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리에게 묻지 못한 질문

공립 임용시험에 합격하기 전, 나는 1년 동안 한 특수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그 학교는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 교실 한편에는 늘 아이들보다 먼저 와 있는 존재들이 있었는데, 바로 동물매개치료를 위해 함께 생활하는 동물들이었다.

20130501_161707.jpg<다른 교무실에 있던 골든리트리버 아이>


20130501_151043.jpg<대부분 이런식으로 교무실에 함께 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맡겨진 한 존재가 있었다. 다리 하나가 절단된 암컷 진돗개, ‘뚜리’. 뚜리는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오래 남는 아이였다. 한쪽 다리가 없는 몸으로도 생각보다 단단하게 서 있었고, 누군가 다가오면 조심스럽게 꼬리를 흔들었다. 과하게 반기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닫지도 않은 채, 그저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 업무 중 하나는 뚜리를 돌보는 일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고, 산바카라을 시키고,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밖으로 데려가는 일. 처음에는 단순한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점점 하루의 리듬이 되었다. 힘든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뚜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다가가면 말없이 꼬리를 흔들며 몸을 맡겼다.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화재 경보기가 울렸다. 순식간에 교무실 안이 술렁였고, 선생님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 계단으로 향했다. 나도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향하다가 문득 한쪽 구석을 보게 되었다.


뚜리였다.


3층 교무실 한편, 짧은 목줄에 묶여 있던 뚜리는 경보음 속에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낯선 소리와 분위기에 몸을 잔뜩 낮춘 채,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 나는 목줄을 잡아당기며 “뚜리야, 가자”라고 말했지만, 그날만큼은 평소와 달리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목줄을 풀고 조심스럽게 뚜리를 안았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한쪽 다리가 없는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더 단단해져 있었고, 내 팔 안에서 뚜리는 놀랄 만큼 조용했다. 나는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다른 팔로 뚜리를 끌어안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경보음은 계속 울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또렷한 감정이 들었다.


‘아, 내가 지금 이 아이를 지키고 있구나.’


밖으로 나왔을 때, 뚜리는 여전히 조용했다. 바닥에 내려놓자 천천히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나를 한 번 올려다봤다. 다행히 실제로 불이 난 것은 아니었고, 단순한 오작동이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그날의 감정만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개를 안고 계단을 내려오던 그 짧은 시간이 유난히 길게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생각하게 되었다. 뚜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었을까. 장애를 가진 몸으로, 낯선 환경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묶여 살아간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던 그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1년 뒤, 나는 그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기간제 교사였던 나는 다른 자리로 옮겨야 했고, 뚜리와도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마지막 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뚜리를 쓰다듬었다. 뚜리는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있었고, 나는 속으로만 말했다. ‘좋은 사람 만나야 한다, 뚜리야.’


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반려견에게 단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묻고 싶냐는 설문 결과였다. 1위는 단순했다. “너, 지금 행복하니?”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갔다. 3층 교무실 한편에 묶여 있던 작은 몸, 계단을 내려오던 따뜻한 체온, 그리고 말없이 꼬리를 흔들던 눈빛.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도 같은 질문을 했을 것 같다.


“뚜리야, 너… 지금 행복하니?”


요즘처럼 학교에서 유난히 힘든 날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처럼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아무 판단도 없이 나를 받아주던 그 존재.


그날의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사였지만, 어쩌면 동시에 뚜리에게 위로받고 있었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그 아이가 생각난다. 내 하루를 말없이 들어주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치료사였던 진돗개, 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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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진첩에 남아 있는 뚜리, 잘 때는 꼭 저렇게 자는데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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