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

by도리


"아오.. 이거 왜 안 열려? 오빠 이것 좀 열어줘.

접착제를 발라놨나? 안 열리네?"



아까부터 물통 갖고 씨름하는 것 같더니

아직도 못 연 거야?



"으~ 하 안 되겠다.. 야! 개도윤! 니가 좀 해봐."


"줘봐.."



도윤아 안 열리면 그냥 종이컵 쓰면 되니까 너무

애쓰지 말고..



"으그그그!"



... 애쓰지 말라니까.



"어휴. 아빠 잠시만요. 이거 금방 열어 올게요."



으이그..

참... 어렸을 때는 그렇게도 끈기가 없어서

나중에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아빠 저게 무슨 끈기야. 오기지. 야! 안 되면

그냥 가져와!"



세월이 다 해결해 줄 줄 알았다면

그땐 왜 그렇게 다그쳤는지..



"야! 너 일기 다 썼어?"


"..."


"대답 안 하냐?"


"시간이..."


"니가 시간이 왜 없어? 학교 갔다 와서 뭐 하냐?

부업이라도 뛰어? 대체 이해가 안 되네?"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 언제? 또 며칠 밀렸다가 쓰려고?

숙제는 다 했어?"



매일 저녁 너희들을 혼내는 게 마치

루틴처럼 자리잡혔던 때가 있었지.



"아빠~ 오늘 숙제 없어. 그리고 일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써서 일기 아니야?"


"도아 넌 그걸 말이라고 하냐?

매일 쓰니까 일기지!"


"누가 정한 거래? 그리고 나 이제 중학생인데

일기 검사하는 거 사생활 침해 아니야?

아빠 나 이거 불편해!"



나 삐졌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리던 너.

매일매일 하는 잔소리이건만 왜 그렇게

바뀌지들 않는지.



"도윤이부터 보자. 언제부터 안 썼어? ... 야!"



한동안 바빠서 말만 하고 일기장 검사를

안 했던 탓일까?


2주일 정도였나? 그때 쓴 걸 마지막으로

아주 깨끗하더라.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도아 넌!"



화난 목소리로 너를 다그치자

살살 웃으며 아빠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네던 너.



"아빠 잘 들어봐? 내가 진짜 열심히 썼거든?

근데 일기장이 갑자기 사라졌지 뭐야?"


"... 니네 둘 다 저리 가서 무릎 꿇고 손들어.."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

왜 그렇게 아빠가 화가 났던 건지.

단순히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니들 아빠가 누누이 얘기하지?

해야 될 일은 꼭 끝까지 해내라!"



거실에 무릎을 꿇은 채 손들고 벌을 서는

너희들 앞에 앉아

여느 때와 같이 아빠의 잔소리는 시작됐지.



"그런데 매번 이게 뭐야? 너희들이 해야 될 일!

일기 쓰기 아니야? 왜 기본적인 것도 안 하는 거야?

아빠가 어려운 거 시키니?"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 없는 도윤이, 그리고

잔소리하는 아빠를 빤히 쳐다보더니 은근슬쩍

팔을 내리며 아빠에게 말을 건네던 너였지.



"아빠 요즘엔 학교에서도 일기 쓰라고 안 해!"


"일기는 네 삶의 기록이라고, 그리고 글쓰기

실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너네들 크면서 아빠가

누누이 얘기했잖아."


"진짜 중학생이 일기 안 썼다고 벌서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을 거야!"


"너 언제 손 내렸어? 다시 안 올려!"



어느새 웃음기는 걷히고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채로 다시 팔을 올리던 너.



"도윤이 넌 왜 말이 없어. 뭘 잘했다고."


"..."


"이 자식 봐라? 니가 지금 잘했다는 거야?"


"..."


"야! 대답 안 해? 나 지금 벽 보고 얘기하냐!"



그때였어.


번호키 눌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현관문을 열고 엄마가 들어오는 거지.



"나 퇴근했다요... 내 새끼들 또 왜 혼나?

또 사고 쳤어?"



엄마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던 너.



"엄마~ 나 일기 그만 쓰면 안 돼?"


"아빠가 지금 일기만 갖고 그래!"


"엄마아~"



엄마에게 아양을 떨며 애교를 부리던 너와,

여전히 벌을 서며 침묵하고 있는 도윤이었지.



"아휴.. 왜 또 애들을 잡아. 도아! 너 뭐 잘못했어?"



