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침대 안 어울려~

by도리


"검사 결과가 마저 나와봐야 알겠지만..."



헤롱헤롱한 채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어딜 그렇게 끌고 다니는지.


내가 지금 뭘 하는지,

주사를 맞는 건지 피를 뽑는 건지도 모르게

잠에 취해 그냥 끌려만 다녔지.



"환자분! 지금 뭐 하러 오셨어요?"


"흐아암. 내가 어떻게 알아요.."


"주무시지 마세요~"


"..."



정신을 차려보니 입원실 안이더라고.

팔에는 주사기가 꽂혀 있는데


이게 또 바로 연결된 건 아니고

작은 컴퓨터 같은 기계를 통해 한 번 걸쳐서

연결돼 있는데 아.. 저것처럼 말야.


몸엔 여전히 덕지덕지 기계들이 붙어 있고,

맞아 바람이 새어 나오는 콧줄도..


이건 참 그때나 지금이나 영 불편하네..



"아저씨.. 내가 병원 가라고 했지?"


"어? 언제 왔대?"


"씨이! 내가 나 과부 만들지 말랬지!"


"으이그~ 안 죽었잖아.."



아기처럼 칭얼대는 엄마의 머리를

웃으면서 쓰다듬고 있는데



"도리 씨?"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의사 선생님에게

다가가던 엄마.



"우리 신랑 어때요? 감기 아니죠?"



엄마를 한번 스윽 쳐다보던 선생님은

아빠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어.



"심장이 뚱뚱~해지고 힘이 빠져서

피를 잘 못 짜내니까 폐에 물이 찼어요.

이뇨제는 지금 들어가고 있고...

많이 불편했을 텐데? 숨 쉬는 건 좀 괜찮아요?"



마치 농담이라도 건네는 투로 아빠에게

물어오던 선생님.


그 말이 뭐가 그리 웃겼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선생님에게 머물러 있던 시선을

엄마 쪽으로 옮겼는데



"심..비대.."



순간 멍해져버린 엄마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은

결국 볼을 타고 흘러내리더라고



"뭐야? 뭔데? 헤헤 선생님 전 어려운 건 잘 몰라요~

와이프! 우리 와이프한테 설명해주시면 돼요."



아빠의 말에 뭔가 알아듣지 못할 말로 계속

대화를 이어가던 엄마와 의사 선생님.


아! 하나는 제대로 들은 것 같아.



"검사 결과가 마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결과가.. 좋진 않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병실을 나가시던 선생님.


제대로 닫히지 않은 출입문으로

복도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건 또 왜 그렇게 신경 쓰이던지.



"문 좀 닫고 가지. 미진아 문 좀 닫.."


"야!"



소리를 지르며 아빠한테 성큼성큼 다가와

들고 온 종이 가방 안에서 집히는 대로

꺼내 던지던 엄마.


나무젓가락, 종이컵, 핸드폰 충전기..



"야.. 야.. 나 환자! 아니 문 닫아달라는 게

맞을 일이냐고.."


"야! 병원이 너 부활시켜주는 데야?

내가! 내가! 병원 가라고 했지?"



누운 채로 손이 닿는 한도 내에서 주섬주섬 모아

배 위로 올려 놓으며 말했지.



"헤헤 그래서 왔잖아~"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라더니.

침대에 똥칠하려고 그래?"



아빠에게 소리치는 엄마를 말없이 바라보며

주섬주섬 모은 물건들을 슬쩍 내밀었어.



"무거워.."


"아 진짜!"



빼앗다시피 물건들을 받아 침대 옆 사물함 위에

올려두고는 보호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



"도리 님? 검사 결과는 내일 오전쯤 나올 거구요.

식사는 보호자식도 같이 신청해 드릴까요?"



간호사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 대신 엄마를

쳐다봤더니 그때까지도 화난 얼굴이더라고.



"뭐! 나 집에 갈 거야!"


"... 아니요 제 거만 해주세요."



선생님이 나가자 벌떡 일어나는 엄마.



"아 왜 또~ 알았다니까? 다음부터 말 잘 들을게."


