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 봐라
아빠가 왔는데도 내다도 안 보는 거."
도윤이 니가 중3 때였지 아마?
언제부터인가 얼굴 보기가 힘들어지더라고.
"내비둬~ 사춘기잖아."
"그놈의 사춘기는!
야 인마! 누군 네 나이 때 없었는 줄 알아?"
항상 굳게 닫힌 방문.
밥 먹을 때나 간간이 볼 수 있었던 얼굴.
/
"다녀오셨어요! 아빠 오늘은요!"
/
아빠 기억에 너는 항상
퇴근하면 재잘재잘 떠들던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인데.
"내일 쉬는 날인데 오랜만에
영화나 보러 갈까?"
/
"좋아요! 짱구 극장판 새로 나온 거 보러 가요?"
/
"저 내일 친구랑 약속이.."
"하아.. 넌 인마 말을 좀 끝까지 해라.
남자 새끼가 말을.."
알아채지 못하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바뀌고 있었던 것 같아.
"아빠! 왜 빈손이야?
아까 톡으로 아이스크림 사 오라고 했잖아!"
"넌 나한테 맡겨놨냐..?"
그나마 다행인 건가? 도아는 사춘기 영향을
크게 받진 않았던 것 같아.
마치.. 친구처럼 격 없이 행동하는 거
빼면 말이지.
건방지게...
"아휴. 어쩔 수 없지! 돈 줘봐 내가 사 올게"
"너 강도야? 깡패.. 콜록콜록.. 깡패야?"
얼마 전부터 가슴이 답답한 것 같더니
감기가 심하게 왔나. 계속 기침과 가래가
떨어지지 않더라고
"도씨 아저씨.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
병원 가보라니까.."
"내가 병원 갈 시간이 어딨어."
"왜? 애들 이제 알아서 잘하잖아.
퇴근하고.. 아니다 회사에서 잠깐
외출하고 가면 되지 않아?"
"에휴.. 병원비는 조상님이 내주냐.."
"우리.. 아직 병원비 없어서 밥 굶어야 돼?"
"됐어.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더라.
어차피 똑같을걸 뭘."
"그러다 병 키우지.."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알겠다만
어쩌겠니.. 돈이 너무 아까운걸..
항상 그래왔듯이 조금 고생하면
나을 걸 왜 돈을 쓰냐는 생각뿐이었지.
"야 인마 밥 먹어!"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도윤이의 방문을
계속 지켜보던 아빠는 괜히 한 번 뻥 걷어차며
소리를 지르곤 식탁에 앉았지.
"안 씻어? 아직 국 안 됐는데?"
"하아..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냐?
누가 대신 씻겨 줬음 좋겠다~"
"어머? 내가 씻겨드려?"
도아는 어렸을 때부터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더니
아빠 얘기 들으면서도 핸드폰은 왜 맨날
만지작거리는 거야? 이래서 어렸을 때 버릇은
고치기 힘들다고 하는 건가?
어쨌든 그때도 이미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도아.
엄마 아빠의 대화를 듣고는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질색하는 표정으로 한마디 던지더라.
"..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도아의 우스꽝스런 표정과 말투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 우리.
잠시 후 열리지 않는 도윤이의 방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씻고 올게.. 그리고 저놈 새끼 끄집어내."
그렇게 방에 있는 도윤이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를 내고는 욕실로 들어갔어.
"콜록콜록.. 아~ 죽겠네.."
방금 전에 누가 씻었는지 아직 습한 공기가
아빠의 코를 통해 들어왔을 때
목이 간질간질한 게 또 기침이 쏟아지면서
살짝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아 일단
변기에 앉았어.
"흐아.. 어?"
순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현상이 아빠 눈앞에 펼쳐졌지.
"뭐지? 이게 뭐야?"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눈앞에
뭔가 반짝반짝하는.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문자 같은 게 보이는 거지.
마치 광고를 보는 것처럼 말야.
