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퇴사를 축하해주어야 하는 날

byKarel Jo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다 보면, 만남과 이별이라는 것이 그렇게 특별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나만 해도 지금 온라인 게임이 벌써 다섯 번째 회사고, 다시 말하면 다섯 번의 만남과 네 번의 이별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학년이 바뀌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학년과 반으로 옮겨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해지고 관계를 쌓듯이, 온라인 게임 생활도 어떻게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와 만나고, 인연을 쌓고, 그러다 누군가가 다른 새로운 누군가로 또다시 채워지며 그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온라인 게임을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음에도 새로운 도전과 시작은 크게 두려움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건 나 자신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굉장히 드라이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절의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에 소중했지만 미래엔 시간의 흐름 속에 또 다른 누군가로 그 빈자리를 계속해서 채워나갔기에.


그러나, 막상 팀장이 되어,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맞이해야 하는 퇴사라는 것은 내가 과거 몇 번 동안 던져왔던 사직서의 무게와는 사뭇 다른,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한 일이었다.


그 팀원은, 꽤 오랫동안 나와 함께 일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가깝게 지냈던,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 같은 팀에 속해 있었을 뿐이지 맡은 업무의 역할도 많이 달랐고,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깊게 연관이 되어 있지 않으니 특별히 말할 일도 그리 많지 않았다. 활발하여 모두에게 웃음을 주는 그런 서글서글한 성격의 친구였지만, 처음에 나는 그 친구와 자연스럽게 한 발 거리를 두었다. 나와 딱히 맞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를 하다가 가족 중 한 분이 편찮으신 이야기를 나누게 된 적이 있었다.


관계의 깊이로 생각해 보면 굳이 나와 나눌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연히 나온 그 이야기에 꽤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사고의 깊이가 깊은 친구며, 그 웃음 안에서는 굉장한 자신의 노력이 깔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없는 긍정이란 감정의 힘, 그 원천에서는 그 또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니 그때부터 조금씩, 사람에 대한 호감 속에 내가 알고 있는 일들을 여러 가지로 알려 주기 시작했다. 일을 잘할 때도 있었고,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바쁜 시기를 함께 보내왔고,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들 때에도 서로 한숨을 쉬며 같이 힘들어했다.


그러다 내가 팀장이 되고 난 뒤부터는, 좀 더 자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팀장이 되었다고는 해도, 이전에 같은 동료로서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왔던 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깊이 업무에 대해 이야기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때로는 내가 먼저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고, 그 사람이 가져온 고민을 함께 들여다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사람에게 내가 도움을 준 순간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내가 그 사람에게 의지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팀장은 팀원을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팀장을 하다 보니 팀원에게 기대어 버티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서, 어느 날 나온 뜻밖의 이야기였다.


"팀장님, 저,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다음 달까지만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사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몇 초간의 침묵을 지킨 뒤에 간신히 내뱉은 말은 "일단, 축하해요."라는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 말을 듣고 처음 떠오른 말은 축하가 아니었다. 나의 짧은 언어로 표현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첫 번째로는 일단은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한 말로, 서운함이 먼저 앞섰다. 축하한다는 말 뒤에 따라붙지 못한 말들이 입 안에서 자꾸 맴돌아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그때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같이 하면 안 되는 거니?'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도전을 여기서 해 볼 수는 없는 거니?'

'내가 보여주고, 평소에 이야기했던 그 방향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거니?'