"듣지 마! 그냥 죽어버려! 나도 따라 죽어버릴 거니까!"



여전히 화를 내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엄마.



"학교 끝났어? 아빠 병원에 입원했는데.."



너희들에게 건 전화 같았지.



"아 됐어~ 병원 뭐 좋은 데라고 와. 공부나 하라 그래"



아빠의 말에 핸드폰을 귀에 댄 채

흘겨보며 통화를 이어가던 엄마.



"어~ 아니야 별건 아니고 감기가 오래돼서.

응! 안 와도 돼. 오지 마.

밥 잘 먹고 있어. 엄마 내일 새벽에 너희들

등교하기 전에 잠깐 들를게. 엄마도 사랑해~"



"헤헤 집에 간다더니?"



전화를 끊은 엄마를 쳐다보며 놀려대듯이

말을 건네는 아빠에게 또 나무젓가락을 던지던

엄마였지.



"진짜 또 이래봐! .. 밥은? 아침도 안 먹었다며?

배 안 고파?"



손가락으로 수액들이 걸려 있는 쇠꼬챙이 같은 막대기를

가리키며 말했지.



"물을 너무 마셨나. 배는 안 고프네?

배보다 졸리다 야. 이 병원 사람들은 잠을 안 재워.."


아빠 말에 대꾸도 없이 핸드폰을

열심히 만지작거리던 엄마.



"좀 자. 나 티비 보게."


"근데 진짜 집에 안 가도 돼?

야~ 그리고 아무리 내가 오지 말라고 한대도

진짜 그렇게 말해버리냐~"



아빠의 능청스러운 말투에 얕게 한숨을 쉬고는

손가락으로 링거, 콧줄, 그리고 아빠까지.

하나하나 집어가며 쏘아붙이듯 말하던 엄마.



"이거! 이거! 이거! 당신 이러고 있는 거 보면

도아하고 도윤이 기절해!"


"도아는 그렇다 쳐도 도윤이는.."


"잠이나 자!"



한 번도 아빠에게 그렇게까지 화낸 적 없던

낯선 엄마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어.



"이 새끼~ 너 성형 수술했다며?

지금 특보 뜨고 난리도 아니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더니

어떻게 알고 왔는지

기용이 삼촌과 하나 이모가 서 있었어.



"나 졸려 나중에 와"


"누나 얘 왜 이래요? 야 치킨 사 왔어."


"어 알았으니까 나중에 와 나 좀 자게.

흐아암... 치킨은 거기 두고 가라.."



그렇게 다시 잠이 들고



"도리야! 너 진짜 괜찮아? 괜찮은 거 맞지?

거봐! 내 말 듣기 잘했지?

운전은 어떻게 하고 온 거야?"



'하..시끄러..'


"야 너! @#$@#$@"


"아..진짜.."



얼마나 잤을까? 환하던 병실은

불이 꺼져 있었고,


창밖엔 어둠이 내린 채

지나다니는 차마저 보이지 않더라고.



"어우 더워.. 당신 안 더워?"



여전히 보호자 의자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엄마.



"아저씨 일어났다요! 뭐 갖다줄까?

물 마실래?"


"어 목말라.."



아빠의 말에 종이컵에 물을 따라

건네며



"천천히~ 한 번에 꿀꺽꿀꺽 말고

조금씩!"


"크아~ 시원하다~ 근데 감질나네?

통째로 줘봐."


"아저씨! 조금씩! 말 잘 듣는다며!"



또 소리를 지르며 째려보는 엄마였지.



"헤헤.. 잘 때 누구 안 왔어?

아까 친구들은 온 것 같던데.."


"당신 기억 안 나?"


"뭐를?"


"당신 회사 사람들 왔다 갔잖아.

이사님이랑 부장님이랑 음..

또 몇 명 왔었는데? 인사도 했는데?

좋은 거 먹이라고 돈도 줬는데?"



돈봉투를 들어 보이는 엄마.


잠결이어서 그랬나? 아니면 아빠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있었나?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손님들하고

대화까지 했다니..


그냥 어리둥절할 뿐이었지.



"그나저나 창문 좀 열어주면 안 돼?

