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면 일이 줄어드는 줄 알았다

일이 아니라, 고민의 경계가 사라졌다

byKarel Jo


처음 지금의 회사에 왔을 때, 나는 내가 잘해왔던 일을 조금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해왔던 일은 꼼꼼하게 장부를 정리하는 전통적인 회계 업무보다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검토하거나 현재 사업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을 숫자로 분석하는 재무관리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Finance라는 업무를 조금은 편협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회계에 대한 지식이 아주 많지 않아도, 내가 해오던 방식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건 팀장님과 함께 일했던 근 1년간의 시간에도 그렇게 느껴지기에 충분했고, 오히려 어떤 의미에는 확신이 있었다. 팀장님께서는 언제나 지역별이든, 고객별이든, 제품별이든 수익성 분석이라는 다섯 글자에 매몰되어 계셨고, 자연스럽게 그 업무는 나에게도 이어져 나는 언제나 팀장님과 숫자와 비율로 이야기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복잡한 수식이 아닌 산수, 빠른 셈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와 팀장님은 5%면 영향이 몇십만 불이라든지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팀장님의 자리에 처음 앉았던 그 순간에도, 나는 막연히 앞으로 그냥 더 많은 바카라임이 주어지고, 더 많은 결정과 판단을 빠르게 해 나가는 것만이 나에게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그 생각이 나의 짧은 식견에서 오는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건 위로 올라갈수록, 다시 말해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모를 일이겠지만, 사람의 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과거에 자신이 봐 왔던 주변 환경과는 또 다른 위치의 시야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학생은 학생의 시야를 바라보고, 청년은 청년의 시야로, 노인은 노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시야를 넓힌다는 말은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되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시각으로 편협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팀원일 때 내가 보았던 것은 내 눈앞에 놓였던 숫자와 업무였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히 팀장이 되어도 일이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나의 착각은, 하루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정신없이 끝나버리게 되었다. 팀장이 되고 나니,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과 조직, 그리고 그 숫자의 과정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 생각 그 이상으로 팀장님은 많은 일에 얽혀 있었다. 먼저, 팀장이 된다는 것은 내 밑에 내가 관리해야 할 직원이 생겼다는 말이고, 나는 그들의 중간관리자로서 들어야 할 필수 교육도 들어야 했고, 때때로 인사팀에서 요청하는 중간평가라든지, 직원의 커리어 관리에 대한 계획도 작성해야 했다. 그와 별개로, 팀장님이 단순히 나보다 더 많은 손익 관련된 부분만 본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팀장님은 재무든 회계든,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인 부분에 걸쳐 있었다. 물론, 당시에 다른 팀들이 안정화가 되지 않아 전부 쏠렸던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팀원일 때 쉽게 채워지지 않던 나의 아웃룩 캘린더는 이제 빈 시간을 찾는 게 더 힘들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십 건씩 결재를 처리했지만, 몇 분만 지나면 다시 새로운 결재가 쌓여 나의 알람을 울려댔고, 메일함에는 읽지 않은 메일들이 한두 통으로 시작하다 몇십 통으로 불어나 하루를 마치기에 일쑤였다. 팀원일 때는 내가 맡은 일을 잘 끝내야 하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목표였는데, 팀장이 되고 나니 그 희미한 경계선 사이에, 내가 직접 하지 않는 일도 어디까지가 내 일인가에 대한 정의를 잡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 한 가지가, 나를 정말로 힘들게 만들었다. 일이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닌, 무엇이 내 일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팀원일 때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비교적 분명했다. 내가 맡은 숫자를 확인하고, 필요한 분석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됐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 나니 팀원의 일이 어디까지 나의 일인지, 다른 부서와의 갈등을 어디까지 내가 해결해야 하는지, 팀에서 발생한 문제를 어디까지 내가 바카라임져야 하는지 그 경계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막연히 나는 팀장이란 조금 더 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앉아보니, 팀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고민하게 되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 내가 찾게 될 것은 빈 캘린더가 아니라, 빈틈이었다.


내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빈틈,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잠깐의 시간.


팀장이 되면 일이 줄어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줄어드는 대신, 일이 끝나는 순간이 사라질 줄은 몰랐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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