그러나, 그 모든 말들을 참아야 했다. 왜냐 하면, 나에게 말하는 그 팀원의 결정이 결코 그리 간단히 나온 결정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생각을 안으로 꾹꾹 눌러 집어넣고, 축하한다는 말 뒤에 간신히 한 마디를 더 이을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러고 나서, 그 팀원이 하는 이야기를 한참 동안이나 들었다. 그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팀장이 되기 전부터의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웠던 시기, 힘들었던 시기를 같이 보냈던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그 추억들이 쌓인 경험에서 오는 안정감, 그 안정감 속에서 팀장이 되고 난 후에 즐겁게 나눴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이야기들, 그 모든 것들이 주는 밝은 미래 속에, 그러다 드러난 하나의 고민. '도전'이라는 그 마음에 대한 열망.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곳에서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 조금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그 마음은, 나 역시 몇 번의 온라인 게임을 옮겨 나 스스로를 증명해 온 사람이기에 그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잘 알고 있기에 항상 권장해 왔었다. 언젠가 그런 좋은 기회가 온다면, 사람의 정에 이끌려 결정을 그르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직접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고 나니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팀장의 위치에서, 물론 나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퇴사를 만류할 수도, 그 도전을 여기서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것도, 미래를 위해 지금보다 더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도, 이미 내가 준비하고 있던 많은 그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나는 할 수 있었다. 팀장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마 내가 팀장이 되고 나서 배운 것 중 하나였을 것이다. 팀원을 내 곁에 붙잡아 두는 것이 팀장을 잘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 좋은 팀장이란 팀원이 나와 함께 오래 일하도록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 그 사람이 자신의 다음 길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그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여전히 아쉬움 속에 해묵은 시간들이 다시 머릿속을 거슬러올라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사람이 빠진 팀을 어떻게 메꿔야 할 지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힘들었던 점은, 내가 의지하던 사람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팀장의 입장에서 보면 한 명의 퇴사는 조직의 변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팀원 1명이 그저 빠져나갈 뿐이고 새로운 팀원으로 그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 사람의 퇴사는 함께 보낸 시간의 끝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이상했다. 퇴사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해 주며 축하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 여전히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아프게 남았다.


축하하면서도 아쉬울 수 있다. 응원하면서도 서운할 수 있다. 그 두 마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조금 많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마 사람을 보내는 일에는 그런 모순이 함께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팀원의 퇴사를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좋은 곳으로 가면 축하해 주고, 아쉬운 곳으로 가면 위로해 주면 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팀장이 되어 보니 퇴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특히 내가 아끼는 사람이 떠나는 순간에는 더 그랬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고,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그 사람을 이끌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나도 많이 배웠다.


어쩌면 그러니, 팀장과 팀원의 관계라는 것은 단순히 일방적이고 수직적이기만 한 관계는 아닐 것이다. 나 혼자만이 그의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역시 나를 더 나은 팀장으로 만들기 위해 그 과정을 함께 노력해 주고 열심히 해 왔던 사람이었다. 내가 그를 잘못 판단했던 순간도 있었고, 내가 그를 흔들리게 한 순간도 있었다. 그 또한 내가, 점점 나아지는 모습도 봤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내가 팀장으로 살아온 시간의 소중한 한 조각이었다. 이제는 그 조각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아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아쉬움마저 모든 감정을 담아 나는 진심으로 그 사람의 앞날에 대어 말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성장하기를 바랄게요."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나는 팀원을 잘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팀원들이 나를 좋은 팀장으로 기억했으면 했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그 사람의 모든 선택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것. 내가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없다는 것. 그리고 결국 팀원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것.


팀장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잠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일 뿐이었다. 언젠가는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쩌면 팀장이 배워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 아쉬워하며,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함께 일하면서 예전보다는 더 나은 팀장으로 그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나의 아쉬움으로 덮고 싶지 않기에, 나는 그렇게 그를 축하하며 보냈다. 어쩌면 팀장이 된다는 것은 그런 순간을 조금씩 더 많이 경험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 곁에 두는 것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나는 것. 그 사람의 선택이 나에게는 손실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사람의 팀장이 아니라, 그 사람을 오래 함께 일했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해 주는 것.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씁쓸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마음 한 편으로 여전히 조금 아쉽지만, 이제는 이를 통해 내가 누군가의 다음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그런 팀장이 되었기를 바란다.


잘 지내기를, 그리고 진심으로. 다시 한번 정말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축하해요.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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