눈으로 따라가려고 하면 사라졌다가
다시 넋 놓고 있으면 또 보였다가
"콜록콜록... 뭐.. 뭐야?"
한동안 반복해서 나타나던 그 형상은
잠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 버렸어.
"미진아! 나 안에서 되게 신기..."
"응? 웬일로 이렇게 오래 씻었대? 앉아.
오늘은 김치찌개 같은 고기찌개다요!"
'말하지 않는 게 낫겠지..?'
순간 스치는 생각에
결국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지.
"그래서 내가 버스를 탔는데~"
"콜록콜록"
"아니~ 어떤 애가 자꾸 나보고~"
"콜록"
"... 내가 등짝을.."
"콜록! 크억!"
"아이고.. 우리 아빠 토하겠네..
아빠.. 그거.. 추임새야? 아프면 병원을 가라니까?
약을 먹든가. 엄마 우리 집에 약 많잖아! 약 없어?"
도저히 기침 때문에 밥이 넘어가지 않는 거지.
"먹어들. 나 좀 쉴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면서
그때까지도 아무 말 없이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깨작거리는 도윤이의 머리를 살짝 툭
내려쳤지.
"넌 인마 남자 새끼가 밥을 깨작깨작...
그리고 나 같으면 괜찮냐고 물어보기라도 하겠다."
"..."
"됐다. 콜록 내가 바랄 걸 바라야지 아휴.."
엄마와 너희들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온 아빠.
한참을 기침과 사투를 벌이느라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들었을까? 엄마의 다급한 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어.
"아저씨! 아저씨! 숨 쉬어! 숨 쉬라고!"
"커헉.. 헉.. 헉.. 어?"
아빠를 흔들어 깨우는 엄마 때문에 놀라서 일어나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아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어.
"숨을 왜 그렇게 쉬어!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사람처럼!"
"어? 후아.. 숨차긴 하네.. 왜? 어떤데."
"꼴깍 꼴깍. 깜짝 놀랐잖아! 내가 병원 가라고 했지!"
누워 있는 아빠 옆에 주저앉아
마치 어린애처럼 엉엉 울던 엄마.
"알았어. 갈게."
"지금 가. 응급실 가자."
"응급..실? 아니야 내일 출근하면 잠깐
외출해서 갔다 올게."
"진짜.. 꼭 가야 돼!
나 두고 죽으면 안 돼? 알았지?"
"으이그 알았다~"
병원을 가겠단 약속으로 겨우 엄마를 진정시키고
엄마가 건네준 약을 먹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잠들 수 있던 밤이었어.
"아.. 이놈 새끼는 또 식전부터 어딜 갔어?
아침도 안 먹고.."
"오빠 아까 나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데
바쁘다고 나가던데?"
"아주.. 크흥.. 아.. 아주.. 사업가야..
혼자 바빠.. 하.. 성질낼 힘도 없네.."
"어? 아빠는 어디 가? 밥 안 먹어?
이거 아빠가 좋아하는 샌드위친데?"
"내 거까지 너 먹어."
"아싸~ 도윤이 거까지 세 개~
아빠 사랑해 잘 다녀와~ 병원 꼭 가고!
오늘은 아이스크림 잊지 마~"
계속해서 올라오는 가래. 숨을 내쉴 때마다
공기 방울 터지는 소리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그리고 끊이지 않는 기침.
"아.. 추워.. 더 자고 싶다."
잠을 못 자서 그런지 계속해서 밀려오는 졸음과
온몸에 드는 오한까지.
평소 그렇게 좋아하는 샌드위치건만
밥 생각이 전혀 나지 않더라고.
"너 안색이 왜 그러냐?"
"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기침에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마주친 이사님.
"너 인마 얼굴이.. 산송장이 막 걸어 다니네?"
"하하.. 감기가.. 좀 심하게.."
"병원은 가봤냐?"
"그래서 그런데 병원 좀.."
"참 너 회의 준비는 잘돼 가고 있냐?
임원들도 참석하는 거니까 신경 잘 써야 된다?"
"아.. 네.."