속도 모르고 너를 끌어안고 빙빙 돌며

대화를 이어가는 엄마와 너.

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속이 타던지.



"어휴.. 야! 너도 손 내려!"



벌떡 일어나 티비 앞에 놓아둔 담배를 꺼내

베란다로 향하는 아빠였지.



'말은 진짜 지겹게도 안 들어!'



연속으로 두 개 정도 피고 하나 더 꺼내려는데

연기 때문에 목이 건조한 건지. 헛기침에

목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까지 들더라고


다시 담배를 담뱃갑에 넣고는

거실로 들어섰지.



"뭐냐 그건?"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두툼한 연습장을

내밀던 도윤이.



"제가 그려본 건데.."



도윤이가 건넨 두툼한 연습장 첫 장을 펼쳐 봤어.

자기가 그렸다며 내게 보여준 건 만화 캐릭터였지.

그것도 되게 못 그린.. 열심히 그린 것 같긴 하더라.

지운 자국과 덧그린 자국들을 보면 말이지.



"야.. 너 되게 못 그린다.."


"..."


"인마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고

하라는 거나 열심히 해."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연습장을 덮어

도윤이에게 다시 돌려주고는

티비나 볼까 싶어 소파에 앉았어.



"너 그거 혼자 다 먹게?"


"몰라 아빠랑 말 안 해!"



냉장고 앞에서 뭔가 뒤적뒤적하더니

간식거리를 한 아름 안고 자기 방으로

걸음을 옮기던 너.



"흥!"


"...?"



소파에 앉아 있는 아빠를 보더니 흥!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돌리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너였지.



"쟤 뭐야? 뭐야 저거?"


"으이그 아저씨~ 도아 지 삐졌대잖아."



아빠 옆에 앉으며 맥주를 내밀던 엄마.



"아니 그러니까 왜? 뭘 삐져?"


"냅둬요~ 사춘기시잖아."


"하! 사춘기?"



엄마에게 받아든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고는

일부러 네 방을 향해 소리쳤어.



"염~불하고 있네 사춘기는 무슨! 야! 나는

갱년기야! 어디 갱년기 앞에서 사춘기가!"



그렇게 씩씩대며 마셔댄 맥주.

소파 앞 탁자에 점점 쌓여가고 있을 때쯤이었어.



"아빠.."


"뭐? 너도 사춘기냐?"



아빠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몸을 살짝

흔들어가며 조심조심 말을 건네던 도윤이.



"미술.. 배워보고 싶어요."


"하? 미술? 그건 또 얼마나 하다 그만두려고?

한 달? 보름?"


"..."


"그 쉬운 일기도 못 쓰는 애가 뭘 배우겠다고?

니가 니 할 거 끈기 있게 잘하면 누가 뭐라 해?"



아빠의 잔소리에 흔들리던 도윤이의 눈동자.



"아저씨.. 그만해.."



아빠의 언성이 점점 커져가는 걸 느꼈는지

아빠의 팔을 살짝 잡으며 말리는 엄마였어.



"뭘 그만해! 그리고 아까 그 실력 갖고

무슨 그림이야! 그림으로 먹고살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아저씨!"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도윤이와 아빠 사이에 서던 엄마.



"야 인마 이미 될 놈들은 벌써 네 나이에

화가처럼 그려. 레벨이 다르다고!"


"도윤이 방에 들어가.."


"야! 어딜 가! 야! 아빠 얘기 끝났냐?

아오 저 자식을 진짜.. 야 인마! 도아 방이 니 방이야?"



도윤이가 들어가고 굳게 닫혀버린 네 방문을

보며 애꿎은 맥주캔만 따고 있는 아빠였지.



"아저씨.. 좀 살살 해.. 그리고 내일 출근 안 해?

무슨 맥주를.."


"어휴.. 속이 타서 그런다 속이!"



꺼내놓은 맥주를 언제 다 먹었는지.

한 캔만 더 마실까 싶어서 주방으로 향하다가

까치발을 들고 네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아빠였어.



"잘 그렸구만~ 아빠는 괜히 그래 그치?"


"맘에 안 드시나 보지. 솔직히 아빠 말도 맞아

중학교 2학년인데 이미 늦었지."



네 방문에 조용히 귀를 갖다 대자 작은 소리지만

너희들의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저 새끼.. 선택적 묵언수행이야 뭐야?'



아빠 앞에선 그렇게 말을 안 하는 도윤이가

너. 아니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새삼 느끼는 아빠였지.