왜 이렇게 더워.."


"안 돼! 심장이가 열심히 일하고 계셔서 그래.

아파 죽겠는데도.. 미련하긴 당신이랑 똑같아!"


"1절만 하자..무슨 2절, 3절,

후렴까지 하려고 그러냐..."



그런 엄마를 등지고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하던 밤이었어.


다음 날.



"우헤헤헤 미진아 나 이거 처음 타봐!"


"모지리 아저씨.. 조용히 해. 나 창피해."


"내가 창피해?"


"..."



얼굴을 푹 숙인 채 아빠의 휠체어를 밀며

진료실로 향하던 엄마였지.



"좀 어때요? 잠은 잘 잤어요?"


"더운 거 빼면 괜찮았어요."


"좋아보이시네. 결과는.."



의사 선생님이 잠시 뜸을 들이자

아빠 옆에 있던 엄마는 손을 만지작거리며

손톱을 뜯고 있었지.



"어제 말씀드린 대로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고,

입원 치료하면서 경과를 좀 지켜봐야겠어요"


선생님의 말에 웃고 있던 아빠의 얼굴은

일순간 경직됐지.



"어.. 저 괜찮은데요? 그냥 퇴원하면 안 돼요?"


아빠의 말에 웃으며 엄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던 선생님.


선생님을 따라 엄마를 바라보자

금방이라도 때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지르던 엄마였지.



"아저씨!"



그런 엄마에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아빠를 빤히 다시 쳐다보는가 싶더니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더라.



"결혼은 하신 것 같고~ 애가 몇이에요?"


"두 명이요. 큰애가 중3, 작은애가 중2예요"


"하하. 말 안 들을 때네~ 그래도 예쁘죠?"


"사춘기다 뭐다.. 헤헤, 애들이 뭐 다 그렇죠.

예쁘죠. 이러나저러나 내 새끼들인데.."


"그래요 그 예쁜 아이들..

결혼하는 건 보셔야죠.."



회의 준비도 해야 되고, 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고, 무엇보다 계속 쉬면

그동안 쌓이는 일은 어쩌지라는 걱정에



"제가 병원 체질이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퇴원시켜달라고 별의별 말을

다 해봤지만 어림도 없었지.



"몸은 좀 어떠냐?"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퇴원을 안 시켜주네요?"


"너 언제 입원했는데?"


"어제요."


"... 이 새낀 이거 모자란 거야?

미련한 거야?"


"그래서 그런데 한 일주일만.."


"일주일이면 된대? 의사가 뭐라는데?"



전화기 너머까지 들리는 한숨을 크게 쉬며

물어오는 이사님.


바쁜 시기에 갑자기 병원 신세를 져버리니

업무에 차질이 생겨 화가 날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든 일주일 안에 출소하겠습니다."


"야 이 새끼야! 니가 깜빵 갔냐?

아무튼 병가 처리할 테니까

무리하지 말고 치료나 잘 받아."


"아.. 감사합니다!"



"인마 니가 건강해야 내가 맘 놓고

일 시킬 거 아니냐?"



마지막까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이사님이었어.


통화가 끝나고.


전날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그런가?

이사님께 병가 허락을 받아서

마음이 놓여서 그런가?


배가 많이 고프더라고



"마누라~ 배고프다!

우리 햄버거 시켜 먹을까?"


"..."



팔짱을 끼고 선 채로

아빠를 노려보던 엄마.



"햄버거 같은 소리 하네..

아저씨! 선생님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무조건 환자식이야!"


청천벽력 같은 단호한 엄마의 대답에

우울해지는 아빠였어.



"나 병원 밥 입에 안 맞는데!

아 퇴원한다니까 퇴원도 안 시켜주고"


"금식할래?"


"아니.."



오전 11시 40분.


열어둔 출입문으로 음식 냄새가

솔솔 들어오는 게

정말 미치겠더라.



"도리 님 식사요!"



일하시는 분이 아빠 이름을 부르자

엄마가 달려 나가서 쟁반을 들고는

이미 젖혀놓은 침대 식탁에 올려놨어.



'오.. 생선구이!'