사실 그날 며칠 뒤 있을 시스템 개편 관련 회의 때문에
자료 정리할 게 쌓여 있었거든.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두면 낫겠죠 뭐.."
"이야.. 이거 둬도 될 안색이 아닌데.."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를 뜨시던 이사님.
몸이 그렇게 안 좋은데도 습관 때문일까?
담배를 들고 흡연실로 향했어.
"콜록.. 우웩!"
"뭐야? 너 어제 술 펐어? 얼마나 마셨..
야! 너 얼굴이 왜 그래!"
담배 연기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갑자기 가래 때문인지
역한 느낌에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들어온 정현이가 아빠를 보고는
경악을 하더라고.
"어후.. 하.. 아이고 죽겠네.. 내가 어떤데?"
"야 너 입술이 파래.. 얼굴은 하얗게 뜨고..
너 괜찮아?"
"안 괜찮으면..? 아씨.. 못 피겠다.."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는 아빠를 노려보던 정현이.
"따라와"
아빠 팔을 잡고는 어디론가 끌고 가더라고.
"아.. 크흥.. 왜 이래! 나 자료 정리해야 돼."
"따..라.와.라.."
정현이가 끌고 간 곳은 이사님 자리였어.
"이사님. 얘 병원 보내주세요. 몰골을 봐요
이게 지금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태인가."
다짜고짜 따지듯이 소리치는 정현이의 모습에
잠시 당황하던 이사님.
"야 인마. 내가 아까 병원 가라고 했냐 안 했냐?"
"아.. 회의 준비 때문에 바빠서.."
"이 새끼가 산재 받으려고 일부러 그러나?
집어치고 빨리 갔다 와 인마."
일단 병원부터 다녀오라고 떠밀던 이사님.
자리에 돌아와 차 키랑 핸드폰을 챙겨 일어나려는데
정현이가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건넸어.
"혼자 갈 수 있어? 운전해줄까? 구급차 불러줘?
너 지금 얼굴이 나 어렸을 때 아빠 보는 것 같아..."
"됐어. 회사 근처로 갈 거야. 5분도 안 걸리는데 뭘."
계속 데려다주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정현이를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눌렀는데. 갑자기 왜 그렇게 현기증이 나던지.
잠시 쪼그려 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나려는데
'어? 뭐야? 또 나타났네?'
어제 봤던 그 네온사인 같은 형상이 또 보이는 거야.
다른 게 있다면 조금 더 선명해진 느낌?
'보다 보니 재밌네 이거..'
마치 만화영화라도 보는 듯이 엘리베이터는 이미
오래전에 도착했음에도 혼자 멀뚱히 서서
실실거리며 얼마나 서 있었는지..
"과장님 안 타세요?"
"어? 어.."
엘리베이터 안 타냐는 후배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주차장으로 향했지.
"도리 님? 어디가 안 좋으세요?"
"감기가 좀 심한 것 같아서."
"네 접수해드렸구요. 3번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시면 이름 불러드릴 거예요."
다행히 병원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어.
평일 동네 병원임에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아빠 앞에 대기 중인 사람만 9명이었나?
아니 10명이 넘었었나?
'아.. 졸려.. 좀 잘까..'
끝없이 밀려오는 졸음에 대기 의자에 앉아
아빠도 모르게 잠이 든 것 같아.
얼마나 잤을까?
"도리 님? 도리 님!"
"쿨럭.. 네?"
"괜찮으세요?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
아빠를 흔들어 깨우며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 선생님의 행동에
부스스 일어나 진료실로 향했지.
"숨도 차시고, 숨 쉴 때 물방울 터지는 소리도
나신다고요?"
"네. 감기가 오래돼서.."
"언제부터 그러셨는데요?"
영혼 없는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탁탁 쳐가며
아빠의 증상을 묻던 의사 선생님.
"한 3주? 한 달? 그 정도 된 거 같아요."
순간 키보드에 올려진 의사 선생님의 손이 멈추더니
아빠를 빤히 쳐다보며 질문을 이어갔어.