"와.. 너 은근히 순종적이다? 늦긴 왜 늦어?

평균수명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그래도 열심히 그렸는데.. 한번 해보고 싶어서.."


"... 과자 먹을래?"


"안 먹어"


"그럼 나 좀 그려줘.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다니게.

오빠가 동생 그려줬다고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하겠지?"


"안 해. 그림 안 그릴 거야 이제."



그날 밤새도록 머리가 복잡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 같아.



'너무 심하게 얘기했나?'



그냥 해야 할 일,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바카라임감을 갖고

조금 더 신경 쓰고, 끝까지 해내라는 걸

가르치고 싶었던 건데.

괜히 상처를 준 건 아닐까...



'아 됐어. 괜히 꿈만 키웠다가

무너지는 것보다 낫지. 미술은 무슨..'



고개를 저으며 아까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어.


그리고



'미술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현실적인 높은 턱 앞에서 주저앉아버리는

아빠였지.



다음 날.


아침밥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네가 보이지 않는 거야.



"도아는?"


"몰라? 아침 일찍 친구랑 어디 들렀다 학교 간다고

일찍 나갔어."


"기집애 밥이나 먹고 가지..."



비어 있는 네 자리를 잠시 쳐다보다

도윤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는데

젓가락으로 밥알이라도 세는 듯 깨작깨작거리는

도윤이의 모습이 보이더라.



"밥을 먹는 거냐? 세는 거냐?"


"..."



그제야 숟가락으로 밥을 입에 떠먹기

시작하는 도윤이.


전날 미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한 도윤이의 말.

밤새도록 고민고민 끝에



'그래. 하고 싶다는데 그깟 돈이 뭐라고..

다른 데서 아끼면 되지..'



학원을 보내야겠다 결정한 아빠였지.



"미술학원. 어디가 좋다냐?"



도윤이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밥그릇에

시선을 둔 채 물었어.



"네?"


"미술 해보고 싶다며?"



깜짝 놀란 도윤이의 목소리와 상관없이

여전히 밥상에 머무르던 아빠의 시선.


잠시 후 도윤이 입에서 나온 말은

엄청 기뻐할 거라 기대했던

아빠의 생각과는 달랐어.



"괜찮아요."



순간 놀라 바라본 도윤이의 얼굴.

마치 어디라도 아픈 듯 힘없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는 반찬도 안 먹고 연신 밥만

퍼먹고 있더라.



"왜 인마? 미술 하겠다며?"


"..."



그 답답한 모습에 또 울컥하는 아빠였지.



"야 인마!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왜? 밤새 생각해보니까 아닌 거 같냐?"


"..."


"자식이.. 끈기도 없고... 계획도 없고...

먹고 치워 인마. 아빠 출근하게."



그렇게 홧김에 다시 독한 말을 남기고

출근을 하던 아빠였지.


세탁할 게 산더미라며 쉬는 날임에도

아침부터 세탁기와 씨름하고 있는 엄마와

식탁에 홀로 앉아 있는 도윤이를 두고 말야.



"와.. 난 애를 안 키워봐서 모르겠네?

근데 일기는 왜? 나도 국민학교 때 이후로

안 썼던 것 같은데?"



회사 옥상.


출근하자마자 흡연실로 갈까 하다가

혼자 생각 좀 하고 싶어서

옥상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귀신같이 알고 쫓아온 정현이와

전날, 그리고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을

나누고 있었어.



"기본이잖아. 생각 정리도 되고, 글쓰기 공부도 되고..

무엇보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맘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기본? 안 어려워?"


"그 정도 쉬운 것도 못하면 나중에 뭘 하겠냐?"


"쉬워?"



아빠의 말에 하늘을 쳐다보며 곰곰이 뭔가

생각하는 듯 보이던 정현이



"난 그림쟁이라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게 제일 어렵던데?"



손가락 열 개를 쭉 펴더니 하나씩 접어가며

말을 이었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여섯 개 손가락을 접고는 아빠를 빤히

쳐다보던 정현이었지.



"맞아? 육하원칙? 이게 맞지?"


"하아.. 맞지 왜?"


"그거 어렵더라고. 내가 오늘 집에서

밥을 맛있게 먹었다 왜? 배가 고파서~라고 쓰면

그건 또 잘못된 일기라고 그러잖아?"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또 헛소리한단 식으로 한숨을 쉬며

담배를 빨아들이던 아빠.