평소에도 생선을 좋아하던 아빠는

제일 먼저 살을 한 점 떼서

입에 넣었지.



'... 구이가 아니라 삶은 건가?

무슨 맛이..'



간은 전혀 안 돼 있고 살짝 비릿하기도 한 게

방금까지 배고파 미칠 것 같았음에도

입맛이 뚝 떨어져버리더라고.



'국도 싱겁겠지.. 오 김치!

그래 김치가 맛없어봐야 김치지.'



이번엔 김치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어.



'와.. 이게 어느 나라 김치냐..

이것들이 날 굶겨 죽이려고 작정했나..'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김치 맛에 실망한 아빠는

맨밥만 몇 번 퍼먹다가 결국

뚜껑을 덮어버리고 말았어.



"왜? 더 안 먹고.. 입맛이 없어?"


"아니.. 입맛은 있는데.. 맛이 없어.."


"당장 숟가락 들어라.."



걱정은 안 됐었냐고?

걱정.. 됐지.

너희들이 말야.



"근데 애들은? 이것들은 아빠가 입원했는데

전화도 없어. 애들은 밥 먹었나?"



아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빠 핸드폰 화면을 켜서 보여주던 엄마.



"봐. 도아가 부재중이 몇 갠지!"


"내가.. 자식이 하나였구만.."



한 화면을 꽉 채운 도아의 부재중 기록.

화면을 내려봐도 도아의 기록만 있을 뿐

도윤이가 전화한 흔적은 찾질 못했지.



"사춘기잖아~ 그리고 당신이 오해하는데

도윤이 당신 좋아해."


"사춘기는.."



엄마의 말을 흘려들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어.

연결음이 두 번 정도 울렸을까?



"아빠? 으아앙! 아빠아!"


".. 니 아빠 아직 안 죽었다."


"왜.. 왜 어제 깜깜해졌는데 안 왔어?

아이스크림 사 온다고 했잖아!"


"그거 니가 좀 사 오면 안 되냐?

여기 밥이라고 무슨 .."


"진짜 나 가도 돼?

엄마가 오지 말랬는데?"



순간 엄마를 바라봤는데

한쪽에서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이더라고.



"몰래 오면 되지."



들릴 듯 말 듯하게 핸드폰 마이크 부분을

입에 가까이 대고 속삭였어.



"아~ 그러면 되겠다. 알았어!"



굉장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밝게 대답하던 도아.



"뭘 그렇게 속삭여?"


"어? 아니.. 뭐.."


"또 무슨 불량한 일을 꾸미는 거야.."



한마디 내뱉고는 종이 가방에 이것저것

주워 담던 엄마.



"오늘 이브 근무라 저녁 늦게나 올 거야.

혼자.. 있을 수 있지?"


"그러엄~ 늦겠다. 얼른 가 얼른!"


".. 당신 뭐 있지? 왜 나 간다는데

안 아쉬워해?"


"아이고.. 아쉬워라.. 아쉬워서 어쩐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머리를 갸우뚱거리던 엄마.



"하여튼. 좀 이상하면 참지 말고 벨 누르고

안 되면 주변에 뭐라도 막 집어 던져."


"집어? 던져?"


"그러면 놀라서라도 가보게 되더라고.."



좋은 팁을 남기고 병실을 떠나던 엄마.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뒤돌아보며 손인사를

얼마나 많이도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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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출근했지?

먹고 싶은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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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출근하고 두 시간 정도 지났었나?

하교를 했는지 그때서야 너에게 톡이 왔어.


별거 아닌 질문에 국가 대소사를 고민하는

충신처럼 답장을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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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새우 들어간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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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감자튀김하고 콜라는

당연히 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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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가 접수되고

올 때까지 좀 자자

이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푹 쉬냐라는 생각에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잠에 들었어.



- 드르륵.. 툭. -



문이 열리는 소리와

뭔가 둔탁한 게 툭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때


문 앞에서 못 볼 거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도아가 서 있었지.



"이게 뭐야아!"



그대로 아빠에게로 뛰어오던 도아.



"도아야 햄버거.."



아빠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빠를 끌어안으며

펑펑 울더라.