"그래요? 다른 건 없었나요? 숨 막힌다거나.."
"밤에 와이프 말로
제가 숨을 안 쉬어서 깨웠다고 하더라고요."
아빠의 말에 대답 대신 몸을 돌려 앉던 의사 선생님.
"청진 좀 할게요.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 다시 마시고.."
잠시 후 청진기를 내려놓더니 조그만 기계 하나를
아빠 약지 손가락에 끼우더라고.
"이건 뭐예요?"
- 삑삑삑삑삑 -
"산소포화... 어? 이게 왜 이러지?"
신호음이 울리자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던 선생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기계를 빼고는
다른 기계를 다시 끼우더라고.
- 삑삑삑삑삑 -
기계에서 여전히 이상한 신호음이 울리고
순간 선생님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본 것 같아.
다시 기계를 빼더니 낮은 목소리로 아빠에게
말을 건넸어.
"이거 보세요. 지금 수치가 56이에요.
이게 정상 수치가 95에서 100이고 90 밑으로만
떨어져도 위험한 거거든요."
'아.. 졸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보다 그냥 자고 싶단 생각.
그뿐이었던 것 같아.
"진료의뢰서 써드릴 테니까 큰 병원 응급실로
지금 바로 가셔야 해요. 구급차 불러드려요?"
'구.. 구급차..? 나 빨리 복귀해야 되는데?'
의사 선생님의 구급차란 말에
잠이 홀딱 깨버리더라.
"아.. 아니요 좀 생각해보고 갈게요.
퇴근하고 가거나.. 제가 지금 업무가 밀려서.."
"아니!"
바카라상을 손바닥으로 탁탁 내리치던 의사 선생님.
그리곤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
"지금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한다고요.
생각하고 말고 하실 시간이 없어요."
"아 네.. 그럼 바로 갈게요.."
강압적인 선생님의 행동과 말투에
주눅이 들어 가겠다고 말을 해버린 아빠.
"같이 오신 분 계세요?"
"네.."
"어디 계세요? 밖에 계신가요?"
"지갑 놓고 왔다고.. 차에 갔다 온다고.."
왜 그렇게 대답했냐고?
저렇게 대답을 안 하면
당장이라도 구급차를 부를 기세였거든...
진료가 끝나고 진료실을 나서는데
뒤에서 다시 한번 당부하는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더라.
"혹시라도 운전하시면 절대 안 돼요.
안 되면 택시라도 타고 가세요.
그리고 지금 바로 가셔야 돼요!"
'가긴 뭘 가.. 일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그리고 응급실 비용은 지가 내줄 거냐고..'
병원에서 받은 진료의뢰서를 한 손에 들고
외부에 있는 병원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얼마나 기침을 해댔는지
가슴부터 계속된 기침에 알이 뱄는지
배까지 느껴지는 통증에
몇 번을 쉬면서 겨우겨우 도착했어.
'담배 한 대 피고 갈까?'
아침부터 한 대도 제대로 피지 못한 담배.
몸이 그렇게 안 좋은데도 왜 그렇게 생각이 나던지.
한 대만 피고 회사로 복귀해야지.
응급실이야.. 더 심해지면 가면 되지라는 생각에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다가 손에서 놓쳐버린
진료의뢰서.
바닥에 떨어진 진료의뢰서를 쪼그려 앉아
주우려는데
"콜록콜록.. 으웩! 아... 아이고 나 죽네."
담배는 고사하고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침과 가래를
쏟아내는 아빠였지.
한참 후에야 결국 집어든 진료의뢰서.
'하아.. 그래 이사님도 갔다 오라고 허락했는데.
기왕 나온 거 좀 쉰다 생각하지 뭐.'
그래 맞아. 쉬자. 어차피 응급실 가면
의사 선생님도 바로 안 오고 한참 있다 오던데.
기다리면서 잠이나 좀 자자.
이 생각으로 차를 몰았던 것 같아.
얼마나 갔을까?