그리고


대체 뭐가 틀렸냐는 듯이

아빠를 빤히 쳐다보며 묻던 정현이.



"왜? 이상해? 뭐가? 어떤 기준으로?"


"야~ 그럼 니가 보기엔 일기가 그게 맞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갖고 올라온 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던

정현이.



"그래서 어려워. 난 분명히 맞게 썼거든.

한글로, 원칙에 맞게. 그런데 이상하대.

자기들이 정한 기준에 안 맞는다고."


"난 니가 이해가 안 된다."


"그림은 그런 게 없거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느낀 대로 표현하고 그리면 되거든.

피카소라든지.. 너 피카소는 알지?"


"뭐? 우리 아들이 피카소라고?"


"그럴 리가.. 이게 유전.. DNA도 나름 필요한 거라.."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던지고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한바탕 크게 웃던

정현이었어.



"그 연습장. 끝까지 봤어? 정말 영 아니야?

실력이 안 늘어?"



웃음이 그치자 다시 커피를 쪽쪽 빨아대며

던진 정현이의 질문.



"몰라~ 딱 보자마자 이게 무슨 그림인가

싶은 게.. 어휴 더 보나 마나겠더라고. 유치원생이

그려도 그거보다 잘 그렸겠다."


"..."



커피를 빨던 입이 멈추고.

귀신 본 듯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던

정현이.



"뭐 왜? 눈을 왜 그렇게 떠?"


"내가 진짜 둔한 거 나도 잘 알거든?"


"근데?"



"나 도윤이가 왜 너랑 말 안 하는지 알 것 같아...

니가 우리 아빠였으면 나 집 나갔어."



정현이의 말에 한동안 말없이

멍하니 정면만 응시한 채로

담배만 피던 아빠.



"지도 잘못하면서 왜 아들한테만 뭐라 그래?"


"뭐가?"


"너도 끝까지 안 봤잖아."


"아 보나 마나였다니까!"


"웃겨~ 도윤이 걸음마 하기 전에

막 넘어지고 그랬을 거 아냐? 그때

아~ 앞으로 보나 마나 못 걷겠네 그랬어?"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어.

듣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지.



"가자."


"참 얘는 착한데 왜 아들한테만 그런데?"


"하아.. 너 진짜 죽고 싶냐?"


"어.. 뭐.. 잠깐.. 나 경찰부터 부르고.."



그날 아침에, 아니 그 전날부터 아침까지 있었던

일들은 근무하는 내내 아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엄마는 저녁거리 산다고 나갔고,

너희들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같아.



아주 오랜만에 도윤이 방문을 열어봤어.



'아우.. 냄새.. 새끼 좀 치우고 살지..'



땀 냄새인지, 쓰레기 냄새인지 불쾌한 냄새에

창문부터 열었지.


쓰레기나 비워줄까 싶어 쓰레기통을 찾았는데

그 안에 도윤이가 전날 아빠에게 건네준

연습장이 있더라고.



'쪼잔한 놈. 그렇다고 이렇게 버려?'



/

"그 연습장. 끝까지 봤어? 정말 영 아니야?


실력이 안 늘어?"

/



순간 정현이의 말이 생각나더라고.

쓰레기통에서 연습장을 꺼내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겨봤지만.


도윤이의 그림 실력이 늘었는지 안 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어.


연습장에는 물방울로 번진 그림들과

박박 거칠게 그어진 선들로 이미 알아볼 수 없게

그림들이 망가져 있었거든...



"오빠 그때 밤새도록 울던 거 생각나네.."



아.. 아주 오래된 얘긴데.. 그날이 기억나?



"그럼. 오빠 그거 얼마나 오래 그린 건지

아빠는 모르지? 맨날 집에 오면 두 시간씩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그랬구나. 아빠가 더 미안해지네...



"어?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몰랐잖아.

알면 안 그랬을 거잖아. 어? 오빠 온다. 이그..

왜 울어... 울보 됐어 울보!"



도윤아 안 되면 그냥 두라니까.. 그.. 어..

그래..



"아빠.. 이거 그냥 하나 사드릴게요.

힘 조절이 안 됐나.. 부서져버리네.."



단단히 잠긴 뚜껑을 힘으로 열려다 보니

부서졌구나.. 그 끈기 아빠가 인정한다...


뭐..


어쨌든 뚜껑이 열리긴 했으니까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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