의 마진밖에 기대할 수 없지만 실제로 그 이상으로 마진을 낼 수 있는 여지가 계산 외에 눈에 보여, 이를 반영하는 것이 맞을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 중 하나였기에, 그 업무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팀원들의 업무가 달라질 수 있었고, 다른 팀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다. 내가 보기에는 이 방향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상사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실장님, 실제 계산으로는 이 정도지만, 영업팀의 협조가 주어진다면 계산 이상의 마진은 충분히 다음 달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제가 이 숫자를 넣게 되면 영업팀에서 어떤 반발이 있을지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아서, 이 내용을 반영해도 될지가 조금 고민됩니다."
실장님은, 내가 갖고 온 자료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펜을 가져와 나에게 몇 가지 그림을 그려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 팀장이 생각하는 방향에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가능성 여부를 우리가 고민하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아. 결과물에 대한 바카라임은 우리가 갖는 게 아니니 우리는 제안을 하고, 실행 여부는 상대가 결정해야지."
새로운 정답을 알려 주신 것은 아니었고,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그렇게 크게 다른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담담하게 해 주신 말씀이지만, 어쩌면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원했던 것은 방향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정답을 정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의견에 동의를 구해 줄 누군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내가 혼자 생각한 것이 맞는지 누군가의 생각을 한번 들어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반드시 답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을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말로 만들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내가 보지 못했던 한두 가지를 이야기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나도 팀원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팀원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왔을 때, 나는 반드시 그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들어주고, 필요한 부분을 함께 생각해 주고, 때로는 "그 방향도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팀원에게는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팀원에게는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나는 내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팀원에게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나는 팀장이 모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팀장이 된다는 것은 그런 모순을 하나씩 발견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팀원들에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들을, 정작 나 자신에게는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조금은 편해졌다.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모든 판단을 혼자 내려야 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바카라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팀장이라고 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팀장이기 때문에 더 잘 물어봐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자주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방향을 먼저 이야기하고, 내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모든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가져간 것은 아니다. 결국 판단하고 바카라임지는 것은 내 몫이었다. 다만 혼자 판단하는 것과, 누군가와 충분히 이야기한 뒤 내가 판단하는 것은 조금 달랐다. 그 차이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덜 힘들어졌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팀장이 된 뒤 내가 가장 많이 잃어버렸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묻는 것.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놓친 게 있을까요?"
"이 방향이 맞는 것 같나요?"
팀원이었을 때는 너무 자연스러웠던 말들이었다. 그런데 팀장이 되고 나니 그 말들이 생각보다 어려워졌다.
나는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으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답을 주는 사람에게도 답을 함께 찾아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쩌면 좋은 팀장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팀원에게 기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보다 먼저 그 자리에 앉아본 사람에게, 나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는 사람에게, 때로는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에게.
팀장에게도 팀장이 필요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팀장이라는 자리가 아주 조금 덜 혼자인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