- 끼익! 빠아아앙! -
'헉 뭐야! 웬 적토마가!'
진한 빨간색 피부, 몸에서는 노래방 조명처럼
화려하게 번쩍번쩍 빛나는 게임에서나 볼 듯한
말 같은 게 눈앞에 떡하니 서 있는 거야.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뒤차들이 놀랐는지 연신 경적을
울려대더라고.
'어디 갔지?'
잠시 후 눈앞에서 사라진 적토마.
주위를 두리번거릴 시간도 없이 뒤에서 난리를 치는
차들 때문에 바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어.
"환자분 성함이요."
"도리요"
"어떻게 오셨나요?"
"아.. 이거 진료의뢰서 받아 왔는데."
"접수증부터 작성해주세요."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응급실.
응급실은 진료 시간이 끝난 시간에만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내 차례 되려면 한참 멀었겠다 싶어.
접수를 하고는 의자에 기대 또 자려고 하는데.
"환자분!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아빠를 다급하게 깨우는 간호사 선생님.
'하.. 아까 물어봤으면서. 대체 여기는 인수인계가..'
졸려 죽겠는데 아까 물어봤던 걸 또 물어보자
짜증이 난 아빠였지.
"도리..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아.."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게요."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팔을 붙들며
아빠를 부축하는 것처럼 옆에 따라붙는 거야.
'뭐야.. 나 연행되는 거야? 웃기네..'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 들어간 응급실 안.
침대에 아빠를 눕히더니 양옆에 있는 안전바를
올리더라고.
"잠시만 계세요. 등받이는 좀 올려 드릴게요."
'잠시는 무슨. 내가 애들 때문에 응급실 온 게 몇 번인데.
한참 걸릴 거면서.'
침대에 누웠겠다. 이제 좀 제대로 잘 수 있겠다 싶어
다시 잠에 들려고 하는데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도..리.."
"여기 어디예요?"
"하아.."
"말씀해보세요 여기 어디예요?"
"응급실이요."
몸 이곳저곳에 이상한 기계에 연결된 선들을
붙여대던 간호사 선생님.
"이건.."
"일단 이거 연결해드릴게요. 잠시만 계세요."
이상한 바람이 새어 나오는 빨대를 아빠의 귀에 걸어서
코 밑으로 고정을 시켜놓는 거지.
티비에서만 보던 장비를 직접 착용하니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왜 그렇게 웃기던지.
그 후로도 잠들 만하면 계속 와 깨우며 여러 가지
장비로 아빠를 괴롭히던 간호사 선생님들.
"환자분! 오늘 며칠이에요?"
"환자분! 생년월일 좀 말씀해주세요."
"환자분!"
'으아아악!'
그래 니들이 원하는 대로 기다린다.
졸려 죽겠지만 내가 버티고 만다라는 생각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졸음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안 되더라.
연신 고개가 꾸벅거리는 걸 느끼는데
어김없이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환자분!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아 진짜! 차 타고 왔.. 어?"
짜증을 내며 바라본 곳엔
무슨 의료 드라마처럼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들.
그러니까 한두 명이 아닌 의료진 여러 명이
아빠 침대를 두고 서 있었어.
'뭐 뭐야 이거..'
예상치 못한, 처음 겪는 상황에 머리가 멍해져
정신을 못 차리는데
"말씀해보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아.. 차.. 타고 왔어요."
아빠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꺾으며 묻던 의료진.
"네? 보호자분 동행하셨나요? 직접 운전하셨어요?"
"직접..."
아빠의 대답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기들끼리 심각한 표정으로
그리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뭐라고 속삭이던 의료진들.
'흐아암.. 지들끼리 말할 걸 왜 자꾸 깨운대.'
"환자분! 주무시지 마세요!"
'어씨! 깜짝이야.'
하품을 하고는 슬슬 눈이 감기려는데
또 잠을 깨우던 의료진.
'거참.. 신종 고문이야 뭐야..
그나저나 오래 걸리네..
도아가 아이스크림 사 오라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