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문방구는
꼭 필요한 준비물들을 사던 곳이기도 했지만, 학교를 떠올리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추억의 장소이다.
학교 앞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있다. 지금은 잊혀가고 있는 이름인 ‘문방구’이다.
내가 초등(국민)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 앞에 문구점이 3~4개는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가게 앞 매대에 각종 불량식품들을 내놓고 팔았던 아이들의 단골 방앗간인 OO슈퍼도 있었다.
물론 분식집도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철판에서 끓고 있던 빨갛고 달달한 떡볶이는 늘 우리를 유혹했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어묵도 항상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500원이면 종이컵 가득 담아주던 컵볶이도 생각난다. 그뿐만 아니라 길 한쪽엔 (지금은 달고나로 불리는) 뽑기를 팔던 아저씨가 연탄불 위에서 달고나를 연신 만들어내고 아이들은 단내에 홀린 듯이 와서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은 학교 앞에서 거의 사라진 문방구가 그 시절에는 왜 한 학교 앞에 몇 개씩이나 있었을까?
지금은 학교에서 준비해 주는 준비물들을 그 시절에는 모두 집에서 구입해서 가야 했다.
가장 흔하게는 색종이부터 학기 초마다 가져오라던 리코더, 단소, 리듬악기세트, 찰흙, 지점토, 수수깡 등을 모두 문방구에서 샀어야 했다.
특히, 집에 하나씩 없으면 안 되는 전과도 문방구에서 팔았다.
전과는 동아전과냐 표준전과냐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지 살까 말까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꼭 필요한 준비물을 사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문구점은 아이들로 가득했다.
나에게 초등학교 시절 문구점은 학교 준비물들을 사로 가던 곳이지만 잊지 못할 추억들도 있다.
그 시절 국민학생이라면 학교 앞 문구점이나 슈퍼 앞에 꼭 하나씩 있던 오락기들을 기억할 것이다.
용돈이 많지 않던 시절, 학생들의 주머니 속 동전들을 자발적으로 빼앗기던 곳. 나 역시 주머니가 털린 적이 한번 있다.
평소에 부모님 말을 잘 듣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같은 성격이었지만 아주 가끔 호기심으로 핀트가 나갈 때가 있는데 그때였던 것 같다.
묵찌빠라는 오락기가 있었는데 묵찌빠, 묵찌빠 소리가 나오다가 내가 묵찌빠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누르고 화면 속에 멈춘 손 모양에 가위바위보를 이기면 코인이 나오는 기계였다.
코인의 개수가 1개에서 20개까지 있는데 20개에 멈추면 소위 대박이 나는 게임이다. 그날따라 뭐가 씌웠는지 엄마가 학교에 내라고 준 공과금이 든 봉투에 든 지폐를 바꿔서 그 게임을 한 것이다.
마치 도박과도 같은 게임 방식은 나에게 처음으로 도파민과 함께 좌절을 맛보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엄마에게 솔직하게 자백하고 혼이 났던 것 같다.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건 중에 하나였나 보다.
학교 앞 문방구는 나에게 또 다른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그 시절에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할 때라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문방구 앞에 각양각색의 카드가 꽂혀 있는 전시물이 항상 나와 있었고,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캐럴들이 흘러나오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나는 그 시기의 분위기를 너무 좋아했다.
누군가 나에게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게 있으세요? 하고 물어보면 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 카드를 팔던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는 학교 앞에 문구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도 별로 없고 문구용품들은 인터넷이나 큰 문구점에서 사게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문구점은 말랑이나 포켓몬 카드를 혹은 간식을 사러 가는 곳이다.
그리고 분식집도 많이 사라져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편의점으로 바뀐 지 오래다.
가끔 아쉽고 세월의 야속함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변화는 어쩔 수 없다.
나에게 학교 앞 문방구가 애틋한 추억의 장소이듯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다른 모습들이 추억으로 남겠지.
하교 시간이면 학교 앞 슈퍼에서 팔던 불량식품들을 사기 위해 왁자지껄 하던 친구들, 슈퍼 옆 한 켠에 있던 공중전화기, 그 옆으로 쥐포를 구우라고 놔둔 연탄이 들어간 화로.
맞은편으로 바닥에 노점상을 펴고 뽑기를 팔던 아저씨.
학교 앞 사거리에 마주 보고 또 나란히 있던 문방구들.
그 사이로 이어지던 시장까지.
그 골목은 고스란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