"이게 뭐야. 이런 거 왜 붙이고 있어.

으앙.. 저 기계는 또 뭔데...

뭐야아! 코에 이런 건 또 왜 하고 있어!"



아빠가 덮고 있던 이불에 얼룩이

아빠의 땀보다 도아의 눈물로

더 진해지고 있었지.



"야 인마.. 누르지 마 아빠 아프다."


"흐앙..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사 오랬더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고.

감기라며!"


"알았으니까 햄버거 좀 갖고 와

어제부터 한 끼도 못 먹었어.."



한 끼도 못 먹었단 말에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일어나

떨어진 햄버거 봉지를 들고 오던 도아.



"야 인마, 뭘 그렇게 울어대.

부모가 죽었대도 너처럼은 안 울겠다."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문 아빠.

평소 너희들이 먹는 걸 보며

밥을 먹지 무슨 햄버거냐며

핀잔을 주던 아빠였지만


그날 그 햄버거는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눈 깜짝할 새에 반이나 먹어치우고는

콜라를 쪽쪽 빨아대며 말했지.



"넌 안 먹어?"



보호자 의자에 걸터앉아서

아빠 침대에 기댄 채

빤히 쳐다보고만 있던 도아.



"우리 아빠 잘~ 먹는다 헤헤"


"까불기는.."



햄버거를 다 해치우고는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선 감자튀김을 집어

입에 넣었어.



'이거지!'



짭짤하면서 바삭한 듯 폭신한

감자튀김은 또 왜 그렇게 맛있던지.



"도윤이 이 새끼는 또 친구 만난대냐?

아빠 없다고 신났지?"



아빠의 말에 뭔가 생각났다는 듯

메고 온 가방과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도아



"맞다. 오빠가 이거 갖다주라고 했는데"


"도윤이 만났어?"


"응 같이 가자니까 싫대."


"내가 그 새끼 그럴 줄 알았다.."


"잠깐만 아! 여깄네!"



도아가 교복 안주머니에서 꺼낸 건



"뭐야? 닭이야?"



파란색으로 뒤덮인

조금은 화려한 새처럼 보이는

사람 모양의 만화 캐릭터 같은 피규어였지.



"새끼 또 쓸데없는 데 돈 쓰고 다니네..

용돈을 끊든지 해야지.."


"아빠 얘 몰라? 아..세대 차이 나.."



뭔가 얘기를 하려고 하더니 갑자기

시계를 확인하던 도아.



"헉! 엄마 퇴근할 때 다 됐네? 아빠

나 내일 또 올게? 나간다?"


"어? 어 그래 빨리 들어가

엄마 보면 또 뭐라 한다!"



가방을 한쪽 어깨에 둘러메며

출입문으로 향하던 도아



"도아야!"


"응?"


"햄버거 비밀이다?"


"그럼~ 빨리 집에 와!

아빠 병원 침대 안 어울려~"



침대가 안 어울린단 말만 남기고

문밖으로 사라져버린 도아였어.



"도리 님? 수액 좀 바꿔드릴게요.

좀 어떠세요?"


"좋아요. 그래서 그런데 퇴원은 언제쯤.."


"내일 교수님이랑 상담.. 어?"



수액을 갈던 간호사 선생님이

아빠 옆에 놓인 도윤이가 사다 준

피규어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어.




"마르코 좋아하세요?

보통 루피나 나미처럼

예쁘거나 귀여운 거 좋아하잖아요."


"아.. 이 닭 이름이 마르코예요?"


"아~ 선물 받으신 거구나."



뭔가 아쉽다는 듯 수액을 정리하고는

이것저것 체크하던 선생님.



"다 되셨어요. 쉬세요~"


"감사.."



자리를 뜨려다 잠시 멈칫하던 선생님.


"참! ..."



음.. 그래.


도아야 저기 저것 좀 줘볼래?

잘 보관한다고 보관했는데

시간이 오래돼서 그런가?

색이 많이 바래졌네..


어떠니 도윤아?

그날 니가 도아에게 부탁해

아빠한테 줬던 건데..



"참! 걔 닭 아니에요.

저래 봬도 불사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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