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byKarel Jo


지금도 그렇게까지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팀장이 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나는 진심으로 좋은 팀장이란 모든 것을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원의 고민거리를 언제나 즉각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 또는 소방수의 역할이 팀장의 주된 역할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나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팀원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업무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면 내가 하던 일도 만사 제쳐두고 먼저 그것부터 해결하는 데 매진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들이 나에게 물어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스스로 먼저 물어볼 때가 있었다. "지금 너무 일이 몰리지 않았어요?"라든지, "좀 막혔나요? 같이 한번 보는 게 좋겠어요?"라든지.


팀원이 기꺼워하는지, 어려워하는지에 대해 크게 눈치를 살피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일이 되게끔 만들어 내는 것이고, 나의 역할은 일이 되게 만드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얼굴보다는, 눈앞에 있는 문제에 대한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이건 내가 다른 팀장과 좀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겠다.'

'이건 지금 이분이 하기엔 조금 어렵겠는데, 내가 좀 이어서 끝내야겠다.'

'이 부분은 이해가 아직 충분하지 않구나,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겠다.'


팀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정답지는 언제나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이 팀장으로서의 리드라고 생각했다. 팀원보다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팀원보다 먼저 해결바카라을 찾고, 팀원이 어려움을 겪기 전에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사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팀원이 잠시 나에게, 시간이 되면 회의실에서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얘기했고, 우리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나는, 아마도 나에게 내가 며칠 전 맡겼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논의할 거라고 생각했고, 이미 어떻게 대답할 지에 대해서 대강의 생각을 마쳐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털어놓은 것은, 나의 예상과 사뭇 다른 일이었다.


"팀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며칠 전에 나눠 주신 업무 분장 관련해서 마음에 조금 걸립니다.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저의 커리어에도, 팀 분위기에도 이게 맞는 결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온 직후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는 며칠 전에 모든 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특별히 이견이 없다면 나의 의견에 따르기로, 그리고 개별적으로도 혹시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는지를 나 스스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잘 물어보았다고 생각했고, 별다른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았기에 각자가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려움을 듣고 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에 대한 이야기였겠지만, 그 순간은 조금 달랐다. 그것은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팀원의 부담감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었고, 그 팀원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내가 즉각적으로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잘 해결해 볼게요."라고 팀원을 위로하고 즉각 생각해 둔 계획에 따라 그를 해소했겠지만, 그 상황에선 그럴 수 없었다. 내가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나는 그 고민에 대해 함부로 내가 해결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저, 짧게 내가 할 수 있는 말만 해야 했다.


"많이 힘들었겠습니다. 말해 줘서 고마워요."


불편한 사실이었다. 내가, 팀장으로서, 팀원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해. 아마도 그건, 그때의 내가 '도와준다'라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라는 것으로 치환해서 굉장히 좁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문제를 없애주거나, 문제의 상황을 바꿔주거나, 아니면 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길을 보여주거나.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내가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그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 팀장의 팀원에 대한 예의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나는 그럴 수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팀장으로서 나의 역할에 대한 부족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자리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짜 놓은 판에 어떤 허점이 있었을까?'

'내가 읽어내지 못한 그 분위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그를 안다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사실 그렇게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없었다.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답이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때, 나는 팀장으로서 '도와준다'라는 말에 대해, 처음으로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도와준다는 말이, 반드시 내가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니지 않을까. 나는 내가 여전히, 무엇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에 강박적으로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들에게 팀장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팀장이 되기 전부터, 적어도 일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물론, 모든 일에 대해 처음부터 내가 잘했던 것은 아니었고 내가 깊게 파고들어 알아낸 일도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고, 또 잘해 냈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이 되고 나서는,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바카라임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팀원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는, 내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문제는 해결바카라을 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조언보다 "그럴 수 있다"는 한마디가 더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어떤 문제는 내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일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


그날 이후로 팀원이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면 예전처럼 바로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해결바카라이 떠올랐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해 보면 되지 않을까.'

'내가 조금만 더 관여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전에 한 번 더 들으려고 했다.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해결바카라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한번 꺼내놓고 싶었던 것인지.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날이 있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적어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진다. 아마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문제를 보면 해결하고 싶고, 일이 꼬이면 정리하고 싶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는 사람이니까.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팀장의 역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팀장은 결국 모든 사람의 삶을 바카라임져야 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럴 수는 없다. 팀장은 팀원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그 사람이 해야 할 선택을 대신할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일을, 자신의 선택을,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순간에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팀장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에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팀장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날. 그날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잠시 그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그날 내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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