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즉석떡볶이

by온유
하교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가던 분식집
빨간 떡볶이와 순대, 각종 튀김들과
김이 폴폴 나는 오뎅국물
낡았지만 정겨운 테이블과 의자
벽 한쪽에 가득하게 적혀있는 낙서들
그곳에 남아있는 학생들의 이야기



요즘에는 학교 앞에 분식집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하교 후에 각종 간식들과 간편식들이 모두 모여있는 편의점으로 간다.

학원에 가기 전에 간식을 먹거나 간단히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하교 후에 가는 곳은 떡볶이집이었다. 학교 앞에 몇 개의 분식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나에게 떡볶이는 소울 푸드와도 같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곳은 즉석 떡볶이집이었다. 사실 즉석떡볶이집은 자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냄비에 2인분 이상만 팔았고 사리 등을 넣으면 일반 분식집보다 가격대가 높았기에 친구들이랑 가끔 갈 수 있었다.


내 기억 속에 처음 가 봤던 즉석떡볶이집은 일요일 교회가 끝난 후에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을 데리고 가셨던 곳이다.

그때 이사를 와서 처음 간 교회였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냄비에 라면, 쫄면사리와 함께 보글보글 끓고 있던 즉석떡볶이는 정말 맛있었고, 어색함 속에서도 잘 먹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해 즉석떡볶이를 사주셨던 선생님 덕분에 처음 먹어봤던 기억이 따뜻함으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 유명한 즉석떡볶이집이 있었는데 하교할 때 가끔 친구들과 갔던 곳이다. 검은색으로 된 위로 둥글게 손잡이가 달린 냄비에 끓여 주던 곳이었는데 떡이 말랑말랑하고 라면사리가 정말 맛있었다.

즉석떡볶이를 먹을 때 라면사리를 넣어주는데 푹 퍼지기 전에 먼저 떠먹으면 밀가루 풋내가 나면서 떡볶이 양념이 덜 밴 맛이 난다. 면이 꼬들꼬들하면서 떡볶이 양념이 약간만 밴 상태로 밀가루 풋내가 살짝 나는 그 맛이 참 좋았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뜨거운 김이 팍팍 올라오는 냄비에서 후후 불어가며 라면 사리를 건져 먹던 추억은 지금도 그립다.

임신을 했을 때 입덧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즉석떡볶이였다.

남편에게 즉석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남아 있는 곳이 많이 없었다.

결국 남편이 즉석떡볶이 체인점을 찾았는데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 먹었다. 학창 시절 먹던 그 맛은 아니었지만 남편과 함께 뱃속의 첫째와 함께 먹었던 그때의 즉석떡볶이도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많이 없어진 옛날 떡볶이집들.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이나 마라탕집에 더 자주 가는 것 같다.

떡볶이라는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떡볶이는 추억의 연결고리와도 같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가던 떡볶이집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고등학교 때 즉석 떡볶이집에서 먹었던 라면사리의 맛이 생각나는 걸 보면 음식은 추억의 매개체가 맞는 것 같다.

남편과 우리 아이들은 떡볶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먹어 준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아이들을 데리고 신당동에 가서 즉석떡볶이를 같이 먹어 보고 싶다.


추억의 공유라고나 할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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