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

예덕나무에만 사는 방패광대노린재를 찾아서

by초록노동자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이십 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식물, 자연, 환경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일 하고 있는데 곤충을 전공한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회사에 예덕나무가 있나?” 갑작스러운 물음에 살짝 당황. “산바카라하다가 본 것 같은데, 있을 거야.” 그렇게 많은 산바카라을 했지만 예덕나무를 유심히 본 적은 없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충분히 살만한 서식지여서 일단 있을 거라고, 같이 찾아보자고 대답했다.




예덕나무는 서남해안 섬과 바닷가, 내륙의 전라북도 내장산까지 서식하며, 바닷가, 산기슭, 골짜기, 황무지, 개간지 등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란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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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예덕나무는 왜?” 꽃이나 잎이나 단풍이 화려하지 않아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는 나무가 아니다. “예덕나무만 먹는 곤충이 있어.” 어머, 그런 곤충도 있나. 신기하다. “어떤 종인데?” 나는 평소에도 식물과 곤충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방패광대노린재.” 바로 네이버 앱을 켜고 검색했다. 빨간색과 주황색의 등껍질에 노란색 무늬와 검은색 점이 다섯 개 있다. ‘이렇게 화려하다고? 눈에 띄면 쉽게 잡아 먹힐 텐데.' 오히려 화려하기 때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나. 화려한 독버섯처럼.


곤충이 먹이로 먹는 식물을 ‘기주식물’이라고 부른다. 방패광대노린재의 기주식물은 예덕나무 한 종뿐이며, 예덕나무 줄기의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주로 남부지방이나 제주도에 분포하는데, 며칠 전 회사가 있는 충남 서천에서 발견되어 동료가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작년에 한 연구자가 인천에서 발견한 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기후변화로 이들의 서식지가 조금 더 북상한 걸까. 동료의 흥미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 거겠지.


점심을 먹고 예덕나무를 찾아 야외 전시 공간을 한 바퀴 크게 돌았다. 석회암 지대를 모방하여 만들어 놓은 공간에 갔더니 돌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키 작은 예덕나무 몇 그루를 발견했다. 작은 나무들이 여러 그루 자라고 있는 걸 보면 주변에 어미 나무가 있을 텐데.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예덕나무는 벌써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내년 봄에 싹 틔울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 우리는 예덕나무를 꼼꼼히 둘러보며 방패광대노린재를 찾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한 마리도 없었다. 주변의 다른 나무까지 살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비록 방패광대노린재는 못 찾았지만, 샅샅이 들여다보다가 생각지 못한 발견을 했다. 예덕나무 잎 앞면의 아래쪽에 마주 보는 작은 두 개의 빨간색 밀선이 있다는 사실. 밀선이란 '꽃이나 잎에서 단물을 내는 조직이나 기관'을 말한다(네이버 국어사전). 밀선에서 어떤 물질이 분비되길래, '그물등개미'들이 찾아와 머리를 박고 정신을 못 차리고 꼼짝 않고 한참을 있는 걸까. 얼마나 맛있는 물질이길래. 새로운 발견에 머릿속에서는 도파민이 폭죽처럼 터졌다.



예덕나무 잎의 밀선에서 나오는 물질을 먹고 있는 그물등개미



예덕나무를 찾으러 걸어 다니면서 여러 관찰을 하고 떠오른 질문들.


밀선이 있지만 그동안 내가 몰랐던 식물은?

곤충이 찾아와 밀선에서 나오는 물질을 먹는 순간에 식물이 분비하는 물질은?

곤충이 식물 잎을 먹을 때 식물이 분비하는 방어물질은?

피나무에는 가해 곤충이 엄청 많은데 왜 고로쇠나무엔 별로 없는 걸까?

각 나무가 분비하는 물질의 차이일까?

고로쇠나무는 맛이 없나?

한 나무에서 높이에 따라 곤충이 가해하는 정도가 다른데 왜 그러지?

위쪽과 아래쪽 잎에서 분비하는 방어물질의 차이일까?



걸으면서 예덕나무를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동료가 일하는 건물 바로 옆에도. 하지만 방패광대노린재는 없었다. 9월인데 벌써 월동준비를 시작했을까. 아니면 중국에 도착한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쌀쌀해져서였을까.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내년 봄에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동료와 단 한 시간의 산바카라만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질문을 한 보따리 얻었다. 과학자들에게 놀 시간을 줘야 하는 이유다. 창의성은 자유로운 시간에 호기심을 발휘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행정에 파묻힌 사무실 바카라상머리가 아니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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